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총지종

총지신문 아카이브

불교총지종은 ‘불교의 생활화, 생활의 불교화’를 표방하고 자리이타의 대승불교 정신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생활불교 종단입니다.

결핍과 상처가 있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사이코지만 괜찮아>

페이지 정보

호수 252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20-11-01 신문면수 10면 카테고리 종합 서브카테고리 불교와 드라마

페이지 정보

필자명 김은주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작가 필자정보 - 리라이터 -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0-11-06 13:58 조회 3,206회

본문

결핍과 상처가 있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사이코지만 괜찮아>

02eeb57e5efd5555ac18373b993c31be_1604638684_5292.jpg
 

트라우마 없는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요? 만약 있다면 그는 행운아일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장’ 보다는 ‘행복’을 추구하기 때문에 번뇌와 트라우마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인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굳이 힘들게 살 필요가 있을까, 하고 차라리 행복한 아이로 남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문제는 원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명료하고 아무런 걱정도 없는 아이의 세계에 남아있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한 가지뿐입니다. 번뇌와 트라우마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성장을 위한 허들 같은 것이라고,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욱 현명한 것입니다.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결핍과 상처를 가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속이 곪은 사람도 있고, 밖으로도 좀 달라 보이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마음을 살펴보면 구별이 무의미합니다. 위장을 하거나 그냥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뿐 어느 쪽이나 해결되지 못한 아픔과 상처를 갖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누구나 갖고 있을 법한 우리 안의 상처받은 어린애에 관한 얘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주인공인 문강태(김수현)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형이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그가 형을 책임져야 했습니다. 어렸을 때 엄마가 누군가에게 살해되고, 아버지는 처음부터 부재했고, 그래서 혼자서 독립하기 어려운 형은 자연히 강태의 책임이 됐습니다. 너무나 고단한 삶이었습니다. 누군가는 그에게 입은 웃고 있는데 눈은 슬프다고 말했습니다. 자폐증이 있는 형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지 못하기 때문에 그림에서 본 표정하고 비슷하면 이 사람은 지금 행복하구나 하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는 형을 위해서 광대처럼 웃었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의 마음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사실은 형이 버거웠습니다.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형을 짐으로 여기면서 살아왔습니다. 그의 삶에는 기쁨이라고는 없었습니다. 그저 형에 대한 책임감과 의무감만이 존재했습니다. 형이 물에 빠졌을 때 형을 건져주다가 자기도 물에 빠져 죽을 뻔했는데 그때 차라리 죽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까지 생각했습니다. 그때 죽었으면 이런 거지 같은 삶을 살지 않아도 됐는데 하면서 원망했습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문강태는 늘 웃고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친절하고 형에게도 굉장히 헌신적이었기 때문에 아무도 그의 마음을 몰랐습니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마음은 한없이 슬프고 고통스러워한다는 것을. 그는 자신을 위장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강태의 위장술은 꽤 치밀했고, 그래서 자신조차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견고한 갑옷을 지적하는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고문영(서예지)이라는 여자인데 그녀는 강태와 다른 방향으로 자신을 포장했습니다. 강태가 자신의 속마음과 다르게 자신을 포장했다면 고문영은 자신의 속마음을 그대로 밖으로 드러냈습니다. 


어렸을 때 엄마로부터 받은 학대와 불행한 가정환경으로 인해 평범한 대인관계를 맺기 어려울 정도로 정서가 불안정한 그녀는 다른 사람과 구별되게 자신을 꾸몄습니다. 동화작가인 그녀는 동화 속에 사는 사람처럼 자신을 꾸몄습니다. 이런 모습은 강태와는 또 다른 자기 위장이었습니다. 강태가 평범한 사람처럼 자신을 위장한다면 그녀는 상처받기 쉽고 외로운 자기 속마음을 숨기기 위해서 동화 속 주인공 코스프레를 했습니다. 같은 성향의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강태를 알아봤던 것입니다. 


이렇게 겉으로 멀쩡해 보이던, 그렇지 않던 사람들은 누구나 상처를 품은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만 나름의 방법으로 아닌 척할 뿐이지요. 그렇지만 위장은 더 큰 고통을 가져올 뿐입니다. 드라마는 그것을 말하고자 하였습니다. 안에 있는 것을 얼른 꺼내놓으라고, 그리고 그것을 치유하라고 종용했습니다.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합니다. 인간은 더불어 살아갈 때 보다 행복하고 완성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드라마에서 보면 문강태는 고문영의 도움으로 상처가 치유되고, 고문영 또한 문강태를 사랑하면서 자신의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드라마 속 다른 인물들을 봐도 자신의 갑갑한 성에서 벗어나는 열쇠를 대부분 타인에게서 얻었습니다. 결국 답은 한 가지입니다. 타인에게 손을 내밀어야 하고, 또 타인이 내민 손을 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작가 김은주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