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대신 자기 몸을 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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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0호 발행인 안종호 발간일 1998-04-07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불교설화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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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4-11 06:42 조회 4,801회본문
대지도론 권제사(大智度論 拳第四)
옛날, 자비심이 많은 임금님이 살았다. 그 나라 백성들은 부모같은 임금님을 너무나 존경하고 있었다. 자비심을 많이 베푸는 임금은 언젠가는 부처님처럼 깨달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햇살 고운 어느날, 임금이 궁궐 뜰 안을 거닐고 있을 때였다.
’“ 살려주세요"
어디서 왔는지 하얀 비둘기 한 마리가 임금의 품속으로 날아 들어 왰다. 깜짝 놀란 임금이 그 새를 내놓으려고 하자 새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구나 싶어 담장 밖을 보는데 아니나 다를까 나무가지 위에 커다란 매 한 마리가 눈을 무섭게 빛내며 앉아 있었다.
“그 비둘기를 내놓으십시오 임금님의 품에 숨어 들어간 그 녀석은 저의 저녁거리입니다.”
임금은 매의 눈빛이 무서웠지만 못 본 체 하며 이렇게 말했다.
“네게 이 가여운 새를 줄 수가 없구나. 내가 부처가 되려고 서원을 세울 때, 모든 중생을 다 구호하겠다고 결심했거든.”
그러자 매는 화가 난 듯이 임금에게 따져 물었다.
“임금님. 모든 중생 속에 나는 들어가지 않습니까? 배 고픈 저한테는 자비를 베풀지 않고, 저 비둘기에게만 자비를 베푸시는군요 저는 지금 몹시 배가 고프니 먹이를 돌려주세요.”
임금은 매의 마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지만 무서움에 떨고 있는 새를 차마 내주기가 어려웠다.
“이것을 네 먹이로 줄 수는 없고… 그런데 너 는 어떤 것을 먹고 싶니?”
“임금님. 저는 갓 죽인 날고기가 먹고 싶습니다.”
매의 말을 들은 임금은 속으로 생각했다.
‘날고기라면 산 목숨을 죽이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것인데, 그렇다고 하나를 구하기 위해서 다른 목숨을 죽게 할 수는 없고… 옳지, 내 몸은 오래지 않아 죽고 말 것이니 차라리 내 몸을 주자.’
임금은 선뜻 자기의 다릿살을 베어 매에게 주었다. 그러나 매는 임금이 준 다릿살은 거들떠도 보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임금님. 그것으로 제 주린 배를 채울 수 없 습니다. 주시려면 저 비둘기 무게 만큼 주십시요’
임금은 기가 막혔지만 매의 말이 맞는 것 같아 신하에게 저울을 가져 오라고 시켰다.
저울 위에다 자기의 다릿살과 비둘기를 양쪽에 올려 놓으니 과연 비둘기 쪽이 기울어졌다. 임금은 자기의 다른 한 쪽 다릿살을 더 베어 저울에 올려 놓았지만 비둘기 무게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그래서 두 발꿈치, 두 엉덩이, 두 가슴 살을 베어 달았지만 비둘기 무게보다 가볍기만 했다. 마침내 임금은 자기의 온 몸을 저울 위에 올려 놓으려고 몸을 움직였지만 많은 피를 흘리고 기운이 빠져 그만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러나 쓰러져 고통에 일그러져 있어야 할 임금의 얼 굴은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누구를 원망하거나 자신이 한 일을 후회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뭇중생들의 고통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모든 중생은 다 고해에 빠져 있다. 나는 그들을 건져 내야 한다. 이 고통도 중생들이 받는 지옥의 고통에 견주면 그 십육분의 일에도 미치지 않는다.’
임금은 다시 몸을 일으켜 저울 위로 올라 가 려고 하다가 다시 쓰러졌다. 그 때 임금은 다시 맹세하여 말하였다.
“내 살을 베고 피를 흘려도 괴로워 하지 않고,한 마음으로 불도를 구하였다. 이 말이 진실이라면 내 몸은 본래대로 회복 되리라.’‘
이렇게 말을 하자 임금의 몸은 거짓말 같이 회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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