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을 정진으로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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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6호 발행인 안종호 발간일 1999-09-20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신행수기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필자명 - 필자법명 반야정 필자소속 수인사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4-14 07:55 조회 3,153회본문
부처님과 나 자신과의 약속을 져버 려서 그런지 그렇게 많던 재산들이 슬슬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착하던 남편의 태도도 그쯤에서 나 빠지기 시작했다. 언제나 다정다감하 던 남편이 삶에 찌들리니 모든 면에 급격히 무너져 갔다. 심지어는 불공도 못하게 했다. 술을 마시고 집안 세간을 부수기도 하고 아이들과 나 를 패기도 했다. 시동생들 때문에 생 긴 빚을 갚지 못해 집을 저당잡히기 도 했다. 그럴 때 마다 남편과 자신 을 원망하며 울기도 많이 울었다. 그렇지만 마음을 놓아버리면 정말 아 무것도 안 될 것 같아 항상 염송했 다. 남편이 염주를 뜯어버리고 쫓아 내도 남편을 피해 마루 밑에서 염송 하고, 쌀이 없어 몇 끼씩 굶어도 염 송만은 놓을 수 없었다. 우리 아이들 도 그렇게 굶고 아버지한테 맞아도 절에 가서 꼬박꼬박 불공을 하며 마 음을 다스리는 것 같았다. “우리가 이렇게 고통 받는 것은 전생 빚을 갚으려고 그러니 달게 받고 열심히 불공하자.” 이런 말을 자식들에게 자주 했다. 자식들도 절에 열심히 다니던 까닭에 내 말을 잘 따라 주고 큰 불 평없이 자라주었다. 나는 그런 자식 들이 안쓰러워 물불 안 가리고 일을 했다. 88년에 남편은 결국 중병이 들 었다. 마음을 끓이고 술을 많이 마셔 서 생긴 병이었다. 부처님과는 담쌓 고 사는 남편이 그때부터 바뀌기 시 작했다. 자신이 ‘부처님께 약속한 것 을 져버려서 이렇게 힘들게 살았다’ 고.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남편이 불공을 하니 살림도 펴고 잃어버렸 던 집안의 웃음도 되찾았다.
그러나 너무 늦게 깨달았던 것일 까. 남편은 그 뒤 삼 년 동안 투병하 다 세상을 떠났다. 남편이 본성을 찾 고 행복하게 살았던 삼 년이었다. 남 편이 세상을 떠나자 하늘이 무너질 듯 암담했다. 그래도 우리 가족은 남편이 늦게라도 참회를 하고 돌아가 신 것에 대신 위안을 삼았다. 그러나 우리 가족들을 더욱 힘들게 했던 것 은 남편이 돌아가시며 남긴 빚이었 다. 내가 일하기에는 나이가 많은 것 도 그렇고, 또 자식들이 그동안 벌어 놓은 돈은 전부 남편의 병원비로 들 어가 남은 가족들은 살길이 막막했 다. 그래도 우리 곁에는 비로자나부 처님이 계시지 않은가 하고 열심히 일하고 불공했다. 그런 덕인지 지금 은 집안 살림도 좋아졌고 아이들도 자리잡고 잘 살고 있다. 나는 지금 수인사 처사로 있다. 염송 잘하고 착한 보살로. 또 좋은 엄마로 남은 여생을 열심히 잘 살아 생각이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자식들은 힘든 일을 그만두라고 말리지만 아직 더 많이 낮추고 닦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 자신도 편하게 살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을 그 만두고 자식들 공양 받으며 살 생각에 처사 일을 그만두려 할 때마다 큰 아들이 직장을 잃었다. 여러 번 그런 일을 겪고 나니 부처님께서 아직은 더 많이 봉사하고 마음을 낮추라는 법문을 주시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나는 수행과 염송에만 전념키로 했다. 오늘도 공양처 일을 마치고 서원당으로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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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jpg 수인사 반야정 보살 (14.1K) 0회 다운로드 DATE : 2018-04-14 07:5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