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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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57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21-04-01 신문면수 10면 카테고리 종합 서브카테고리 詩방정토페이지 정보
필자명 장철문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1-04-02 14:42 조회 2,907회본문
할머니의 봄날
볕 아깝다
아이고야 고마운 이 볕
아깝다 하시던
말씀 이제사 조금은 알겠네
그 귀영탱이나마 조금은
엿보겠네
없는 가을고추도
내다 널고 싶어하시고
오줌장군 이고 가
밭 가생이 호박
몇구덩이 묻으시고
고랫재 이고 가
정구지 밭에 뿌리시고
그예는
마당에 노는 닭들 몰아 가두시고
문이란 문은 다 열고
먹감나무 장롱도
오동나무 반닫이도
다 열어젖히시고
옷이란 옷은 마루에
나무널에 뽕나무 가지에
즐비하게 내다 너시고
묵은 빨래 처덕처덕 치대
빨랫줄에 너시고
그예는
가마솥에 물 절절 끓여
코흘리개 손주놈들
쥐어박으며 끌어다가
까마귀가 아재, 아재!
하고 덤빈다고
시커먼 손등 탁탁 때려가며
비트는 등짝 퍽퍽 쳐대며
겨드랑이 민둥머리 사타구니
옆구리 쇠때 다 벗기시고
저물녘 쇠죽솥에
불 넣으시던 당신
당신의 봄볕이
여기 절 마당에 내렸네
당신 산소에서
내려다보이는 기슭에는
가을에 흘린 비닐 쪼가리들
지줏대들 태우는
연기 길게 오르고
이따금 괭잇날에
돌멩이 부딪는 소리 들리겠네
당신의 아까운 봄볕이
여기 절 마당에 내려
저 혼자 마르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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