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빛깔대로 살 수 있는 곳 ‘아름다운 화엄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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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309호 발행인 록경(황보상민) 발간일 2025-08-01 신문면수 17면 카테고리 연재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필자명 한주영 필자법명 - 필자소속 불교환경연대 필자호칭 사무총장 필자정보 -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5-08-18 12:05 조회 33회본문
모두의 빛깔대로 살 수 있는 곳 ‘아름다운 화엄의 세계
이때 화장(華藏)으로 장엄한 세계 바다가 부처님의 신통한 힘으로 그 땅의 온갖 것이 여섯 가지 열여덟 모양으로 진동하니, 이른바 흔들흔들, 두루 흔들흔들, 온통 두루 흔들흔들, 들먹들먹, 두루 들먹들먹, 온통 두루 들먹들먹, 울쑥불쑥, 두루 울쑥불쑥, 온통 두루 울쑥불쑥, 우르르, 두루 우르르, 온통 두루 우르르, 와르릉, 두루 와르릉, 온통 두루 와르릉, 와지끈, 두루 와지끈, 온통 두루 와지끈이었다.
이 모든 세간 맡은 이들이 저마다 헤아릴 수 없는 공양거리 구름을 나타내어 여래의 도량에 모인 이들에게 내리니, 이른바 온갖 향과 꽃으로 장엄한 구름[一切香華莊嚴雲], 온갖 마니로 묘하게 꾸민 구름[一切摩尼妙飾雲], 온갖 보배 불꽃 화려한 그물 구름[一切寶焰華網雲], 그지없는 종류의 마니보배 둥근 광명 구름[無邊種類摩尼寶圓光雲], 모든 가지각색 보배 진주장 구름[一切衆色寶眞珠藏雲], 온갖 보배 전단향 구름[一切寶栴檀香雲], 온갖 보배 일산 구름[一切寶蓋雲], 청정하고 묘한 소리 마니왕 구름[淸淨妙聲摩尼王雲], 일광 마니 영락 바퀴 구름[日光摩尼瓔珞輪雲], 온갖 보배 광명장 구름[一切寶光明藏雲], 온갖 각별한 장엄거리 구름[一切各別莊嚴具雲]이니, 이런 여러 가지 공양거리 구름이 수효가 한량이 없어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이 모든 세간 맡은 이들이 제각기 이러한 공양거리 구름을 나타내어 여래의 도량에 모인 대중들에게 내리어 두루하지 않은 데가 없었다.
이 세계에 있는 모든 세간 맡은 이들이 환희한 마음으로 이 세계에서 공양하는 것처럼, 화장으로 장엄한 세계 바다의 낱낱 세계에 있는 모든 세간 맡은 이들도 모두 이와 같이 공양하였으며, 그 모든 세계 가운데 모두 여래가 계시어서 도량에 앉으셨는데, 낱낱 세간 맡은 이들이 제각기 믿고 이해하며, 제각기 반연하여, 제각기 삼매의 방편문이며, 제각기 도를 돕는 법을 익히며, 제각기 성취하며, 제각기 환희하며, 제각기 나아가며, 제각기 모든 법문을 깨달아 알며, 제각기 여래의 신통한 경계에 들어가며, 제각기 여래의 힘의 경계에 들어가며, 제각기 여래의 해탈 경계에 들어갔다.
이 화장장엄세계해(華藏莊嚴世界海)에서와 같이 시방의 온 법계 허공계에 있는 모든 세계해에서도 모두 이와 같았다.
- 『화엄경』 제5권 <세주묘엄품>
『화엄경』 첫 품인 「세주묘엄품」이 1권부터 5권까지 설해지는데 그 마지막 부분이다. 이통현(李通玄) 장자가 지은 『신화엄경론(新華嚴經論)』 제1권에서는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에 대해 다음과 같이 풀이한다.
“‘대(大)’는 어떤 방위도 없다는 뜻이요, ‘방’은 이치와 지혜로써 공을 삼는 것이며, ‘광’은 털끝과 세계가 서로 내포하는 것이요, ‘불’은 체(體)와 용(用)이 조작이 없는 것이요, ‘화’는 행문(行門: 실천문)이 즐길 만해서 이(理)와 사(事)의 공을 펼칠 수 있다는 걸 비유한 것이요, ‘엄’은 의보(依報)와 정보(正報)로 장엄하는 것이요, ‘경’은 속내를 뚫고서 꿰매는 것이다. 「세주묘엄품(世主妙嚴品)」이란, 보살이 생(生)을 나타낼 때엔 모두 세상의 주체[世主]가 되고, 다 같이 해회(海會)에 이르기 때문에 ‘묘엄’이라고 부른다. ‘품’은 같은 범주의 법문을 종류별로 모아서 격을 일정하게 한 것이다.”
세계를 바다로 표현한 것은 바다가 크고 넓으며 모든 것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각각의 세간 맡은 이들이 한량없는 구름을 공양한다. 구름은 무엇인가? 단군신화에 의하면 환웅이 무리 3000을 이끌고 태백산(太白山) 꼭대기 신단수(神壇樹) 밑에 내려와 여기를 신시(神市)라고 하니, 이로부터 환웅천왕이라 불렀다. 이때 풍백(風伯), 우사(雨師), 운사(雲師)를 거느렸다. 농사에 있어 비는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그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이 구름이다. 그런데 구름은 어떻게 생기는가? 바다에서 수증기가 올라가서 생기는 것이 구름이다. 그리고 그 구름은 바람을 따라 이동하다 비를 내려 대지를 적시고 만물을 생동하게 한다. 비는 땅에 스며 지하수를 만들고 옹달샘을 만든다. 작은 샘물이 흘러 흘러 강물이 되고 마침내 바다에 이른다. 바다에 이른 강물은 그것이 어디에서 왔든 다 하나가 되어 서로 경계가 없다. 이것이 자연의 모습이자 화장세계인 것이다.
인간도 이런 자연의 일부로서 자연 속에서 더불어 살고 있으며, 인간이 만든 세계도 역시 이와 같다. 농사짓는 농부가 있어 우리는 밥을 먹고, 옷을 짓는 사람이 있어 옷을 입고, 집을 짓는 목수가 있어 편안하게 쉴 수 있다.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는 이 모든 물건과 탈 것과 그것을 만들고 이동하고 판매하는 사람들, 그리고 사회를 안전하게 유지해 주는 시스템과 각각을 맡은 사람들, 그 모든 것의 조화로움으로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 서로 연결되어 의존하는 세계의 모습이 화장세계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예전에는 스스로 했을 법한 일도 지금은 다 분업이 되어서 상호의존성은 더 커졌다. 수많은 이들이 각자 꼭 필요한 일을 하는 모습이 꼭 바다와 구름과 비와 바람 같다. 그러니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사람도 없고, 모두가 다 똑같이 평등하고 존귀하다. 만일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무엇을 성취했다면 그것은 나 혼자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수많은 존재의 인연 가운데 이룬 성취이므로 그것은 나만의 성취일 수 없다.
아마도 『화엄경』 「세주묘엄품」에서 ‘환희한 마음으로 이 세계에서 공양하는 것’이 바로 이런 마음 아닐까 싶다. 자연과 사람과 사회, 모든 것의 도움과 은혜 속에서 살아가듯, 이 모든 것 가운데 나도 또한 소중한 존재이니, 나의 빛깔대로 나답게 살아갈 때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곧 아름다운 화엄의 세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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