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멸연기의 공덕을 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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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호 발행인 안정호 발간일 1996-01-01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필자명 조용길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철학박사, 동국대 불교대 교수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3-31 05:29 조회 5,652회본문
뒹구는 낙엽, 정처 없이 휘날리는 그들이지만 그들 은 새봄을 기약하는 모든 생령들의 피와 살이 될 것이다. 어둠과 고요와 차가움이 교차되는 스산한 계절, 동장군은 기승을 부릴 것이다. 이러한 작용은 또다른 풍요와 환락과 안양의 삶을 약속하는 긴긴 겨우내의 잠을 위함일 것이다.
선연의 환멸연기는 부처님의 공덕의 세계요 중도의 실의 세계이며 깨우침의 세계요, 빛의 광명인 불광의 세계이다.
이를 일러 불국정토라 하지 않았던가. 오탁악세의 무명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중생중의 중생인 인간은 옹졸하고, 치졸하고, 비겁하고, 탐하고, 성내고, 어리 석은 삼독심에 물들어 스스로의 병인을 알기를 거절한다. 자기가 아는 그 좁은 구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그 구멍에서 허우적거리며 온갖 냄새와 아우성과 매달림과 살상과 파괴와 저주와 협박과 외로움에 휩싸여 갈등과 고뇌의 끝을 알기가 어렵게 되어있다. 이러한 세 계는 유전연기의 끝없는 나락의 지옥이다. 자연신의 세계는 천지의 조화와 균형 을 유지하며 생멸의 순환을 유기적으로 발전시 키고 있다. 그러나 인의 세계는 조상신의 수호신과 악령의 아수라가 뒤엉 켜 복잡다단 한 중생계의 원망과 원혼과 질곡의 현상 계를 주도하고 있다. 우리는 천지신명으로 일컬어지는 온갖 자연신에 대한 축원과 바램을 음력 10월 상달에 바친다.
옛조상들이 계속해 내려온 천신 제사이다. 조상의 수호령을 받드는 제사와 제의는 각기 후손된 당연의 일이며, 무주고혼을 위한 오방내외안위제신진언인 저 나무 사만다 못다남 옴 도로 도로 지미 사바하"는 악 연을 방비하는 진언이다. 우리는 보이는 세계 외에 보이지 않는 세계인 업식의 세계가 있음을 알아야한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빛과 그림자와 같이 언제나 동반하고 있다. 애써 실천하고 정진함은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와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기 위한 것이다.
과다한 물량사회의 끝은 정신세계의 끝이요 파괴며 탁류의 하천이다. 이 하천은 독극물의 세계요, 삼독 미망의 구렁텅이다. 살생하고, 훔치고, 거짓말하고, 이간, 아첨, 저주하는 끊임없는 원망과 증오의 세계에서 원망은 원망으로 증오는 증오로 끝나지 않음을 우리는 잘 알고있다. 이 증오와 원망 의 끝을 보는 것을 해탈이라 부처님은 말하 지 않았던가. 모든 중생성의 암흑에서 벗어나 공덕과 환희와 축복과 희망의 세계를 극락이라 지칭하 시지 않았던가. 살고 죽음이 아니라 생하고 멸하는 세계의 영원한 윤회는 그 윤회를 알든 모르든, 깨닫든 깨닫지 못하든 간에 계속 반복 삼생, 삼생 수억 겁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 이다.
이 세상엔 영원한 것이 없다는 제행무상의 교훈은 적막강산의 계절, 한파의 산천에서 더욱더 절감케 한다. 그러나 계속 다람쥐는 산야를 부지런히 오르내릴 것이고 추위를 피한 만생은 두터운 겨우내 침묵의 단잠을 통해 새봄을 대비할 것 이다.
살아 숨쉬는 것의 의의는 이기적인 자기애욕만의 세계는 있을 수 없다는 것과 더욱 정진과 환멸의 연기를 통한 공덕심의 발로가 유전의 연기를 막는 파사현정의 지름길이 된다는 데 있다. 끝없는 동족살상의 참회기로와 증오의 해탈을 통해「아! 축복받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한 해를 넘기면 서 축원해본다.(253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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