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으로서의 책임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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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4호 발행인 안종호 발간일 1999-05-20 신문면수 2면 카테고리 사설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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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4-12 18:24 조회 4,907회본문
지금 우리 사회는 심각한 진통을 겪고 있다. 이 고통의 근인은 국가의 경제적 위기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비추어지고 있지만 실상의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다름 아니라 변하고 있는 주위의 환경과는 달리 여전히 구태를 벗지 못한 ‘의식의 정체성'에 있다고 하여도 과언은 아니다. 물론 한 사회의 구성원의 의식을 지배하다 시피 하는 것은 그 사회를 규정하는 ‘상부구조’에 있다고 할 때 변화하고 발전하는 세계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정치 구조가 곧 의식의 정체성을 불 렀고 그것이 실상의 원인이 되어 국가경영의 파탄을 불러오 게 된 것이다.
튼튼한 반공주의와 변함없는 냉전적 사고, 정부와 유착한 경영, 거대한 외형에 부실한 내용, 방만하고 비대한 정부조 직. 굳을 대로 굳은 관료들과 그들의 같잖은 권위주의. 형식 을 고집하며 창의성을 두려워 하는 자들. 이런 것들이 암적 요인라는 점을 명확하게 알면 서도 불만만 늘어놓을 뿐 자신 이 나서서 적극 개선하고 바르 게 실천하려고 하지 않는 타성이 문제의 골을 더 깊게 만들 고 있다. 이런 고질병을 안고 발전을 기대한다는 것은 둥근 구멍에 네모난 막대를 끼우려 는 짓이다. 서방의 금융권에 나라의 정책을 맡겨야 하는. 경제식민통치의 시절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는 이구동성으로 이런 고질병을 근본부터 개 혁해야 함을 통감하고 있다. 그렇기에 국민들은 구조조정 의 고통을, 분담의 차원을 넘 어 전담하면서도 ‘개혁’을 위 해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는 이런 폐단이 언제부터인가 다른 곳도 아닌 우리의 내부, 우리 자신에게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불교의 현실과 미래를 염려하면서도 그것을 당당히 정면으로 부딪혀 개선하려는 주체적 실천에는 지극히 몸을 사리고 있으며 남의 교단이나 종단 혹은 타 사원의 호조건만을 부각시켜 자신의 부족함을 은근히 감추 려는 관행이 널리 퍼져 있다. 공직사회의 복지부동이 무색 할 정도로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 자체를 귀찮게 여기고 있으 며 입으로는 종단의 환골탈태 를 주장하면서 실제로는 현실에 안주하려는 자세가 역력하 기만 하다. 공론만 무성할 뿐 정작 정책으로 입안되고 실현 되는 과정에서 책임성을 찾기 가 어렵다.
옛 어른의 경책처럼 수처작 주하는 자세, 즉 어디에서 무슨 상황에 맞닥뜨리던 간에 항상 주인으로서의 막중한 책임 감을 느끼고 스스로 헤쳐나가 려는 적극적인 의지와 실천이 야말로 우리 불제자들이 갖춰야 할 덕목이다. 다시 말해 시 시로 변4여 가는 사회와 개인의 면면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항상 새로운 발전을 위한 과제 를 먼저 고민하고 대안을 강구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시대의 변화상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 구태를 벗지 못한다면 발전 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늘 객체에 머물 수밖에 없다. 주인 이 되지 못하고 기껏 손님 정도로 그치고 말 인생이라면 실 로 마지막 길에서 얼마나 후회 할 것인가.
이제 우리 사회는 그간 사회를 이끌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이들에게 아직도 희망이 있다고 기대를 거는 사람을 찾기 어렵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간 주체임에도 주체로서의 대접을 받지 못하고 제삼자의 입장에 처해있던 사람. 시민들이 전면에 나서 사회 각 부분을 개혁하고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변화하는 상황에서 우리 종단의 구성원도 주체로 서의 철저한 사명의식을 갖고 종단의 미래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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