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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괴공(性住壞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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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63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21-10-01 신문면수 3면 카테고리 종합 서브카테고리 칼럼 지혜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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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김태원 칼럼니스트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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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1-10-05 11:47 조회 2,54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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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괴공(性住壞空)
이 세계는 영원하지 않는 유동(流動)의 세계

인류는 종족의 유지와 번성을 위해 최적의 삶의 양식을 만들어왔습니다. 사회(社會)란 말의 사(社)는 토지의 신을 가리키는 말로 곡식의 신인 직(稷)과 어울려 사직(社稷)이란 단어를 구성합니다. 인류가 어디에 있던 식량의 근원인 땅과 곡식의 신에게 풍요를 기원하였습니다. 그러한 종교적 공간을 중심으로 마을을 이루었고 도시로 발전하고 마침내 국가를 창출하기에 이르렀지요. 그 과정에서 인류는 수백만 년 동안 수많은 제도와 그 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생존과 번영을 위한 불변(不變)의 원리를 만들어내려고 애를 썼던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사회는 끊임없이 성·주·괴·공(成·住·壞·空)의 과정을 되풀이하여 왔습니다. 영원한 제도와 사상은 존재하지 않았죠. 한 국가와 사회도 이러한데 인간의 삶은 말할 나위도 없지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영원의 세계를 꿈꾸는 수많은 종교와 사상이 등장하여 나름의 주장을 펼쳤습니다. 그러한 인간의 욕망이 응집되어 영원한 존재로 형상화된 것이 바로 신(神)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신의 전지전능함이 강조될수록 권력이 집중되고 영생(永生)을 꿈꾸게 됩니다. 한편으로 현대사회는 다자녀를 둔 확대가족에서 하나 혹은 둘의 자녀와 부부로 구성되는 핵가족으로 변화해 왔습니다. 형제자매와 함께 자라는 과정에서 서로 정신적 신체적 접촉을 통해 얻어지는 감성의 경험이 부족한 오늘날의 세대들은 그러한 결핍을 반려동물과의 접촉으로 충족하려고 하지요. 때마침 IT 기술의 발전으로 가상 현실에 빠져 인간과 인간의 접촉이 더욱 줄어드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굶주림과 질병에 허덕이던 나이 든 세대와 달리 그런 고통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젊은 세대가 오히려 신천지와 같은 대규모 종교집회에 참석합니다. 동시에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메타버스(meta-verse, meta와 universe의 합성어)같은 가상 현실에 빠져 고립된 생활을 하기도 하죠. 이런 모순된 행위의 심연에는 생로병사라는 존재적 불안이 깔려있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극단과 극단을 오고 가는 현상은 20세기의 특징이었습니다. 제국주의와 식민지, 제국주의 간의 식민지 쟁탈전으로서의 1, 2차 세계대전,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진영의 냉전 시대를 보고 영국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20세기를 극단의 시대로 명명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세계는 영원하지 않은 유동(流動)의 세계이고 이를 가장 잘 설명하는 용어가 연기(緣起)가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옛 스승들은 세상을 환(幻)이라는 한 단어로 말씀하신 것은 아닌지요.

저는 나이 든 세대보다 젊은 세대가 더 불교적 수행에 적합한 세대라고 생각합니다. 출가수행은 수많은 관계를 단절하는 행위이기도 하기에 정서적 결합이 강한 가족 공동체를 벗어나기 어려웠고, 무엇보다 자기주장이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젊은 세대는 출가하지 않는다고 하여도 혼술, 혼밥 등이 유행하는 현상에서 수행이라는 행위에 더 적합한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각지의 많은 수행자들이 수행을 통해 얻은 힘으로 많은 이들을 교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대과학이 밝혀놓은 우주에 대한 설명은 불교와 몹시 닮아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저는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하나의 종교로 통일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사람의 수만큼 다양한 종교가 있는 것이 당연하고 그 수많은 다양성으로 꾸며진 세계이어야 전쟁과 착취와 굶주림이 없는 아름다운 세상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칼럼리스트 김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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