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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눌의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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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98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4-09-01 신문면수 8면 카테고리 밀교 서브카테고리 밀교법장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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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정성준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교수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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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4-09-12 14:32 조회 6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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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눌의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

몽골국립대학 주최로 8월26일-28일 일정으로 국제세미나가 열리는데, 필자도 한 꼭지 발표의 기회를 갖게 되었다. 발표 논문을 요약하면 나란다사에서 이루어졌던 축소·실용·실천주의 경향을 연구해 현대 포교에 활용하자는 내용이다. 또한 몽골불교와 한국불교가 서로 협력하여 이교도의 선교에 대응하자는 뜻을 피력한 것이다. 몽골은 한국 종교단체의 선교로 심각한 사회·정신적 갈등을 겪고 있다. 세계 최고의 선교기술을 가지고 있는 한국 선교단체를 순진한 몽골사회와 청년들이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과거 종교는 인류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현대 인류의 종교는 다종교와 과학의 새로운 환경에서 미래의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인류의 종교는 유물론을 제외한다면 여전히 영적 존재를 믿고 그것이 실재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만드는 기술에 몰두하고 있다. 붓다의 가르침대로 한 번도 본 적 없는 자를 사모하고 사랑하는 허상의 기술에 막대한 자원을 소모하는 것이다. 붓다는 제자들에게 구차제정(九次第定)을 가르쳤다. 붓다는 선정을 통해 삼계를 오가며 관찰했다. 인간의 정신이 삼계를 실현하는 주체가 된다고 하였고, 해탈을 위해 제자들은 계(界)를 알아야 한다고 설했다. 정신계가 남기는 색계와 무색계의 흔적은 불교에서는 정토(淨土)가 되지만 외도들은 그것이 궁극적 세계라고 쉽게 믿을 것이다. 원주민의 종교조차도 색계에서 종족의 정토가 있을 것이다. 붓다의 가르침이 과학과 친숙한 것은 현실의 실재와 실상을 탐구하는 과학적 접근방식 때문이다. 미래 인류는 과거 수천 년전 인류가 상상했던 신격이나 신화에 더 이상 매달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사후 겨우 존재하는 이상세계라면 그것이 실재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일을 기약하는 주식투자와 무엇이 다른가? 종교의 행복은 가장 현실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달콤한 상상의 허구와 위로는 마약과 다름이 없다. 길어졌지만 발표논문의 요지는 한국과 몽골사회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종교적 갈등을 최소화하고 보다 현실적인 행복을 위해 미래 양국이 기울여야 할 공동의 노력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본 과제로 돌아와서 고려말 보조국사(普照國師) 지눌(知訥:1158-1210)은 고려말 중후기 선승으로 고려 선종의 중흥조로서 돈오점수(頓悟漸修)와 정혜쌍수(定慧雙修)를 제창하였다. 1190년 이전의 담선법회에서 결사를 약속했던 동지를 모은 뒤 『권수정혜결사문(勸修定慧結社文)』이라는 취지문을 지어 정혜결사를 선포하였다. 『대혜어록(大慧語錄)을 보다가 소식을 얻고 10여 년 동안 송광사를 중심으로 선풍을 진작하다가1210년 3월 27일 대중들과 함께 선법당(善法堂)에서 문답한 뒤, 법상에 앉아 입적하였다. 선사의 저작 가운데 당시대 선사인 규봉종밀(圭峰宗密)의『법집별행록????을 간추리고 자신의 견해를 덧붙인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를 지었다. 이 책은 지눌이 입적하기 한 해 전 52세 때 저술로 자신의 소식을 담아 경절문(徑截門)의 수행을 밝힌 것이다. 이 책은 선교통합(禪敎統合)과 사교입선(捨敎入禪)으로 일컬어지는 한국불교의 선맥의 전통을 요약한 것이어서 조선시대 무려 22종의 판본이 출간될 정도로 중요시되었다. 규봉종밀은『법집별행록』에서 하택종·북종·홍주종·우두종의 선법을 개시했는데 보조지눌은 대혜종고의 간화선을 인용해 돈오점수(頓悟漸修)의 원칙을 제시했다. <사기>에는 일불승(一佛乘)을 사계절로 구분하고 이에 대해, “밀종(密宗)은 봄이고, 교종은 여름이고, 율종은 가을이고, 선종은 겨울로서 모두 만나 [일승에] 돌아간다. 밀종은 일불의 대비를 선양하여 중생을 구하는 마음이고, 교종은 일불의 대지를 드러내어 펼치는 마음이며, 율종은 일불의 대행을 지지하는 장엄의 마음이며, 선정은 일불의 대각으로 영지(靈知)의 마음이다”라고 하였다. 밀교와 더불어 밀종(密宗)이란 말을 언급한 것도 특이하다. 밀교를 두고 일심의 대비심이라 말한 것은 『대일경』 「입진언문주심품(入眞言門住心品)」에서 비로자나여래가 일체지지(一切智智)를 성취해 신변(神變)을 나투어 중생을 구하는 장면을 눈여겨 본 것 같다. 선종을 겨울에 둔 것은 경절문에 의해, “안으로 생각과 계탁에 간섭받지 않고 외로는 학문과 수행의 공으로 이룰 수 없는 것으로 궁극의 겁이 현재에 이르러 모두 자연요요하여 상지(常知)한다”라고 하여 경절문의 입장을 반영한 때문이다. 필자의 생각 같으면 경절문은 유학(有學)에서 무학(無學)에 이르는 인연이라 말하고 싶고 이때부터 삼신(三身)을 성취할 계기를 얻어 비로소 비로자나여래의 신변(神變)의 지경에 이르는 것이기에 율종을 봄·교종을 여름·선종을 가을·밀종을 겨울에 두어야 마땅하지 싶다. 오시팔교(五時八敎) 교상판석에서는 화엄시(華嚴時)가 맨 앞에 오기에 법신불의 장엄을 구경으로 두고 설정하고, 이를 수증해 나아가는 뜻으로 이해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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