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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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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7호 발행인 안종호 발간일 1997-02-04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일상에서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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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 필자법명 원송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재무부장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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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4-06 18:50 조회 5,04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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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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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송 : 재무부장


지난 여름. 아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땀을 많이 흘리는 나 같이 물렁체질은 그리 굵은 편도 아닌데 여름이면 다른 사람들보다 맥을 못쓰고, 겨울이면 추위를 많이 타기 때문에 어머님께서는 늘 걱정하시곤 했다.

하기사 지난 여름만큼이나 무더웠던 여름도 그리 흔하지는 않았을 것 이다.

그러다보니 옛생각이 난다.

어느 여름방학때 골짜기에 있는 논에 김매기를 하시는 아버지에게 점심밥을 가져다 드린 적이 있다.

 당시 점심밥이래야 아침에 밥할 때 점심까지 한꺼번에 많이 하여 둔 것을 그대로 어머니께서 주시다보니 찬밥 이라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요즘은 논에서 김매기를 하지도 않거니와 전기밥통이라는 것이 있고, 거기다 자동으로 밥이되어 보온까지 겸하고 있으니 식은 밥 먹는 일어 드물다.

어머니께서 싸주신 밥을 함지에 담는데, 그 함지에는 된장과 고추장 이 반드시 들어 있다.

어머님 말씀대로 고추밭에 들려 풋고추 대여섯개 따서 바구니에 담아 옆에 끼고 아버지께서 일하시는 골짜기에 가서 “아부지요 점심가지 고 왔심더” 하면 굽혔던 허리를 펴 시면서 논가로 나오셔서 손발을 대충 씻으시고 감나무 밑 그늘로 오셔서 점심을 잡수시는데, 그야말로 밥한 숟가락에 풋고추 된장 푹 찍어서수 잡수시며 “고추가 그리 맵지가 않구나”하시면서 잡수시던 모습. 

그뿐입니까. 옆집 아저씨는 아주머니가 가져다주는 밥을 잡수시고는 감나무 밑에 배를 하늘로 향하여 코를 드르렁 드르렁 고시며 세상 모르게 주무시던 모습이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있을 만큼 시골 정경은 싱그러웠다. 새삼 옛날의 시골모습이 아련히 떠오르는 것은 번잡한 서울 생활을 시작하면서 출퇴근을 하다보니 그때가 새삼 그리워지기 때문이다.

서울에 부임해 온지 어느새 반년이 지났다. 단 한 번도 지나쳐 보지도 못했던 동대문로를 조금 지나다 중간에서 우회하면 낙산 언덕에 탄탄히도 불심을 심어놓은 밀법도량- 밀인사. 조금씩 익숙해져 가는 길. 주위의 집, 사람들 모두가 서서히 정이 들어간다

처음 이사올 때 떨리고 여유라곤 없던 것에 비하면 그래도 지금은 따뜻이 맞아 주시는 보살님과 서울의 스승님도 계신다. 

넓직한 서원당에는 본존인 관세음보살님의 육자 대명왕진언인 옴마니반메훔이 보살 님들을 맞이 해 준다.

이런 훌륭한 도량에서 수행하니 누가 편시입문호시절이라 했던가.

좋은 시간 보내려 하지민 뜻대로 되지 않고 재무행정이라는, 이래 저래 힘에 벅찬 임무가 주어졌으니 새해에는 무언가 달라져야 겠다는 막연한 생각만으로는 안되는데 하는 고민에 빠진다.

그러나 옛말에 하유경풍이면 동유설이라. 여름이면 시원한 바람이 불고 겨울이면 하얀 눈도 올건데 너무 그리 조급하기 보다는 차근차근 일 배우며 새해에는 꼼꼼히 내실을 다지며 신뢰받는 재무행정이 되었으면 싶다.

재무부 원송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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