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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덕천녀와 흑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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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6호 발행인 안종호 발간일 1996-11-18 신문면수 7면 카테고리 불교설화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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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4-06 07:59 조회 4,96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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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덕천녀와 흑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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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짝이 없을 만큼 아름다운 절세미녀가 급한 걸음으로 어느 집에 도착하였다. 그 집의 주인은 기뻐 하며 천녀가 자신의 집을 찾은 것을 반겼다.

“대체 어느 곳에서 어떻게 오신 분입니까?” 

“나는 공덕천녀입니다. 내 발길이 닿는 곳마다 금은· 유리· 파려· 진주·  산호· 호박· 마노· 코끼리와 말· 차와 비복 이런 모든 것들이 풍성합니다. 무엇이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얻 을 수 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집주인은 마음이 기쁨으로 넘쳤다. 그는 복신이 오셨다고 갖가지 공양물을 올리고는 공손히 예배했다.

집주인이 그러고 있는 사이, 또 한 사람의 부인이 들어왔다. 그 여자는 공덕천녀와는 반대로 눈을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추악한 몰골이었다. 옷은 남루하고, 먼지와 때가 줄줄 흐르며, 얼굴과 손의 살갗이 터져 그 사이로 살과 뼈가 드러나 보였다. 주인은 몹시 놀라 말도 제대로 못하였 다.

“대체 네 이름은 무엇이냐?”

“내 이름은 흑암이라고 합니다. 내가 가는 곳마다 그 집은 재물이 다 사라지고 망하고 맙니다,”

흑암의 이 말을 듣자 주인은 칼을 빼들고 말했다.

“한시 바삐 나가라. 우물쭈물하면 목숨도 살려두지 않으리라.”

“정말 당신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사람이군요. 조금 전에 먼저 도착한 천녀는 바로 제 언니입니다. 나는 어디를 가든 언니와 함께 다닙니다. 그러니 만약 나를 내쫓는 일은 언니인 공덕천녀를 그대로 물리치는 일이 되는 것입니다.”

도인은 그 말을 듣자 어리둥절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공덕천녀의 말을 듣기로 했다.

“맞습니다. 흑암은 바로 내 동생입 니다. 우리들은 어디를 가든지 항상 떨어지는 법이 없습니다. 언니인 나는 착하고 좋은 일을 하고, 동생인 흑암은 악하고 궂은 일을 합니다. 만약 나를 반긴다면, 내 동생도 나처럼 반겨야 하는 것입니다.”

“언니는 주고 동생은 빼앗는다, 그러니 언니는 복신이고 동생은 가난의 신이란 말이지요? 그리고 둘은 항상 같이 반겨 달라니, 나로선 어쩔 도리가 없군요. 당장 둘다 나가 주십 시오.”

공덕천녀와 흑암은 주인의 말에 따라 그 집을 물러났다. 주인은 마치 악몽에서 깨어난 것처럼 시원하다고 하면서 기뻐했다. 두 자매는 이번에는 어느 가난한 집을 찾았다. 그 집 주인은 기뻐하면서 두 사람을 맞아 들였다.

“아무쪼록 편안하게 쉬어 가십시오.”

그러자 언니인 공덕천녀가 물었다.

“우리들은 이 앞집에서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 집에선 있어 달라고 하니, 무슨 까닭입니까?”

“별다른 이유가 있지는 않습니다. 귀인들이 힘들게 제 집을 찾아오셨으니 머물러 주십사고 청하는 것입 니다."

여기에서 공덕천녀는 생을 뜻하고 흑암은 바로 죽음을 뜻하는 것이다. 범부나 어리석은 사람은 생명을 기 뻐하고 천년 만년 변함없을 것처럼 집착한다. 그러나 생의 바로 뒷면인 죽음에 대해서는 두려워하고 심지어는 미워하는 마음조차 품는다. 그렇지만 보살은 생이 있으면 반드시 늙고 병들어 죽는 노· 병· 사가 뒤따르는 것이 라는 사실을 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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