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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를 정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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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64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21-11-01 신문면수 10면 카테고리 종합 서브카테고리 시방정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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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 필자법명 혜해스님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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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1-11-05 15:19 조회 2,65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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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를 정대하며
10‧27법난 추념 전국승려문예공모전 대상작

생각한다

 

우리의 가사는

무엇으로 하여 고귀한가

 

시월의 가사를 정대하며

그의 씨실은 쓰라린 계절로

그의 날실은 무심한 세월로 짜였음을

 

그리하여 그리도

묵직함을

그럼에도 그렇게

단정함을

 

생각한다

때로

 

내 몸이 바늘이라면

쓰라린 계절 무심한 세월

한 귀퉁이에

무거움도 단정함도 이제는 지친

낡은 천들 거두어

상한 데, 거친 곳 오려 달래며

새로 한 벌 기워내면 좋겠다

 

생각한다

 

가끔은

참 맑은 날

하얀 햇볕에 종일 널어두고서

한가득 바람과 놀게

너른 품 풀향기 짙게,

잊게

둘 텐데

 

핏빛 공포도

잿빛 참상도

시대도

절망도

모진 매질도

 

뼈 드러내는 결기도

벙어리 같은 장엄도

숨죽여 우는 긴밤도

피멍울 같은 신심도

 

잘 마른 황토빛 자락

바삭한 옷감 그속에 묻히게

넉넉한 물결에 잠기게,

담기게

 

스윽

가만히 만져볼 텐데

 

스륵

고개를 숙여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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