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어디서 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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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54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21-01-01 신문면수 2면 카테고리 교계 종정 법어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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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1-01-12 13:35 조회 2,735회본문
한국불교태고종 종정 지허 스님 법어
새해라 하니 새해가 어디서 왔는가? 지난해를 보냈다니 어디로 보냈는가?
거래하처(去來何處)며
부시하물(復是何物)인가
가고 온 곳이 어느 곳이며
다시 이 무엇인가
양구(良久)
한참 뒤에
청혜철골빈(淸兮徹骨貧)이여
활유위음전(活有威音前)이로다
맑아서 뼈가 드러난 가난이여
위음왕불전부터 살았느니라.
사부대중이여!
이 백비일구(百非一句)가 어떠한가? 알면 알고 모르면 모른 데로 이 늙은 중이 오늘 아침 산에 올라 나무지게 목발 두드리며 부르던 노래 한자리 다시 불러보겠다.
실구여백운(新舊如白雲)이여
거래춘몽사(去來春夢事)로다
노납시안일(老衲是安逸)하니
담괄산하로(擔栝山下路)로다
나무아미타불
새것 헌 것은 흰 구름 같음이여
가고 오는 것 봄날 꿈이로다.
늙고 헐벗은 중은 편해서 일이 없으니 땔나무 등에 지고 산길 내려오네.
경청(鏡淸) 선사에게 어떤 스님이 물었다.
“새해 첫머리에도 불법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선사께서 “있느니라.”
스님이 다시 묻기를 “어떤 것이 새해 첫머리 불법입니까?”
선사가 대답하기를 “설날 아침에 복을 비느니라” 하였다.
스님이 말하기를 “선사님께서 대답해 주신 데에 감사합니다.”
하니 선사가 말하기를 “경청(鏡淸)이 오늘 손해를 당하였구나”하였다.
또 어떤 스님이 명교(明敎) 선사에게 묻기를 “새해 첫머리에도 불법이 있습니까?” 하니 명교(明敎) 선사가 대답하기를 “없느니라” 하였다.
스님이 다시 묻기를 “년년시호년(年年是好年)이요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이라 해마다 좋은 해요 날마다 좋은 날인데 어찌 없다하십니까?” 하니 명교(明敎) 선사가 “장씨(張氏) 노인이 술을 마셨는데 이씨(李氏) 노인이 취했느니라” 하였다.
이 말을 듣고 스님이 말하기를 “늙고 늙어서 크고 큰가했더니 용머리에 뱀 꼬리 같구나” 하니 명교(明敎) 선사가 말하기를 “명교(明敎)가 오늘 손해를 당하였구나” 하였다 한다.
사부대중들이여
대중들에게 옛 조사스님들의 신년대화(新年對話)를 이와 같이 전하였다.
이 또한 어떠한가.
한 번 지극히 살펴보기 바란다.
묻고 대답하는 근본을 알아야 살펴보는 것이다.
근본을 모르고 묻고 답하는 것은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를 벗어나지 못한 헛된 망상의 대화에 그치고 만다.
이는 나뭇잎이 무성하고 가지가 힘차 보이지만 뿌리가 없으면 곧 말라 죽을 뿐이다.
불립문자(不立文字)의 집안에는 참구(參究)라는 뿌리가 유일(有一)하다.
이를 달마대사의 소림면벽(小林面壁)의 가풍(家風)이라 한다.
묻는 물음에도 대답하는 대답에도 이러하건 저러하건 새해가 오건 이는 물결이요 참구는 물이다.
물결은 물을 떠날 수 없고 물은 물결을 이루지만 물이 근본이요 전부다.
중략
사부대중들이여!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하니 내용이 충만하고 보기도 아름다운 큰 복(福)을 새해를 맞이하여 가득 받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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