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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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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65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21-12-01 신문면수 4면 카테고리 지혜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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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1-12-06 11:02 조회 2,63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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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글: 연명의료 (40회)

요양원 가는 길
조현두 의학박사의 요양병원 이야기

카톡을 하다가 아내가 갑자기 깊은 한숨을 쉬었다. 무슨 내용인지 물어보니 얼마 전 아내의 오랜 친구가 모친상을 당하고 연로한 부친만 시골에 남아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야기를 간단하게 정리해본다.

아내 : 상 치르느라 고생 많았지요. 정리되면 언제 한번 볼까요?

아내 친구(이하 친구) : 초대는 고마운데 전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서요. 아버지를 평생 살았던 고향을 떠나 서울의 요양원으로 모셔야 할 형편이네요. 하필 어버이날에. 올해 어버이날은 너무 심란합니다. 지금 시골에 왔어요. 어머니 돌아가신 후 유품도 정리하고 아버지 요양원 가실 짐을 정리해드리려고요. 트렁크 한 개로 만드시라고 해도 아버지는 사진 앨범 몇 권을 꼭 가져가려고 하네요. 트렁크에 옷가지만 해도 가득한데.

아내 : 어쩌지요? 마음이 아파서. 같이 지낼 때는 모르다가 한 분 가시니 정리할 일이 많지요? 아버지 힘들지 않게 형제들끼리 잘 의논해서 집 근처로 모시는 게 어때요? 서울은 말투부터 다르고 인심도 다르고 친구도 없고.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나네요. 아버지 입장이 되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요. 며느리보다 자기가 자주 찾아뵈어요.

친구 : 큰오빠(장남)가 가톨릭 재단에서 운영하는 인근의 요양원에 예약을 해두었다고 해요. 큰오빠가 서울에 있었던 관계로 여태까지 동생들에게 미루었던 숙제를 하고 싶어 하네요. 요번 일은 그저 입 꼭 다물고 따르려고 합니다. (먼저 가신) 어머니도 그리 원하실 것 같네요. 

아내 : 아버지가 건강하셔서 식사 문제만 해결되면 고향 집에 계셔도 좋을 것 같은데 식사 준비를 전혀 못 하신다고 하니 안타깝네요. 

친구 : 아버지도 모든 것을 내려놓으신 듯해요. 처음엔 우시기만 하다가 큰아들이 몇 번이나 이야기하니 흐름에 체념하고 큰아들 따라가기로 했어요. 어쩌면 새로운 도전을 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시골집도 처분할 예정이라 친정집이 없어진다는 생각에 마음이 심란합니다. ‘흔적’이란 의미를 깊이 생각 안 하려고 애씁니다. 

아내 : 하늘에 계신 어머니가 잘 도와주실 겁니다. 마음 편하고 먹고 언제나처럼 부모에게 후회하는 말이 안 생기도록 잘 해드려요. 자기도 마음 다잡고 잘 살고. 알았지요?

카톡의 내용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 남자가 먼저 죽으면 여자는 큰 문제 없이 여생을 보낸다고 한다. 자녀 집에 가 손주들을 돌봐 주기도 하고 음식 준비나 집안일을 평생 해왔기 때문에 여자는 자녀들에게 큰 도움이 되기도 하고 혼자서도 큰 불편 없이 사는 것이다. 문제는 아내가 먼저 죽는 경우이다. 당장 밥해줄 사람이 없고 집안일을 해본 경험이 없어 곤란하게 된다. 요즘은 동사무소 등 지자체에서 도우미들이 독거노인을 도와주기도 한다. 나도 걱정이 되어 물었다. 

“여보, 혹 당신이 먼저 가면 난 어떻게 해야 해요?”

“일단 작은 아파트로 이사를 하세요. 그리고 오늘부터 나에게 요리를 배우세요. 홀로될 때를 생각해 집안일도 나누어 직접 해봅시다.”

남자들이 퇴직하면 집안일을 아내와 함께해볼 것을 제안하고 싶다. 그리고 요리학원에서 몇 달간 배우기를 추천한다. TV에서 남자들이 퇴근 후 요리학원에 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나이 지긋한 분, 젊은 사람 등 칠팔 명이 요리를 배우는데 왜 요리를 배우는지 궁금했다. 기자가 인터뷰하니 이유도 아주 다양했다. 부인을 사별한 사람, 객지에서 생활하는 중년, 혼자서 사는 청년들의 사연이 있었다. 이유가 어떻든 혼자가 된 남자는 식사가 큰 문제이다. 아내가 여행을 가거나 아파 입원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사 먹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요리를 배워 스스로 음식을 해 먹어 보고 아내에게 요리를 해주기도 하길 추천하고 싶다. 시중에는 즉석 음식이 많아 조금만 배워도 이런 손쉬운 음식으로 식사를 잘 해결할 수 있다.

아내 친구의 아버지도 식사 문제만 해결할 수 있었다면 정든 고향을 떠나 낯설고 물선 서울까지 가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고, 집까지 팔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고, 마음 편한 고향에서 오랜 친구들과 여생을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정년이 되면 요리와 가사에 적극 참여하여 같이 해보자. 최근에는 남성의 평균수명이 여성과의 격차를 꾸준히 따라잡아 2019년에는 남성 79.7세, 여성 85.7세로 6년의 차이로 줄어들었다. 돌봄이 필요한 남성들이 확연히 많아지고 있다.

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시면 자녀들이 병들고 노쇠한 아버지를 요양 시설로 보내면서 집까지 처분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병이 낫더라도 돌아갈 집이 없어 요양 시설에 죽을 때까지 있어야 하는 안타까운 사정도 흔히 본다.

50대 이상 중년, 노년 남성들이여. 요리를 배우자. 음식 만들어 먹기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필수 시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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