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는 ‘이고득락’하고 죽어서는 ‘왕생득락’의 문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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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98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4-09-01 신문면수 7면 카테고리 기획특집 서브카테고리 총지종의 역사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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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4-09-12 14:29 조회 287회본문
30주년을 맞은 변화
가사와 법의의 일대 변화
창종 30년을 기해 가사와 법의에 일대 변화를 가져왔다. 종단은 그동안 재가수행자 종단으로서 일반인과 더불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간편한 법의와 약식의 가사를 채택해왔다. 1972년 창종 당시에는 밀교의 사종수법에 근거하여 4색 법의를 채택했으나 여러 색의 법의가 이질감과 혼란을 줄 수 있어 곧바로 흑색 법의와 자색 가사가 보편화되었다. 이후 법의의 색깔 때문에 일본불교의 한 종파로 오해를 받는 일이 종종 발생하면서 개정에 대한 요구가 꾸준히 제기됐지만 간단하게 바꿀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가사와 법의의 개정을 위해 신중한 준비과정을 밟아나갔다. 종단 관계자의 면밀한 검토와 디자인 전문가의 숙의를 거쳐 2001년 종단의 핵심 교의를 상징하고 승직자의 위엄과 미적 감각을 반영한 새로운 가사와 법의가 공표되었다.
종단의 최고 어른인 종령의 법의는 밀교의 중심 오불 가운데 주불인 비로자나불을 상징하는 황금색으로, 가사는 우리나라 고승대덕을 상징하는 전통의 홍색 가사를 채택했다. 일반 스승의 법의는 『대승장엄보왕경』의 ‘천식재 삼장이 자색 법의를 하사받았다’는 내용을 근거로 자색으로 하고, 가사는 황금색 가사를 채택했다. 법의의 양 소매 끝단에 신·구·의 삼밀을 상징하는 3개의 선을 넣고, 옆 솔기에는 지·수·화·풍·공·식 육대와 육바라밀을 상징하는 6개의 주름을 넣었으며, 뒤쪽에 대만다라, 법만다라, 삼매야만다라, 갈마만다라를 상징하는 4개의 주름을 넣었다. 비로자나 부처님의 본질인 체(體), 비로자나 부처님의 모습인 상(相), 비로자나 부처님의 활동작용인 용(用)을 바탕에 둔 법의가 탄생했다. 가사의 왼쪽에는 태장계 대일여래를 나타내는 ‘아’자, 오른쪽에는 금강계 대일여래를 나타내는 ‘밤’자를 범어로 장식하여 삼보로서 공경의 대상이자 부처님의 법을 전하고 중생을 제도하는 전법자임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가사 중앙에는 육합상과 그 안에 종단의 주요 의궤 가운데 하나인 ‘람’자를 새기고 띠 아래에 수다라 연꽃매듭을 부착했다.
2001년 12월 26일 정각사에서 전국의 스승과 1,000여 명의 교도가 참석한 가운데 가사·법의 봉대 가지불사를 봉행했다. 록정 종령님은 이날 법어를 통해 “아사리여, 능히 중생을 잘 가르쳐서 모두 다 일심을 얻게 하고, 번뇌의 물을 건네어 악법에서 벗어나게 할 것이다. 아사리여, 스스로를 잘 다스려 순박하고 맑은 대자비로써 일체중생을 대할 것이다.”며 심기일전하여 중생 교화와 스스로의 해탈을 위해 용맹정진을 부탁하였다. 혜암 통리원장은 “이 가사불사는 창종 이래로, 종단으로서는 아주 큰 의미가 있고, 뜻 깊은 일대 대불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원정 대성사께서 몸소 실천하고 체득하여, 여러 가지의 밀교 수법으로 세우신 교상과 사상이, 이번 가사법의로 더욱 체계를 확고히 한, 의미 깊은 불사라 하겠습니다. 가사 하나마다, 연화의 수다라 한 매듭 매듭마다, 그리고 법의 한 자락 자락마다 밀교의 상징과 의미뿐만 아니라 종조 원정 대성사님께서 세우신 교의가 깊이 스며져 있는 것입니다.”라는 인사말씀을 하셨다. 본지 30호, 1면 기사 ‘가사·법의 봉대 가지불사 성대한 회향’
종단의 가장 큰 변화라 할 수 있는 가사와 법의의 개정은 여타 어느 불교종단보다 철저하고 깨끗한 계행을 실천하고 있는 종단 승직자의 스승다움에 부합하는 불사였다. 불제자의 법다움을 보여주는 법의(法衣)이자 계행에 어긋나지 않는 수행의(修行衣)이고 무량한 공덕을 이루는 복전의(福田衣)를 받들어 보시한 교도들의 마음에는 환희심이 가득했으며, 승단과 교도 모두 심기일전하여 굳건한 수행 자세를 견지하는 전기가 되었다. 이후 2004년부터 자색법의 속에 입는 정복을 황토색 계열의 한복으로 교체하여 통일성과 편리성을 도모했다.
시대 변화와 대중 요구에 부응 ‘득락전’ 조성
정통밀교를 생활불교 재가종단으로 구현한 것에서 시대의 변화와 대중의 요구에 부응하는 총지종의 종교상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유연하고도 앞선 시대정신에 입각해 종단은 또 한 번의 새로운 변화를 단행했다. 2002년 승단대토론회에서 시대적 흐름과 대중들의 요구에 발맞춰 포교방법도 능동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대두되었다. 과거의 고루한 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교도를 제도하기 위한 변화의 바람은 득락전(得樂殿) 삼존불 조성으로 실현되었다. 전통사찰에서는 아미타불을 모신 전각을 대개 극락전, 미타전이라고 이름 하지만 종단에서는 득락전(得樂殿)으로 명명했다. 아미타부처님의 극락세계는 고통을 여의고 영원한 안락을 성취하는 이고득락(離苦得樂)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살아서는 ‘이고득락’하고 죽어서는 ‘왕생득락’하기를 발원하는 공간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중생의 화도방편으로서 천도관정법을 장례법으로 시행해온 종단은 이를 모태로 조상의 천도를 기원하는 별도의 공간인 득락전을 조성했다. 대성사는 이미 총지사 본존 오른쪽 영정과 위패를 모시는 공간을 득락전이라 이름하고 왼쪽에는 상근기 진언행자가 삼밀수행에 전념하기 위한 공간으로 일묵전을 마련한 바 있다. 또한 경전에 의거하여 준제관음보살상을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한 데에서 알 수 있듯이 형상불을 조성하는 것이 총지종의 교상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종 후 줄곧 문자 다라니를 유일한 본존으로 모신 전통에 비춰보면 득락전을 조성하고 아미타부처님과 관세음보살상, 지장보살상을 모신 것은 35년 종단 역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형상의 불상에 익숙한 대다수 시민과 불교인들이 종단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정서적 거리감을 좁히고, 가정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부모와 조상 영식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교화의 방편을 제시한 것이다.
수차례의 종책토론회를 통해 불사법요와 상장례, 49재 천도불사 법요를 재정비하여 득락전 조성의 원칙과 방향, 득락전 조성에 따른 영식천도와 축원불공의 기준을 마련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2008년 11월 27일 수인사 득락전에 아미타 삼존불과 144존의 원불을 모셨고 12월 11일 성화사 득락전에 아미타 삼존불과 120존의 원불을 모셨다. 이로써 조상의 영식천도불공과 수행 공간인 득락전은 전국 사원에 차례로 조성되었다.
수인사 득락전. 불상에 익숙한 일반 대중을 위한 교화 방편으로 득락전을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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