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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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6호 발행인 안종호 발간일 1996-11-18 신문면수 8면 카테고리 예인을 찾아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필자명 김봉준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화백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4-06 08:21 조회 5,229회본문
민중의 아픔을 저변에 깔고
金奉鵔 화백(43)은 미술의 여러 장르에 손을 대고 있다. 한지 위에 먹으로 밑그림을 그리고 채색을 하는 동양화를 비롯해 강한 개성이 돋보이는 서양화, 그리고 섬세한 조각, 강한 칼자국이 남아있는 판화도 등 미술의 대부분 장르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한 작가가 이처럼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는 일관된 주제의식을 가지고 다양한 장르를 통해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작품을 보면, 깊고 높은 산을 의지삼아 나무가 자라고, 봄이 되면 고운 꽃이 피고, 계곡에서는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사람들 또한 산을 의지해 소로써 밭을 일구고, 장작을 만들어 내다 파는 등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가 그의 그림에 보인다. 인간이 자연의 우위에 있지도 않고, 또 자연을 두려워하는 것도 아니다. 상부상조하는 인간과 자연이 있을 뿐 이다. 그림 속의 풍경은 과거 우리민 족의 삶의 공간이고, 지금의 우리가 그리워하는 평화로운 세계다.
그가 30대에 그렸던 그림을 좋아 하는 사람들은 그를 변절했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때 그린 그림들은 검고 굵은선으로 도시의 가난한 삶, 농 촌의 현실적 절박한 문제등 주변의 현실에 대한 인식이 강하게 드러나 고, 공동체 삶을 추구하는 의식이 반영돼있으며, 주변의 불행을 아파하는 고뇌가 직접적으로 표현돼 있다.
당시의 어느 그림을 보더라도 더불어 잘살고자하는 의식이 담겨 있는 것 이다.
그런 그림을 그리던 그가 예술지 상주의자들의 산물인 듯한 현실과는 무관한 이상적인 세계의 표현에 몰두하는데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사 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주제 의식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그는 더불어 잘사는 사회를 꿈꾸며 가난한 이웃의 삶에 함께 고통을 느끼는 것이다. 그의 현실인식이 과거에는 포장되지 않은채 그대로 내보였다면 지금은 예술의 형태로 승 화된 것이다.
“이상적인 평화로운 세계가 만들 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구성원 개개인이 원만한 인간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내가 변하면 세상이 변한다는 말처럼 다른 사람이 바뀌길 기대하기 이전에 내가 이상 세계와 어울리는 인격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요.”
그가 터득한 이상세계는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룬 세계라고. 즉 개인과 세계가 하나가 된 상태인 것이다. 즐겨 표현하는 신명의 상태도 위의 의식과 무관하지 않다.
신명의 상태에서 인간의 의식은 한없이 확대 돼 나와 너의 구별이 없는 상태에까지 이르게되는 것이다.
“아름다운 원래의 자연과 지금 리가 접한 오염된 자연의 차이를 고발해 환경의식을 일깨우고자하는 의지도 담겨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환경운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월간「환경운동연합」에 매 달 그의 그림을 싣는 다고 한다. 진정으로 좋은 세상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자연과 더불어 존재해야 한 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어느 하나가 지나치게 커져버려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의 예술세계가 불교적으로 완성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불교의 이상인 보살도의 상구보리 하화중생 가운데 초기에는 하화 중생에 민감했다면 지금은 하화중생 을 통해상구보리를 체득했다고 할 수 있다.
불교미술과의 인연은 오래된다. 홍익대 조소과에 적을 둔 4년 동안 그는 민화와 불화를 배우기 위해 봉원사의 인간문화재 송암스님을 열심히 찾아 그 화법을 전수받은 것이다.
“불화를 그리고 있으면 선의 경지에 든 만큼 고요한 경험을 하게되요. 그토록 산란하던 마음이 일념으로' 가라앉지요.”
그러나 그가 기존의 불화에 전적으로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옛날의 불화를 앵무새가 사람의 말을 흉내 내듯 그대로 따라그리는 것은 무의미하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옛날의 불화로 학습하되 자신의 모습을 담은 불화를 새로 창조해야 한다는 것 이다. 즉 자기만의 부처를 만들어내 야한다고.
현재 그는 강원도 원주군 문막면 취병리 진밭에 농가를 구입해 자연의 변화를 관찰하며, 작은 텃밭을 가꾸며, 그림을 그리며 살고있다. 지금 까지 20여년을 그림에 몰두해온 그 는 개인전 9회를 비롯 다수의 단체 전을 통해 강한 현실인식을 보여왔다. 현재는 올연말 출간예정으로 그림과 산문이 있는 단행본을 준비하고 있다.
(0371)731-6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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