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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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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46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20-05-01 신문면수 5면 카테고리 법문 서브카테고리 이달의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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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 필자법명 지현 필자소속 - 필자호칭 전수 필자정보 자석사 지현 전수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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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0-05-22 06:50 조회 5,61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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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교훈

옛날 장사꾼 남자가 더 큰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재산 모두를 정리하고 아내는 남겨둔 채 고향을 떠났습니다. 남자는 이 곳 저 곳을 떠돌

아다니며 애를 썼지만 얼마 되지 않아 행상도 못할 지경이 될 정도로 형편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남자는 옆 상인의 권유로 이웃 스님을 뵙고 여쭤보기로 하였습니다.

스님께서는 남자에게 세 가지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첫째, 남들은 질러가도 당신은 돌아가라

둘째, 남들은 욕을 해도 당신은 칭찬해라

셋째, 예쁜 여자를 보거든 기어 들어가라


거지상태가 되어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이 지내던 어느 날, 장터를 떠돌다 몇 번 만난 적 있는 장사꾼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그 밤에 출발해서 산을 질러가면 다음날 일찍 도착하게 되어 목 좋은 장터를 구할 수 있다며 남자에게 도 함께 가자고 말했습니다. 남자는 잠시 그럴까도 싶었지만 스님의 첫 번째 말이 떠올라 자기는 내일 날이 밝는 대로 천천히 가겠다고 하며 거절하였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난리가 났습니다. 전날 밤에 떠났던 상인들이 산적을 만나 돈을 빼앗기거나 목숨을 잃어버렸다는 것입니다.

남자는 “휴~, 좀 빨리 갈라다가 완전히 죽을 뻔 했군” 하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모든 걸 단념하고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가기로 작정하였습니다.


몇 십 리 넘는 길을 힘없이 걷다 보니 바다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바다 한 가운데 언뜻 보기에도 추한 몰골을 한, 짐승인지 사람인지 모를 물체가 바위에 걸터 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흉측해 지나가는 사람마다 재수 없다고 돌을 던지고 욕을 해댔습니다.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욕이 나오려고 했지만 순간 스님의 두 번째 말씀이 기억나 억지로라도 위로의 말을 했습니다.

“얼굴이 비록 추하지만 울고 있는 모습이 참 안됐구려. 사람들이 욕까지 해대니 딱하기도 하고.”

그런데 그 말이 마치는 순간 놀랍게도 괴물의 허물이 벗어지더니 참으로 반듯한 사람이 남자에게 인사를 하며 너무도 감사해하는 것이

었습니다.

“저는 저 바다 속 용왕의 아들인데 평소 큰 잘못을 저질러 화가 난 용왕님이 평생 이런 몰골로 사람들마다 흉보고 욕하는 과보를 받고 살라는 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단 한 사람이라도 측은해하거나 좋은 말을 해주면 그 허물을 벗겨준다는 것이었는데 그동안 누구에게도 듣지 못한 말을 오늘 당신이 해주신 덕분에 본래의 얼굴을 찾게 되어 너무 기쁩니다. 감사의 마음으로 이 보물들을 드리겠습니다.”


말 한마디에 갑자기 큰 부자가 된 남자는 너무도 행복하고 기쁜 마음으로 당당히 집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집에 도착한 남자는 잠긴 대문 앞에서 큰 소리로 아내를 불렀습니다. 아내는 깜박 잠이 들었다면서 늦게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오랜만에 아내를 봐서인지 아내의 얼

굴이 너무 예쁘게 보였습니다.

그때 스님의 마지막 말씀이 퍼뜩 떠올라 방안까지 기어들어 갔는데 방 앞에 도착하니 눈앞에 깜짝 놀랄 일이 있었습니다. 낯선 남자가 툇마루 밑에 숨어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남편 없는 사이 아내에게 다른 남자가 생겼는데, 갑작스레 남편이 돌아오는 바람에 툇마루 밑에 숨어 있다 발각되었던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그저 재미있는 동화 한 편정도로 생각해도 되겠습니다만, 수행과 연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질러가지 말고 돌아가라는 말은 일의 성사가 빠르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늦을수록 더 좋다는 교훈을 줍니다. 우리는 매사 빨리 성취하고자 하는 욕심에 이끌려 다닙니다. 누구보다 먼저, 무엇보다 빨리 이루고자 하는 마음에 탐욕심이 생기고 그럴수록 악업을 더 짓게 되는 것입니다. 어떤 일을 성취하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할수록 성급한 마음을 버리고 올바르게 실천할 때 성취가 가까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면 좋겠습니다.


둘째, 남들이 다 욕을 해도 칭찬하라는 것은 말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있겠지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누구나 칭찬의 말을 듣기는 좋아 하지만 상대에 대한 칭찬에는 인색한 것이 우리들 중생입니다. 예사로 한 말이 상대에게는 치명적인 상처가 되고 자신은 좋지 않은 구업을 짓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평소 상대를 칭찬하고 인정해주는 말 습관을 잘 들인다면 예상치 않은 복도 저절로 오게 된다는 것을 꼭 명심하기를 바랍니다.


셋째, 기어들어가라는 말은 겸손과 하심을 하라는 뜻이 아닐까요. 만약 남편이 부자가 되었다고 의기양양하게 고개를 뻣뻣이 하고 들어갔다면 아내의 나쁜짓을 모르고 속았을 뿐만 아니라 자신도 위험해질 수 있었겠지요. 하지만 자신을 낮추고 기어들어 가다보니 모든 걸 바로 알게 되었습니다. 즉 자신을 낮출수록 바로 볼 수 있는 안목을 갖추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위치가 높고 형편이 좋음에도 자신을 더 낮추는 사람을 보면 우리는 저절로 존경심이 우러난다는 것을 알고있습니다.

2020년의 봄은 여태껏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잔인한 계절입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에 아름다운 봄은 속절없이 외면당 했습니다. 지금은 다행히 다소 주춤해지고 있으나 완전히 끝나지는 않았고, 언제 또 기승을 부릴지 모르는 두려운 상태가 전 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려운 현실에 있을수록 각자의 수행은 더 나아가야 합니다. ‘나 한사람쯤이야’하는 마음이 세상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습니다.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평상심을 유지하며, 힘든 이웃을 위해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 건네는, 겸손한 마음으로 자리이타의 실천이 꼭 필요할 때라고 여깁니다. 그 어느 때보다, ‘나’보다는 ‘우리’를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커진다면 어느 순간 바이러스에 빼앗긴 우리의 소중한 일상이 다시 곁에 돌아오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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