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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란다리 제자 깐하빠(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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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51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20-10-01 신문면수 8면 카테고리 밀교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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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정성준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교수 필자정보 정성준 교수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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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0-10-12 10:38 조회 2,90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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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글: 정성준 교수의 밀교 인물史 (회)

잘란다리 제자 깐하빠(Ⅱ)

「84성취자전」을 통해서 인도의 빨라왕조시절 나란다사에 가려졌던 밀교성취자들의 수행과 성취의 행적을 살펴보면 밀교는 나란다사승원대학의 전통과 같이 계율과 삼장, 의궤의 형식 아래 전승되기도 하고, 반대로 형식을 던져버리고 철저히 공성과 생명본성을 직시하려는 고행의 양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밀교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존재해왔던 모든 종교적 노력은 양 갈래로 나누어지고, 학문이나 미술, 음악도 마찬가지여서 클래식이 있으면 자유분방한 째즈가 있기도 하다. 

밀교의 경우 나란다사 스승들은 사하자야나와 같은 싯디들의 수행을 외면하지 않고, 성취자들은 붓다와 나가르주나, 삼장의 전승을 중요시하여 제자들의 근기에 따라 나란다사승원대학으로 제자를 보내기도 하였다. 인도불교사를 들여다보면 종파와 종단은 인간정신의 다양성에서 비롯되며 어느 한 종파의 수행이 절대 수승할 수 없다. 

테라바다와 대승의 논사들도 서로의 체계를 존중해왔고, 현대에도 달라이라마 14세는 국제적인 법회나 도량에서 테라바다의 전통계를 보존하는 절차를 갖춤으로써 양 전통의 가치를 온전히 존중하고 있다. 조선시대 다산 정약용과 교유하였던 아암 혜장도 유가와 교학에 능통한 스님을 질시하는 선객들을  편협하다 지적하였다. 실천과 무언의 궁극만을 중요시하고 교학과 문화, 의궤를 소홀히 한 결과는 불교세의 감소로 나타난다. 인도불교사의 적지않은 굴곡은 세상의 변화에 소홀 한데서 비롯된 교훈을 오늘에 배울 필요가 있다. 

칸하빠는 매우 고집이 세고 자존심이 강한 수행자였다. 고귀한 신분으로 정통한 가르침을 섭렵하였지만 맨실을 손으로 이어 붙이는 성취자 방직공의 신력과 교훈에도 고집을 꺽지 않았다. 칸하빠는 동쪽 소마뿌리로부터 160킬로 떨어진 반도꼬라로 향했다. 길을 향하던 중 나무 아래 리치를 파는 소녀를 보고 하나를 달라고 했으니 소녀는 거절하였다. 리치는 여지(荔枝)라는 동남아시아산 열매로 중국어 발음인 '리쯔'를 영어식으로 옮긴 것이다. 달고 독특한 과즙이 풍부해 음료로도 많이 생산된다. 일찍이 양귀비는 리치를 좋아해 매일밤 리치를 나르는 파발마가 그치지 않았다고 한다. 최근에는 한국에도 리치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인연은 시간의 수레바퀴와 같아 생사를 결정할 시기를 피할 수 없는 것 같다. 시비에 휘말린 칸하빠는 염력으로 리치를 땅바닥에 떨어뜨렸는데 사실상 외도의 사제였던 소녀는 오히려 염력으로 리치를 나무에 다시 달리도록 하는 것이 아닌가? 

이에 분노한 칸하빠는 주문을 외워 소녀를 쓰러뜨려 구공으로부터 피를 흘리게 하였는데 이에 사람들은 “불자들은 자비심이 있고, 수행자는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라고 비난하였다. 칸하빠가 분노를 가라앉히고 반성하여 주문을 그치자 소녀는 그 빈틈을 노려 역시 외도의 주문으로 칸하빠를 아프게 하여 출혈토록 하였다. 칸하빠는 반데라는 여성수행자 다끼니에게 부탁해 슈리빠르와따라는 곳에서 그의 상처를 달래줄 약을 구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반데는 6개월이 걸려 약을 구하고 돌아오는 길 7일째 칸하빠가 소녀를 마주했던 자리에서 이번에는 노인으로 변한 소녀를 만나게 되었다. 

반데는 우는 노인을 보고 이유를 묻자, “칸하빠가 이미 사망해서 슬퍼서 우는 것이다”라고 답하였다. 반데는 생각하길, “이제 약은 더 이상 소용이 없다”라고 하여 약을 땅에 버렸고 노인은 약을 가져갔다. 반데는 칸하빠가 있는 곳으로 서둘러 갔는데 칸하빠는 멀쩡히 살아있었고, 가져온 약이 어디 있는지를 물었으나 약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칸하빠는 자신이 남긴 세상과의 마지막 업이 해소된 것을 알았다. 칸하빠는 7일동안 추종자 수행자들에게 와즈라바라히 관정을 베풀였고 바로 입적하여 수행자인 다까의 정토에 환생하였다. 다끼니 반데는 크게 분노하여 소녀를 찾았으나 신이 사는 천계나 용이 사는 저급한 세계, 혹은 중간계에서도 찾지 못하였다. 소녀는 ‘심비라’라고 하는 나무속에 숨어있었는데 마침내 다끼니 반데는 소녀를 발견하고 주문을 외워 나무를 말라죽였다. 

「84성취자전」에는 자만과 질투가 장애가 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긴다. 칸하빠는 사소한 마음의 장애를 남기고 있었고 그것이 해소됨으로써 세상과의 운명적 업연을 풀었다. 석존이 입적한 계기도 츈다의 공양 때문이었다. 최근에 창궐하는 우한바이러스는 유래없는 전 지구차원의 질병으로 개인 삶의 변화를 일으키고 어쩌면 종교를 비롯한 문명의 미래마저 달라지게 하고 있다. 

인류의 기술적 네트워크 이면에 담긴 바이러스의 창궐은 언젠가 짊어질 인류의 과제였다. 번영과 생존, 아니면 파멸과 멸종의 갈래에서 인류는 공업과 공존의 과제를 새롭게 새겨야 할 운명의 기로에 서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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