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불교사와 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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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호 발행인 안종호 발간일 1995-10-16 신문면수 3면 카테고리 -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필자명 홍윤식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동국대교수/동대 박물관장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3-29 09:59 조회 4,343회본문
밀교, 대승불교의 진면목
대승불교가 일어나면서 외도에 속해있는 대중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외도라고 하여 도외시하였던 재래 토속신앙적 요소들을 불교가 수용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하여 성립된 대승불교의 한 분파를 밀교라 하게 되었던 것이다. 여기서 대승불교의 마지막 전개가 바로 밀교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는 대승불교의 발전이 밀교에 이르러 중지되 었다는 속단이 아니라, 밀교에 이르러 비로소 대승불교의 진 면목을 드러낼 수 있었다는 뜻이다.
다 알다시피 상구보리 하화 중생으로 표현되는 대승불교는 대중의 구제를 목표로 하는 사회적 성격이 강하다. 그런데 밀교는 재래 토속신앙적 요소를 모두 수용하여 이를 불교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대승불교의 목표를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의 불교사는 실로 다양한 사상과 교리, 종파-신앙들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져 전개되었다. 이러한 한국불교사에 있어서 밀교의 수용은 7세기 경 신라불교에서 이루어졌는데, 이 사실은 <삼국유사>에 기록된 명랑법사와 혜통법사와 행적을 통해 알 수 있다. 수용이후 화엄사상의 융성에 힘입어 화엄밀교적 체계를 지니고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신라시대에는 밀의를 행하기 위한 사천왕사 등의 밀교 사찰이 일찍이 창건되었고, 그 절터에서 발견된 것으로 추정 되는 사천왕상은 비록 머리부분은 훼손되어 남아 있지 않지만 한국 불교미술사에서 백미의 우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사에서 신라의 밀교가 얼마나 중대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한편 이와 같은 한국불교사상의 밀교는 나말 여초에 이르러 '한국불교에 새바람을 일으키려 하였던 도선국사와 행적에 의해서도 더욱 구체적으로 파악된다. 또한 <고려사> 에 수록되어 있는 각종 밀교도량의 개설기사는 신라시대를 이어 고려시대에도 밀교가 홍성하였음을 말해준다.
조선에는 전시대보다 두드러지게 밀교적 특성이 나타난다. 즉 조선시대의 불교는 의례불교를 지향하면서 밀교적 전개를 해나갔다고 할 수 있다. 그 몇가지 특징을 들어보면, 많은 진언집이 간행되었고, <조상경> <제불보살 복장단의궤> 등을 간행-유포하여 불상에 대한 밀교적 인식을 두텁게 하였으며 또한 여러 차례에 걸쳐 불교외례집을 정비. 간행하여 올바른 송주를 기하려 하였다.
우리나라 사찰의 밀교적 모습
이러한 역사적 전개가 이루어지면서 오늘날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이 선종적 전통을 표방하고 있지만, 그 신앙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신앙의례에서는 밀교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구보리를 위한 수행생활에서는 참선,염불,주력등 이 한국 불교교단의 수행법으로 오랜 관행을 형성해오고 있다. 오늘날 비록 참선 위주의 수행법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주력적 요소도 완연하게 남아 있다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일반신도들을 대상으로 한 하화중생적인 면에 있어서는 불공-시식등의 밀교적 요소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한국 불교사에서 밀교적 요소는 불교의 전통계승과 불가분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겠다.
밀교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다신교적 민속불교’로 인식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밀교가 지닌 상징체계와 심오한 심비주의에 대한 진지한 이해는 소홀히 하는 경향이 크다. 이에 비하여 달라이라마에 의해 대표되는 티벳의 밀교, 즉 라마교애 대한 세계적 관심은 지대하다. 오늘의 인류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여기서 모색한다는 말이다. 이는 밀교에 대한 새로운 평가임과 동시에, 밀교의 진면목이 인류 사회에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이제 우리 한국불교의 사정을 보자. 먼저 오늘에 전하는 전통적 사원의 가람을 보면 꽤 번잡한 신앙양상을 지니고 있다는데 주목할 수 있다. 일반적 으로 보면 불교에 있어 신앙이 대상이 되는 것은 불상, 혹은 여래상과 여래를 지원하는 보살상이어야 한다. 여기 한가지 더 곁들여 생각하면 소승불교 의 이상인 나한상까지 는 일반적인 상식으로 불교의 신앙대상으로 포함시킬 수 있 다.
