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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필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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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45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20-04-01 신문면수 10면 카테고리 밀교 서브카테고리 불교와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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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김은주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김은주 작가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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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0-05-22 05:25 조회 5,50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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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필 무렵>
불행을 극복하고 싶다면 이타적으로 행동하라

엄마 없이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아이만큼 불쌍한 건 없습니다. 보호막 없이 거친 세상에 던져진 것과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이 살벌한 세상에서 운이 좋아 도움을 주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는 기구한 운명을 살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엄마 없는 아이가 세상에서 가장 불쌍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KBS 2TV <동백꽃 필 무렵>의 동백(배우 공효진)이 바로 이런 불쌍한 아이였습니다. 고아원 앞에서 엄마는 동백을 버리고 가면서 절대로 자신의 이름을 말하지 말라 당부했습니다. 이렇게 버려진 동백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요? 재수 없는 아이라고 누구도 가까이 오려 하지 않아서 외롭게 살았으며, 또한 사람들의 멸시와 비난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기구한 운명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동백에게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습니다.

<동백꽃 필 무렵>은 지난해 최대의 히트작이었습니다. 높은 시청률과 함께 이 드라마는 ‘2019 KBS 연기대상’에서 배우 공효진씨가 ‘동백이’ 역할로 대상을 수상하는 등 12관왕에 오르는 성과를 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이 드라마의 무엇에 공감한 걸까요?

지금 많은 사람들이 정말 살기 힘들다고 합니다. 흙수저니 금수저니 하는 용어가 만들어지고, ‘헬조선’이라는 말까지 생겨났습니다. 흙수저와 금수저는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나눠진 계급의식을 나타내고, ‘헬조선’은 지옥을 뜻하는 ‘hell’과 ‘조선’의 합성어로 대한민국이 살기 힘들고 희망이 없음을 풍자하는 말입니다. 결국은 행복한 사람보다는 힘든 사람이 훨씬 많다는 것이 지금 대한 민국의 현실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사는 게 힘든 사람들은 동백의 기구한 처지에서 공감과 위로를 얻었습니다.

동백은 어렸을 때 엄마한테 버림을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동백에게는 재수 없다는 말이 따라붙었습니다. 학교 다닐 때는 고아라는 꼬리

표가 붙어서 친구 한 명 없이 외롭게 살았으며 어른이 돼서 사귄 남자친구의 엄마는 병균덩어리 라며 동백을 극구 반대했습니다. 남자 앞길을 막을 재수 없는 여자라는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남자친구의 아이를 가졌지만 그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낳아서 옹산으로 왔습니다. 딱히 배운 기술도 없는 동백은 술집을 차렸습니다. 하필 술집이냐고요? 어렸을 때 사귄 남자친구가 그녀에게 술안주 잘 만든다고 칭찬했었는데, 그것 외엔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에 술집을 차린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마을 아줌마들의 경계가 심했습니다. 한 아줌마는 대놓고 자식한테 부끄러운 짓은 하지 말고 살자면서 동백을 마치 몸을 파는 여자인양 취급했고, 술집을 한다 하여 인격도 없는 것처럼 함부로 대하는 마을 아저씨들의 태도도 동백의 마음에 상처를 남겼습니다.

거기다 옹산에서 아이와 함께 잘살아가려고 했는데 재수 없는 여자답게 살인사건에 휘말립니다. 하필 자신이 연쇄살인범의 유일한 목격자가 된 것입니다. 그래서 연쇄살인범의 표적이 되었습니다. 자신의 삶에 침투해오는 살인자를 피해 어디론가 도망가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 입니다.

그렇지만 동백은 중심을 잃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사는 게 힘들어도 결코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고통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의연하게 행동했습니다. 마치 마음이 사바세계에 있지 않고 천상에 있는 사람인 것처럼 어떤 고통도 그녀를 초라하게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동백의 답답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불행이 불행으로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동백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불행한 현실과 마음을 분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힘든 현실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그것에 결코 물들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녀는 오히려 자신의 불행에 마음을 주는 대신 타인에게 자비심을 가졌습니다. 자기보다 더 힘들어 보이는 술집 알바생 향미의 빚을 갚아주고, 또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를 위해 신장까지 나눠주었으며, 마을의 외톨이인 까불이를 볼 때마다 밥을 챙겨주고 친절하게 대했습니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통해 사람들이 위로를 얻었던 것은,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선량한 마음 때문입니다. 동백이 자신의 불행을 극복하는 방법은, 자기에게 집중하는 대신 타인의 고통에 연민을 가지는 자비심이었습니다. 이타적인 마음이 오히려 자신의 불행을 극복하는 데도 효과적이라는 것을 <동백꽃 필무렵>은 가르쳐주었으며, 이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했던 것입니다.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좋은 드라마였습니다.


김은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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