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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혔던 사건에서 얻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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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0호 발행인 안종호 발간일 1998-04-07 신문면수 3면 카테고리 서동석 칼럼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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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서동석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전 민불련 의장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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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4-11 05:33 조회 3,97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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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혔던 사건에서 얻는 교훈
'열린 정부와 건강한 정치의 실현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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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석(전 민불련 의장)


국회의사당 마당을 가득 메운 인파의 열렬한 박수를 받으며 제15대 대통령 취임식이 치루어졌다. 이 자리에서 신임 대통령 취임사를 밝히던 김대중씨는 자신이 겪었던 참담한 시절의 기억이 복받쳤는지 중간 중간 말문을 끊고 울먹이기도 했다. 그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던 호남 사람들 역시 지난해 12월에 치루어진 선거에서 그가 당선되자 환호와 함께 어떤 이들은 펑펑 울었다고 하였다.

한이라면 한일 수 있는, 박정희 정권 시절부터 겪 었던 지역적 소외와 80년 신군부에 의해 자행된 광주 학살의 가혹한 역사를 갖고 있는 이들에게 자신들의 상징적 인물이 국가권력의 수반으로 나섰다는 사실은 참으로 감동을 주었을 것이다. 그런 심경을 그저 지역 적 특성이라고 폄하하는 것은 속 좁은 처사일 터이다. 우리의 현대 정치사가 가져온 비극의 한 단면이 빚어 낸 특수성이기에 이참에 그런 특수한 사연이 잘 여문 열매가 터지듯 가슴 속의 응어리가 완전히 해소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인동초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김대중씨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부터 우리 사회에는 몇가지 눈에 띄는 변 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무엇보다 사상 최악의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국민적 단합의 기운이 고조되고 있는 것을 비롯하여 한국의 민주화에 대한 국제적 신뢰가 제고되고 있고 또한 반세기 동안 정권의 비호를 받던 정보기관의 비밀도 하나 둘 밝혀지고 있다. 철이 바뀔 때마다 느끼던 신선한 변화의 기분을 한국 정치 에서도 받고 있는 셈이다.

만일 이번 선거에서도 여권의 후보. 혹은 그와 비 슷한 성향을 가진 후보가 당선되었다면 어쩌면 영원히 권력의 장막에 가려졌을 사건이 최근 사건의 진상과 그에 관여했던 인물들 등등 속속 밝혀지고 있다. 73년 8월에 있었던 ‘김대중납치사건’의 진상이 25년만에 햇 빛을 보게된 것은 반세기동안 진정한 교체가 없었던 정권의 실체를 알게하는 '변화’의 성과가 될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해 박정희정권에서 중앙정보부장을 지 냈던 김형욱은 자신이 미국에서 정치적 망명생활을 하 던 중 77년 미국 하원 프레이저청문회에 출두하여 이 사건은 한국의 중앙정보부가 납치 및 암살을 기도한 것이라고 폭로하였다. 이런 증언에도 불구하고 한국정 부는 오히려 김형욱이 한국정부를 음해하기 위해 위증 한 것이라고 딱 잡아 뗐었다. 결국 이 증언으로 말미암 아 김형욱도 프랑스 파리에서 실종된 채 오늘까지 그 생사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국내외의 여론은 그 역시 박정권에 의해 납치 암살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 밝혀진 바에 따르면 김대중납치사건에 관여한 사람은 총 46명이라고 한다. 적지 않은 사람이 25년 동안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던 것이다. 그간 그들이 겪었을 심리적 갈등은 어떠했을까. 분명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권력자의 눈치에 짓눌려 제대로 뻥긋하지 못한채 비밀을 지켜야 했으니 그들의 성격이 정상적일 리 만무하다. 나라 안팍에서 사건과 관련한 진상을 밝 히라는 여론이 비등했어도 그들은 이 비밀을 지켜왔다. 국가의 안보를 위한 일이라고 항변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위선’에 불과하다. 그 위선이 자 신들의 성격을 망치고 있다는 사실 조차 인식하지 못 할 정도로 그들은 정상을 벗어나고 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대밭에서 큰소리로 외치던 옛날 이야기 속의 인물보다 못한 ‘못나니’들이 그들이다.

부처님이 이르시길' 향을 싼 종이에서는 향내가 나고 생선을 싼 종이에서는 비린내가 풍긴다’고 하였다. 국가 안보라는 구실을 내세워 부정과 부패를 감춘 사회가 온전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비밀경찰과 국민을 사찰하는 기구가 발달된 나라일수록 그 운명은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한 시대가 지나 그 숨겨진 비 밀이 밖으로 드러나면 그 후유증은 더욱 심하기 마련 이다. 오래도록 국민의 머리에 남는, 향을 싼 종이처럼모두가 좋아하는 정권이 되려면 비밀이 적은 정부가 되어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거 정부의 추악한 위선이 드 러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국민의 불행은 그 런 위선 투성이의 지도자가 ‘국민을 위한 정부’라고 떠벌리는데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출범하고 난 직후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사건, 안 기부의 ‘북풍공작’도 바로 거기에 해당하는 사건이라 반드시 한점 의혹 없이 밝혀져야 한다.

이 사건은 도무지 이 나라에서 ‘안보’라는 것이 누구를 위해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하려해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이 나라 국민이라면 어려서부 터 골수에 박히도록 '북한은 국가를 참칭하며 대한민 국을 무력으로 적화 통일하고자 호시탐탐 도발을 일삼 는’집단’이라고 배웠다. 그런 집단이기에 북한에 대해 조금만 좋게 얘기해도 당장 이적행위로 옥고를 치뤄야 하고 북한 주민과 직간접적 접촉 하면 '간첩’이 되어 야 했다. 형벌도 엄청나서 법정 최고형인 사형에 처해 질 수도 있는, 그이말로 무시무시한 법과 제도가 이 나 라에 엄연히 존재하여 왔다. 이 법에 의해 형장의 이슬 로 사라졌거나 무려 삼 사십년씩 징역을 산 사람도 수 두룩하다. 그런데, 진짜로 국가권력의 핵심에서는 그런 ‘반국가단체’와 밀거래를 하여 정권의 안정을 도모하 였다니 이게 도대체 말이나 되는 일인가.

인동초처럼 살아나 마침내 대통령이 된 현실에 도취되어 과거 의혹에 찬 사건만 진상을 밝혀서는 후일 어떤 비판을 받게 될지 모른다. 비밀스러운 정부가 되지 않으려면 음지에서 저질렀던 비행의 철저한 교정과 함께 자신의 정권도 국민의 신뢰로 다져지도록 ‘열린 정부, 건강한 정치’의 실현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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