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 속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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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3호 발행인 안종호 발간일 1996-03-18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생각하는 열매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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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3-31 12:28 조회 4,676회본문
헛된 망상으로 서로를 오해하고 다투다니
어느 젊은이가 아름다운 아가씨와 결혼을 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 니다. 하루논 젊은이가 색시에게 말 했습니다.
“여보, 부엌에 가서 술을 좀 가져 오시오. 우리 둘이 오랜만에 여기서 한잔합시다.”
색시는 술상을 푸짐하게 차리고는 부지런히 술항아리 뚜껑을 열었습니 다. 그런데 항아리 속에서 왠. 미인이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색시는 그 미인이 술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라는 것도 모르고 벌컥 화를 내며 남편에게 뛰어가서 따지기 시 작했습니다.
“당신 어쩜 나한테 이럴 수가 있 어요. 결혼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다른 여자를. 그것도 몰래 집안에다 숨겨놓고 시치미를 떼고 있다니….”
색시는 드디어 울음을 터트렸고 영문을 모르는 젊은이는 난데없이 부인이 화를 내며 울고불고하는데 놀라기도 하고 또 억울하기도 해서 무슨 일인가 싶어 자기도 부엌으로 가서 항아리 속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러자 그 항아리 속에서 늠름한 한 젊은이가 노려보고 있지 않겠습니까. 이번에는 남편이 화가 잔뜩 났습니 다.
“음, 집안에 젊은 녀석을 숨겨놓고 있다가 들킬 것 같으니까 오히려 내 게 뒤집어씌우려고. 이런 못돼먹은 여자를 내가 부인이라고 믿고 살았 다니 참을 수가 없다.”
남편은 성을 나서 부인에게 큰소 리를 치며 야단이었습니다.
드디어 싸움이 되고 말았습니다. 평소 금술 좋기로 소문난 두 사람이 서로 욕하고 싸우는 소리로 동네가 시끄럽자 사람들이 하나둘 구경을 나오기도 했습니다.
마침 이웃의 친하게 지내는 어른 이 싸우는 소리를 듣고 찾아와서 두사람을 간신히 뜯어말리고 사연을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난 그 어른은 두 사람이 어찌나 서 로 자기가 본 것이 확실하다고 우겨 대서 할 수 없이 직접 확인하기 위 해 부엌에 가서 술항아리를 열어보 았습니다
보런데 뚜껑을 열자 항아리 속에 는 아름다운 미인도 늠름한 젊은이 도 없고 다만 나이 많은 어른 한 명 이 점잖을 빼며 지그시 쳐다보고 있 을 뿐이었습니다. 그러자 이 어른은 생각하기를 “옳지, 이 사람들이 나보 다 더 점잖은 어른이 집안에 있으니 까 이젠 나 같은 사람은 멀리하려고 일부러 꾸며낸 부부싸움이었구나”하 고 괘씸해서 말도 안하고 그냥 가버 렸습니다.
서로 내가 본 것이 맞다고 고집을 부리며 억울하다고 분통을 터트리는 부부는 계속해서 시끄럽게 싸움을 했고 아무도 말릴 수가 없을 정도로 싸움이 커져갔습니다.
이때 한 스님이 지나다가 사람들 이 웅성대며 모여있자 무슨 일인가 싶어 가까이 가보니 젊은 부부가 서 로 할퀴며 싸우고 있는 것이었습니 다. 스님이 동네 사람들 몇몇의 도움 을 받아 두 사람을 떼어놓고 나서 모든 이야기를 들어보니 항아리 속 의 사람은 모두 그림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젊은 부부에 게 그것은 그림자라는 것을 여러 가 지로 설명했으나 틀림없이 내 눈으 로 보았다면서 좀처럼 믿으려하지 않았습니다. 하는 수없이 스님은 이 부부를 항아리가 있는 데로 데리고 가서 “그럼 내가 당신들을 위해 항 아리 속의 사람을 나오게 하겠오”하 면서 큰돌로 그 항아리를 때렸습니 다. 항아리가 깨지자 술이 다 쏟아져 서 부엌바닥으로 스며들고 말았으나 사람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어리석도다. 당신들은 술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 때문에 싸우고 있었 던 것이오. 이처럼 허망한 자기의 그 림자 때문에 남을 미워하고 다투는 일은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일이요. 그러니 정신들 차리시오. 그리고 다 시는 이런 헛된 망상 때문에 서로 오해하고 화를 내는 일이 없도록 하 시오.”
비로소 진실을 알게 된 부부는 스 님에게 몇 번이고 절을 하고 서로 화해를 했습니다. (잡비유경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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