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골프장 절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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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5호 발행인 안종호 발간일 1996-07-31 신문면수 2면 카테고리 사설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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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4-04 07:58 조회 5,453회본문
불교계 단결로 유사사태 방지를
세계적 문화유산이 보존되어 있는 가야산 해인사 장경각에서 불과 3.51애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골프장을 건설하겠다고 한다. 그동안 위정자들의 탐욕과 어리석음으로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수려한 경관이 파괴되고 자연계가 몸살을 앓으며 국민건강과 정서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사례는 셀 수 없이 많지만 이번의 경우처럼 충격적이고 무모한 경우는 처음이다.
지난번에는 고속전철의 도심통과로 천년 고도를 망쳐놓겠다고 소란을 떨다가 수많은 양식있는 인사들의 반대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몇 걸음 물러서더니 이번에는 세계의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팔만대장경의 훼손을 묵인하고 있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무분별한 골프장 건설은 지하수 오염과 자연 및 생태계의 파괴를 초래하여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데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천년고찰 해인사 주변에 그것도 나라의 보배요 세계의 자랑인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성스러운 곳에 골프장 건설을 강행하겠다는 것은 민족의 자존심을 허물고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기에 족한 행위이다.
가야산은 다른 국립공원에 비하여 그 규모가 작기 때문에 골프장이 들어설 경우 일부의 환경이 파괴되면 인근지역으로의 피해확대는 급속도로 확산 될 것이라고 한다. 즉 공사로 인해 수목과 표토를 밀어내므로서 보수력 약화로 계곡이 고갈되어 하류 주민들의 식수와 농업용수의 절대부족을 초래할 뿐 아니라 산사태의 위험은 말할 것도 없고 골프장의 농약살포로 인한 지하수 오염과 생태계 파괴, 그리고 무엇보다도 장경각에 미치게 될 나쁜 영향을 고려하면 이곳의 골프장 허가는 절대 철회되어야 한다.
몇몇 공무원의 그렇고 그런 사연에 얽힌 관계로 허가가 났다고 해서 그것을 빌미로 이렇게 엄청난 해악을 초래한다는 것은 아무리 법 만능의 세상이라고 해도 기필코 저지되어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가 다시 한 번 돌이켜 생각해야 할 것은 이런 일이 우리사회에서 다발적으로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사찰 주변의 아파트 및 위락시설 건립, 유적지의 훼손과 방 치, 체육시설을 빙자한 산림과 계곡의 훼손등 자연 환경과 문화유적지에 대한 파괴와 침해는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는 지경이다.
배금주의와 물질만능의 풍조 속에서 개발의 이름을 가장하여 행하여지는 온갖 작태에 대하여 우리 는 심각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번 망쳐지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자연을 파괴하고 문화유산 을 천대한다면 우리의 장래에는 과연 무엇이 남겠는가?
그러나 우리가 더욱 우려하는 것은 이러한 파괴 뒤에 도사리고 있는 우리의 의식구조이다.
이번 일만 보더라도 돈에 눈이 먼 업자들은 차치 하고라도 건설 자체를 허가해 준 행정당국과 그것의 타당성을 법적으로 보장해 준 사법당국의 정신 상태를 의심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자기가 살고 있는 환경을 파괴하고 조상이 물려준 소중한 유산을 천대하는 민족이 어찌 참된 번영과 밝은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겠는가? 요행히 물질적으로는 다소 풍족해 질지 모르나 그것이 다시 스스로를 옭아 매는 사슬이라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불교의 참진리는 비로자나불의 세계속에서 너와 내가 하나임을 진실로 깨닫는데 있다. 환경의 파괴는 반드시 그 과보를 스스로 받게 되어 있다. 우선 나만 잘 살겠다고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파괴하는 것은 결국은 자신을 죽이는 것이다. 이제 우리 불교도들은 이 나라의 자연환경을 지키고 문화유산을 보호해야할 마지막 보루로서 이 민족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야 한다.
이번 해인 골프장의 건립은 반드 시 저지되어야하며 이와 유사한 모든 사태에 대해서도 우리 불교도들은 일치단결하여 불행을 막아야 하며 감시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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