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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마노탑의 국보 승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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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46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20-05-01 신문면수 10면 카테고리 문화 서브카테고리 붓다와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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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전윤호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시인 전윤호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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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0-05-22 09:15 조회 5,81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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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마노탑의 국보 승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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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암사


사랑을 잃은 사람들이 모여

제 가슴 한 조각씩 얹은

탑이 있는 곳

당신은 모르네 그 절은

아무나 갈 수 없지

검은 물이 가로막는 저승을 지나

가슴 저미는 안개를 넘어야 하는 곳

행여 운이 좋아 그 앞에 들어선들

목숨마저 던지는 슬픔을 모른다면

눈물로 세운 산문을 찾지 못하니

엉뚱한 계곡에서 멀리 보이는

폐광의 건물처럼

그저 인연이 없었다 생각하고

열목어처럼 울다 가시길


정암사는 강원도 정선군에서도 외진 산골인 함백에 있습니다. 천오백 미터가 넘는 함백산 기슭에 자리 잡았는데, 바로 앞개울 건너가 커다란 광산입니다.

규모도 커서 최근까지도 채탄 작업이 이루어졌지요. 전국에서 일자리를 찾아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었습니다. 남편이 위험한 땅속으로 작업에 들어가면 아낙들은 정암사에 모여 안전을 기원했을 것입니다. 절에서 조금 더 올라가는 수마노탑은 절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국보로 지정되지 않았더라도 수마노탑은 이미 국보였습니다. 그 많은 염원들이 뭉쳐있는 탑이 보물이 아니면 세상 어느 것이 보물이겠습니까. 더군다나 절을 흐르는 물이 차가워 천연기념물인 열목어의 서식지도 있고 부처님 진신 사리를 모신 적멸보궁도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곳에 가면 먼저 산길을 거슬러 고갯길을 올라갑니다. 차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개인 만항재는 해발 천 미터가 넘는데 이곳에서는 정선, 태백, 영월로갈 수 있는 길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산자락을 따라 더 들어가면 국가대표 운동선수들을 위한 고산지대 훈련원이 있고 좀 더 외줄기 길을 따라 오르면 정상까지도 차가 갈 수도 있습니다.

갈 수도 있다고 하는 건 평소에는 허가되지 않은 차량의 통행을 막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곳에는 정상에 레이더 기지가 있습니다. 그러니 차량 통행을 다 막을 수도 없어 운이 좋으면 끝까지 차로 올라갈 기회도 있는 거지요.

함백산 정상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면 지나온 삶들이 참 부질없게 느껴집니다. 그도 그럴 것이 주변에는 나라에서 보호하는 주목군락이 있는데 이 주목이 보기에는 초라해보여도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 간다는 나무입니다. 까마득한 인간의 마을과 세월을 이겨내는 나무들을 보면 세상의 무상함이 바로 두 눈에 들어오지요.

정암사를 지나 동강으로 흘러가는 작은 강은 지장천이라 부릅니다. 예전엔 광산촌이었고 지금은 카지노로 유명한 마을을 지장보살은 또 무슨 염원으로 수행하고 있을까요?

때로는 절집이 사바세계와도 같아 실망을 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인간의 고통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한 때 막장이라 불리던 곳에 수마노탑이서 있음도 부처님의 뜻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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