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할 것인가, 보시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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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63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21-10-01 신문면수 10면 카테고리 종합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필자명 한주영 필자법명 - 필자소속 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1-10-05 13:15 조회 2,699회본문
저축할 것인가, 보시할 것인가
인류에 의한 기후변화에서 자본주의에 의한 기후변화로 ... 움켜쥐고 쌓아 두려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위기 가속화
‘이 사람은 영리해서 벌써 양식을 저축해 두었구나. 나도 이번엔 3일 분의 양식을 저축해야겠다.’ 그 사람은 곧 3일 분의 양식을 저축했다.
‘이 사람은 영리해서 먼저 3일분의 양식을 가지고 왔구나. 나도 저 사람을 본받아 5일분의 양식을 저축해야겠다.’ 그때 중생들은 서로 다투어 저축했다. 그러자 맵쌀은 거칠고 더러워지더니 등겨가 생겼고, 그것을 벤 뒤로 다시는 나지 않았다.
그들은 다시 서로 말했다. ‘우리는 땅을 갈라 따로따로 표지를 세우자.’ 그리고 곧 땅을 갈라 따로따로 표지를 세웠다. 경계를 정하자 점점 도둑질할 마음이 생겨나 남의 벼를 훔쳤다.
『소연경』
‘우리들이 너무나 많은 악을 쌓았기 때문에 이런 난리를 만나 친족들은 죽고 가족들은 망가졌다. 이제는 조금씩이라도 함께 선을 닦아야 하겠다. 무슨 선을 닦아야 할까? 마땅히 살생을 하지말자.’
중생들은 모두 자애로운 마음을 품고 서로 해치지 않는다. 그리하여 중생들 육신의 수명이 점점 불어나 10살이던 수명이 20살이 될 것이다. 20살 때의 사람은 또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우리들은 조금씩 선을 닦아 서로 해치지 않았기 때문에 수명이 늘어나 20살이 되었으니, 이제 다시 조금 더 선한 일을 닦자. 마땅히 어떤 선을 닦아야 할까? 이미 살생은 하지 않게 되었으니 이제는 도둑질을 하지 말자.’ 그리하여 이미 도둑질하지 않기를 닦으면 수명은 늘어나 40살이 될 것이다.
『전륜성왕수행경』
지금 우리는 인류세라는 새로운 지질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말한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고,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높아졌으며, 탄소, 질소, 인 순환에 변동이 일어났는데 이러한 변화가 인류에 의해 일어난 변화하는 것이다. 이런 과학자들의 주장은 소수의 의견이 아니라 이미 95% 이상 다수의 과학자들이 정설로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기후위기는 어떻게 오는가.
냉해와 태풍의 피해로 1년 농사를 망친 농부와 빚더미에 앉은 양식업 종사자, 바다에 나가도 예전처럼 물고기가 잡히지 않아 기름값도 안 나온다는 어부, 폭염에도 목숨 걸고 일터에 나가는 현장노동자와 옥탑방 사람들, 그리고 홍수와 집중호우에 가슴 졸이는 저지대, 저층에 거주하는 사람들. 이제 해마다 반복되고 더 심해지고 더 길어지는 장마와 폭우와 폭염 등으로 사람들의 고통은 더욱 가중될 것이고 인명피해도 늘어날 것이다.
기후변화로 농사지을 수 있는 땅 자체가 줄어들고 이상기후로 수확량도 줄어든다. 세계 곡물가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식량자급률이 20%대인 우리나라는 돈만 있으면 식량을 살 수 있다는 생각으로 농업을 등한시하고 여전히 공업중심의 산업구조로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지만 식량이 부족해지면 곡물 수출국에서 수출을 하지 않게 되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돈이 있어도 식량을 살 수가 없고, 심각한 식량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인류에 의한 기후변화 그래서 인류세라고 하지만 최근에는 인류에 의한 기후변화가 아니라 자본주의에 의한 기후변화라는 말이 있다. 개인으로서의 인류가 아니라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이 낳은 결과라는 뜻이다. 앞에 경전에서 ‘저축’이라는 행위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긍정적이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땅을 구분 짓는 행위로 인해 도둑질이 생겨나고 이로 인한 다툼과 폭력 등의 악행이 줄줄이 일어났다. 우리가 그토록 신봉하는 자본주의에 대해 깊이 성찰해 보아야 한다. 우리의 탐욕을 제도화하고 있는 사회제도를 어떻게 바꿀 것이며 그러기 위해 우리는 어떤 심성을 가지고 어떤 삶의 태도를 가져야 할지 함께 고민하고 실험해 보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위 경전에서 해결방법으로 첫 번째는 살생을 하지 않고 자애로운 마음을 갖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도둑질을 하지 않는 것이다. 불자의 5계의 순서와 같다. 대승불교에서 보살의 첫 번째 수행은 ‘보시’다. 보살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자애심을 가지고 베푼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함께 행복해지기 위해서 당연한 행위인 것이다.
인류에 의한 생물대멸종을 막기 위해 우리는 자비심을 가지고 서로를 보살피고 가진 것을 나누어야 한다. 기후위기로 사회는 더욱 혼란스럽고 사람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질 것이다. 움켜쥐고 쌓아 두려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우리 사회는 더욱 불안해지고 기후위기는 가속화될 것이고 결국 파국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러지 않기 위해 이제 성장과 소유를 통한 행복추구의 사회를 돌이켜야 한다. 불자들의 깊은 고민과 노력이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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