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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무리와 파종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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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2호 발행인 안종호 발간일 1999-01-25 신문면수 1면 카테고리 -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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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4-11 18:25 조회 5,15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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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무리와 파종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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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는 모든 이들이 상심을 딛고 새로운 결의를 다진 해였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의 수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 였다. 그들은 단지 일자리를 잃은 정도가 아니라 가정 자체가 파탄에 이르러 심지어 보험금을 타기 위해 몹쓸 짓도 마다하지 않는 경우까지 발생하였다. 많은 이들의 가슴을 저민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 그동안 우리 사회의 버팀목이었던 도덕적 가치가 밑둥부터 허물어지고 있음을 실감하였다.

그런가하면 고이 간직한 아이들 돐 반지까지 들고나와 국가경제의 회생에 큰 몫이 되었고 지난 여름 끔찍한 수 해를 입은 이웃의 아픔에 전국민이 동 참하여 아직 우리 사회에 희망의 불꽃은 사그라들지 않았음을 입증하였다. 좌절과 재기의 교차가 갈마들면서 한 해를 보냈고 이어 이구동성으로 ‘보다 나은 삶’을 지향하는 기묘년이 밝은 것이다.

어찌보면 작년의 시련은 그간의 다 소 방향 잃은 생활이 누적되면서 필연 적으로 겪어야 했던 과보였는지 모른다. 다만 그 때가 급작스럽게 나타났고 예상치 못할 정도로 좌절의 골이 깊고 넓게 패였을 뿐이다. 역설적이긴 하지 만 오히려 작년에 그런 상황을 겪음으 로써 한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출발 을 다짐할 수 있었다. 새로운 천년대의 문턱에서 묵은 천년대의 과보를 받았 다면 그것은 더욱 불행한 일이 아니겠 는가. 우리말에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 고 하였듯이 그간 물질적 과욕에 어리석었던 결과로서의 응보는 상황이 더욱 난마처럼 얽히기 전에 맞닥뜨리 는 것이 나을 것이다.

총기 30년을 맞는 21세기를 목전에 두고 천년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올 해 우리는 지난 세월을 총괄적으로 갈 무리하여야 한다. 개인과 사회가 걸어 온 여정을 돌아보고 그 길이 우리의 앞에서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를 고구 하여야 한다. 한해의 농사를 갈무리하 면서 동시에 새로 올 봄날 파종의 .계 획을 세우는 농부의 마음과 자세를 본 받을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갈아엎을 것은 밑둥에서부 터 갈아엎고,. 움켜쥘 것은 더욱 단단히 옥죄어야 할 것이다. 적극적인 부정을 통해 반드시 실현하여야 할 긍정의 세계를 만들려는 각고의 실천이 절실 한 시간이다. 껍질을 부정하지 않고는 새로운 싹을 티울 수 없으며 알을 깨 야 세상을 볼 수 있는 이치와 다를바 없다.

동터오는 새날의 햇살에 낡고 묵은 사고와 체계는 어울리지 않는다. 단단히 갈무리하고 더 먼 앞길을 가기 위해 신발끈을 동여야 할 것이다. 그것도 어설프게 매는 것이 아니라 손아귀에 힘을 주어 끈 매어야 한다.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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