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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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56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21-03-01 신문면수 4면 카테고리 지혜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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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1-03-05 14:08 조회 2,779회본문
현대인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
‘죽음을 인정하지 않아 불행한 죽음이 양상’ 마음과 자신의 삶 속에서 평화를 일구어야
죽어가는 사람이 보여주는 첫 번째 반응은 바로 절망과 두려움이다.
죽으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지 삶의 시간을 연장하려고만 한다. 결국 두 눈을 부릅뜬 채 공포와 두려움에 가득 찬 표정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은 가족에게 안타까움만 남길 뿐이다. 사람들은 현재의 삶을 인생의 모든 것으로 여길 만큼 영혼이 메말라 있다. 삶 이후의 삶에 대한 실제적이거나 근거 있는 신념도 없이 사람들은 궁극적인 의미를 상실한 채 자신의 삶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과학 만능의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이라지만 죽음에 대해서까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만 믿을 수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지나친 교만에 빠져 자신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태도일 것이다.
말기 암 환자 박 씨는 위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암 선고 이후 늘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박 씨에게 무슨 걱정이 있느냐고 호스피스 봉사자가 물어보았다.
“아무런 희망이 없다. 죽음은 곧 절망을 뜻하지 않는가. 정말이지 죽고 싶지 않다. 죽으면 모든 게 끝나는 것인데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로부터 며칠 지나서 그는 죽었다. 박 씨처럼 죽으면 모든 것이 끝이라고 생각해 죽고 싶지 않은 절망적인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한 사례가 한국인들이 보이는 마지막 모습이 아닐까.
또 다른 60대의 남자도 갑자기 간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의사가 남은 수명이 3개월 정도라고 말해주었다. 잠시 후 환자의 상태가 이상해지더니 온몸이 굳어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말도 못 하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는 죽으면 어떻게 될까 생각하다가 ‘죽으면 꼼짝없이 지옥에 갈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지옥의 공포가 몰려와 꼼짝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회고했다. 지옥에 대한 공포로 인해 영적인 위기를 겪었다.
의사는 정신과 의사에게 의뢰했는데도 별 효과가 없자 마지막으로 호스피스에게 의뢰하였다. 병실을 찾아가 보니 환자는 침대에 똑바로 누워 무릎을 약간 세운 채 이빨을 부딪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덜덜 떨고 있었다. 그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무언가 무서운 것이라도 보고 있는 듯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천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호스피스 관계자가 “무엇이 그렇게 무서우세요?”라고 물었다. 그는 덜덜 떨면서 들릴 듯 말 듯 “지옥에 갈까 봐서”라고 답했다. 두려움으로 가득 찬 그의 마음을 안심시켜주자, 순간 그는 갑자기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면서 호스피스 봉사자의 손을 꽉 쥐었다. 어느새 그는 굳어 있던 온몸이 다 풀려있었고 말도 제대로 할 수 있게 되었다.
현대 생사학과 호스피스의 고전 「티베트의 지혜」의 저자 소걀 린포체가 처음 서양에 도착했을 때, 그가 그동안 익숙하게 받아들였던 죽음에 대한 태도에 비해 서양 사람의 태도는 너무나 대조적이라 충격을 받았다. 과학기술 문명의 발달로 많은 것을 성취했음에도, 현대 사회는 죽음이라든가 죽어가는 과정, 또는 죽음 이후 무엇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실제로 이해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대부분 사람들은 죽음을 인정하지 않거나 죽음의 공포 아래 삶을 영위하고 있을 뿐이었다.
사람들은 죽음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불건전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삶 이후의 삶에 대한 어떤 실제적인 또는 근거 있는 신념도 없이 사람들은 궁극적인 의미를 상실한 채 자신의 삶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죽음을 인정하지 않으니까, 불행한 죽음이 양상 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화롭게 죽기를 바란다. 그러나 우리의 삶이 폭력으로 가득 차 있거나 성냄, 폭력, 공포 같은 감정으로 마음이 크게 혼란스럽다면, 평화롭게 죽을 수 없음 또한 자명하다. 따라서 죽음을 바르게 맞이하고자 한다면 올바르게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즉 평화로운 죽음을 희망한다면, 우리의 마음과 자신의 삶 속에서 평화를 일구어야 하는 것이다. 「티베트의 지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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