그러나 실제 오늘의 한국사원을 찾아보면 그렇지 않다는 데 놀라게 된다. 우선 사원입구 에 들어서면 인왕상-금강역사상을 접하게 되는가 하면, 사천왕상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사원 중심부에는 대웅전-대적광 전 혹은 아미타전-약사전 등으로 칭해지는 법당이 있어 이 곳에는 불교의 일반적 신앙의 대상이라 생각되는 여래상과 보살상들을 봉안하고 있음을 본다. 이들 법당에는 중심적인 여래상과 보살상만을 불단에 봉안하고 있어 별로 이상하게 생각되는 대목이 없으나, 여기서도 중심적인 여래상과 보살상이라 하지만 그 다양성이 우리의 머리를 역시 복잡하게 만 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컨 대 여래상만 하더라도 석가여래상만이 아닌 법신 비로자나불과 보신 노사나불을 합쳐 소위 삼신불 체계에 의한 여례상을 생각하여야만 하고, 한편 과거-현재.미래불의 삼세불체계에 의한 여래상이 있는가 하면, 또는 석가아미타-약사의 삼여래의 여래상이 있다.
그런데 이들 여래상은 각각 좌우협시의 보살상을 지니고 있다. 그런가 하면 보살들이 한 편으로는 여래의 협시로서 봉안되고 있기도 하고, 다른 한편 으로는 독존으로도 봉안되면서 보살상은 보살상대로의 협시를 지니는 경우도 있어 여간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 아니다. 더 나아가 보면 법당내에 는 불보살상만 봉인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각종 불화가 봉안되어 이들도 모두 신앙의 대상 이 되고 있으니 더욱 복잡해진다.
법당 안에는 상단,중단,하단 의 불단이 어김없이 마련되고 있는데, 상단에는 불보살상을 봉안하고 있고, 보통 불단을 향한 좌측 벽면에 마련되는 중단 에는 불법을 보호한다는 호법 선신으로서의 무리를 그린 신중도가 봉안되고 있다. 하단은 보통 신중단(중단) 맞은 편에 마련되고, 여기에는 원래 신중 도에서 다시 분화되어 신중 원래의 성격이 강도된 신격이 봉안되지만, 요즈음에는 망자의 위패를 봉안한 영단으로서 영혼천도와 관계되는 감로탱화 등을 봉안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법당 뒷편 으로 돌아들면 산신각-칠성각 혹은 삼성각 등이 있어, 여래상 이나 보살상이 아닌 다른 존상들을 봉안하여 놓고 신앙행위를 영위하고 있음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밖에도 가람신을 봉안한 국사단을 둔 사원도 있고, 조왕단을 설하 여 놓고 있는가 하면, 용왕단을 설해 놓기도 한다. 그야말로 다양한 신앙의 대상을 봉안하여 놓고 있는 것이 한국사원의 가람양상이다.
이상과 같은 한국 전래사원의 가람양상을 놓고 이견이 분분하다. 이교도들에 의한 극단적인 표현은 한국불교를 다신교로 인식하거나, 더 나아가 불교는 미신적이고 원시적인 종교이다 라고 하는 잘못된 이해 를 낳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불교를 다소 이해한다는 사람 들도 잡탕불교라는 말을 쓰면서 비판의 소리를 하고 있음을 가끔 보게된다. 이러한 그릇된 인식은 한국불교가 모든 종파 를 초월한 통불교적 성격을 지 니고 있음을 바로 알지 못한 까닭이다. 여기에 덧붙여 빠뜨려서는 안될 것이 그것은 다름 아닌 한국가람구조의 밀교적성격 때문에 그러하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밀교는 원래 다신교적 성격에서 배태되었고, 다신교적 양상을 결코 배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밀교가 다신교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신교적 양상을 모두 포용하되 이들 하나의 정연한 체 계에 의하여 아우르고 있는 이른바 통일적 다신교의 성격을 지닌다는 것이다. 즉 여러 여래상을 봉안하되 삼신불체계나 삼세불체계에 의하여 봉안하고 또 여래상-보살상-신중상까지 를 같이 봉안하되 아무렇게나 봉안하는 것이 아니라 상-중-하라고 하는 삼단체계에 의하여 봉안하고 있는 것 등이 그러하다. 한편 법당을 위시한 여러 전각을 많이 짓되 아무렇게나 짓는 것이 아니라 신앙의 기능에 따른 정연한 체계에 의 하여 가람의 배치를 이룩하고 있는 것 등이 모두 그러한 경우에 속한다.
지금까지 한국불교사에서 밀교적 요소는 대체로 부정적으 로 인식되어 왔다. 이는 밀교 자체가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보는 시각이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밀교는 철저한 ‘긍정주의’이며 철저한 ‘조화주의’이다. 그러기에 부분적인 요소만으로 부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거나 속단해 버려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는 보다 더 큰 그릇으로 모두를 포용하는 밀교적 포용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파악하지 않으면 안된다.
밀교는 결코 미신적인 것이 아니다. 부분만 가지고 보면 그렇게 보이기도 하지만 이를 ‘전체와 부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부정으로 끝나지 않는다. 밀교의 긍정주의와 조화주의를 우리는 깊이 인식하여야만 한 다. 그리고 이같은 밀교적 기능을 오늘의 사회에 어떻게 인식 시켜 나갈 것인가를 깊이 생각 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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