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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을 통해본 경제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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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7호 발행인 안종호 발간일 1997-02-04 신문면수 5면 카테고리 -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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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박경준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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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4-06 18:16 조회 5,26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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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을 통해본 경제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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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는 지난 해 11월 20일 제1기 불교소비자대학에서 강의한 내용을 축약한 것이다.


1. 생산

원시경전에는 생산주체와 관련된 산업으로 농업과 목축업을 자주 언급하고 있으며 특히 도로와 공익사업에 대한 긍정적 공덕이 경전의 여러 곳에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생산과 관련된 교설은 분배문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빈도가 낮은 편이다. 그 까닭은 아마 인도라는 지리적 조건에서 기인하고 있을 것이다.

석존 당시에 있어서는 모든 사람 들이 협력하여 노동하는 협업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기 때문에 생산의 문제는 심각한 것이 못 되었고 반대  분배의 공평을 기하는 적정분배가 강조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생산과 관련된 교설이 분배 보다 상대적으로 적다고하여 불타가 생산활동 자체를 낮게 평가했다고 보아서는 곤란하다. 

그것은 분배와 관련된 보시의 덕목이 강조되고 있는데서 비롯되는 결과일 뿐이다.

“비구들이여, 어떤 상인이 오전에 열심히 업무에 힘쓰고 낮에도 열심히 업무에 힘쓰며 오후에도 열심히 힘쓴다 하자. 비구들이여, 이러한 삼법을 성취하는 상인은 능히 아직 얻지 못한 재산을 얻고 또 이미 얻은 재산을 증식할 증식할 수 있을 것이다.” (남전대장경 17, P188)

불타의 교설은 어떤 직업에 종사 하든 근면과 검소로써 직책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권하고 있다.

근면과 검소는 부를 생산하는 기본적인 두 축이다.

사실상 이들 덕목은 재가신자들에게는 재산을 증식하고 유지 상속하는데 따른 윤리적 틀로서 작용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의 축적 은 자본주의 목표인 이윤의 무한 추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여라는 올바른 쓰임을 통해서 생천이라는 종교적 기제와 연결되어짐으로써 생산활동과 부의 증식에 종교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교설은 무소유의 해탈을 주장하는 불타의 근본적인 가르침과 비교해 볼 때 일견 상호 모순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문제의 해답은 교단구조의 이원적인 성격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세간과 출세간은 대립과 모순의 구조가 아니라, 상호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보완 관계이다. 

세간은 공덕전인 출세간을 통해서 시여의 덕을 실천함으로써 경제생활의 윤리적 근거를 확립하며 종교적 목표에 도달하 게 된다. 한편 출세간은 세간의 도움 로 교단을 유지하고 종교적 이상 을 실현하는 것이다.


2.소비

소비란 경제활동을 하는데 있어 재화나 서비스의 처분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모든 경제행위는 결국 소비와 관련되어지는 것이다. 

잡아함이 설한 재가자의 재산운영에 관한 사분법은 소비의 측면에서 보면 모두 재의 합리적 소비에 대한 규정이라 고 할 수도 있다. 즉 사분법 중 1/4 에 해당하는 생계비는 개인적 소비 이고 생업을 경영하는데 사용하는 2/4는 생산적 소비이며 궁핍에 대비 하여 저축하는 나머지 1/4은 장래에 대한 소비라 할 수 있다. 

사분법은 저축과 재생산의 투자를 확대시킴으로써 소비에 있어서 낭비의 요소를 줄이고 검소와 절약의 생활로 인도 되도록 구성된, 건전한 윤리를 기초로 한 합리적 소비패턴임을 금방 알 수 있다.

소비생활이란 재화에 대한 인간의 무한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과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러나 재화는 한 정되어 있기 때문에 재화와 욕구는 긴장관계에 있게 된다. 

슷타니파타는 이러한 긴장관계를 유발시키는 원인인 욕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한다.

“욕망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이 생각대로 잘되면, 그는 인간이 갖고자 하는 것을 얻었기 때문에 기뻐한다(766)

욕망을 이루고자 탐욕이 생긴 사람이 만일 욕망을 이루지 못하게 되면,그는 화살에 맞은 사람처럼 괴로 워하고 번민한다(767)

뱀의 머리를 밟지 않으려고 조심 하는 것처럼, 모든 욕망을 피하는 사람은 바른 생각을 하고, 이 세상의 애착을 넘어선다(768)

농토·집터·황금·마소·노비·고용인·부녀자· 친척 그 밖의 여러 가지를 탐내는 사람이 있다면(769)온갖 번뇌가 그를 이기고 위험과 재난이 그를 짓밟는다. 그러므로 괴로움이 그를 따른다. 마치 파손된 배 에 물이 새어 들듯이(770)

그래서 사람은 항상 바른 생각을 지키고 모든 욕망을 회피해야 한다. 배에 스며든 물을 퍼내듯이, 그와 같은 욕망을 버리고 강을 건너 피안에 도달한 사람이 되라(771)

불타는 욕심을 적게하고 만족할 줄 알라고 가르친다. (少欲知足)

이 소욕지족의 가르침을 소비와 관련지워 생각해 본다면, 이것은 최소한의 소비로써 인간의 만족을 극대화 시키고자 하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소욕으로 만족할 줄 알 때 인간관계 는 긴장과 갈등이 제거되고 우호적인 삶으로 바뀌어 갈 것이다.


3. 아난의 교훈

원시경전에서는, 재화의 소비는 종교적 목표를 실현하는 수단으로서 합리적인 계획에 의해 정당하고 균형에 맞게 사용되고 또 축적할 것이 권장되고 있다. 소비에 있어서 검소와 절약은 욕망을 절제하는 불타의 근본교설이 경제활동이라는 구체적 생활의 윤리로서 표현된 것이다.

검소와 절약에 대한 아난의 태도는 매우 감동적이다. 아난은 이렇게 말한다

“비구들이 입고 있던 낡은 옷으로는 이불덮개를 만들겠습니다. 떨어진 이불덮개로는 베갯잇을 만들겠습니 다. 헌 배갯잇으로는 방석을 만들겠 습니다.

떨어진 방석은 발수건으로 쓰겠습 니다. 낡은 발수건으로는 걸레를 만들겠습니다. 낡은 걸레는 가늘게 썰  진흙과 섞어서 벽을 바르는데 쓰 겠습니다.”

결론적으로 석존은 일반인들에게 재산의 축적을 권장하기는 하였지만, 그것은 결코 개개인의 이기적 욕망 이라든가 이윤의 무한추구를 위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요컨대 재산의 축적은 사회적 복리 증진을 그 목표로 해야 한다는 것이 불교의 기본 입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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