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환을 없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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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6호 발행인 안종호 발간일 1996-11-18 신문면수 2면 카테고리 기자 수첩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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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4-05 08:52 조회 5,105회본문
허례허식은 죄업을 짓는 일
꽃은 심성을 순화하는 식물이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악한 사람 없다’는 말이 있다.
불교에서는 부처님께 올리는 최고 공양물로 꽃을 꼽기도 한다. 서양에서는 경삿날 꽃을 선물로 보내는 풍습이 있다. 이것이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개업집 주변에는 어김없이 친지나 가까운 사람들로 부터 보내온 화환이 풍성한 미래를 기원하며 서있다. 다른 사람의 집을 방문할 때도 꽃이 있고, 연인들 사이에서는 애정의 징표로 꽃을 선물하기도 한다. 또 나쁜 일에도 꽃이 빠지지 않는다. 꽃을 들고가 아픈 사람을 위로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꽃을 선물해 상대를 더욱 기쁘게 하거나 위로하는 것은 아름다운 풍속이다.
최근 불교계에서도 꽃선물이 유행 하고 있다. 어떤 종류의 행사에 가더라도 보낸 사람의 이름이 대문짝만 하게 써진 대형화분과 하루가 지나면 시들어버릴 값비싼 화환이 행사장 입구에 늘어서 있다. 화환이 많이 늘어서 있어야 그럴듯한 잔치로 보이는게 불교계 행사의 현주소다. 그래서 누구를 막론하고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이름이 나붙은 화환을 행사장 입구에 세워놓기 위해 안달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막상 행사장에는 그들이 참석하지 않아도 국회의원 000라는 이름의 화환은 있는 것이다. 그 국회의원이 화환을 보낸 것이 아니라 주최측에서 행사에 무게를 싣기 위해 자체에서 마련한 것도 있다고 한다.
이 꽃들은 하루만 지나면 시들어 쓰레기로서 골치거리가 된다. 그러나 꽃을 장만하기 위해 드는 비용은 엄청나다. 화환 한 개당 15만원 정도이니 열 개만 해도 최소한 1백50만원 인데 이돈이면 불우이웃을 도와주어도 여럿을 도울 것이고 아프리카의 굶어 죽는 어린이도 수천명은 구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거액을 단 한 번의 전시효과를 위해 써버리는 것이다.
불교는 자비사상을 주요사상으로 삼고 절약을 주요덕목으로 여기고 있다. 화환 마련을 위해 사용되는 을 아껴 고아원이나 양로원을 방문하고 고학생에게 장학금으로 주는등 불우이웃돕기에 사용하는게 올바른 불교인의 행동일 것이다. 한번의 생색을 위해 거금을 낭비하는 것은 분 명 죄업을 짓는 일이다.
굳이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면 작은 화분 하나를 선물하거나 금일봉을 전달해 주최측에서 요긴하게 쓰도록 하는게 훨씬 보람된 일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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