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수위를 넘은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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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0호 발행인 총지화 발간일 2001-01-01 신문면수 2면 카테고리 사설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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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4-17 05:08 조회 2,772회본문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 사회의 전통적 윤리체계가 무너진 현실에 내노라 하는 식자들이 우려와 함께 원인을 분석하고 나름대로 여러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민족국가를 형성한 이래 무려 반만년이라는 세월 동안 농경 산업이 주를 이루어 왔었다.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이 농경산업은 대 를 물려 얻은 경험에 바탕하고 또한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일정한 단위의 혈연을 매개로 하는 공동체가 형성되어야 한다. 따라 서 대가족을 유지하여야 함은 필수적이다. 그러한 사회적 가족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장자에 대한 존경과 가족간의 혈연적 질서가 확립되어야 했다. 비록 이러한 사회적 관계가 절대선이라고 할 수 없기는 하지만 생산공동체 문화라는 점에서 인류가 지켜야 할 덕목을 상당수 포함하고 있었다.
아쉽게도 우리 사회는 현대에 들어 이런저런 요인으로 전통적인 농경사회가 급속히 파괴되고 이른바 성장위주의 경제개발에 치중하면서 우리의 전통적 문화와 가치, 그리고 윤리적 체계가 함께 동반 파괴되었다. 어느 사회학자가 지적하듯, 수량적인 경제성장에만 매달리다보니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건강성은 탈각되고 그 천민성만 만연하는 경향 이 농후하게 되었다. 돈과 권력을 갖기 위해서는 출세를 해야 했고 그 것을 실현하려면 당연히 어릴 때부터 생존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해이만 가능하였다. 출세를 위한 경쟁은 자연히 탈락자를 양산하 게 만든다. 소수의 출세를 위해 절대다수는 희생을 감수하여야 한다.
우리사회가 정치적으로 성숙된 형태를 갖추면 이런 천민성이 다소 라도 개선되리라 기대하였다. 군부와 관료 그리고 재벌에 의한 강압 적인 통치를 넘어 일정한 시민적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면, 즉 정통성을 갖는 정권으로 교체되면 당연히 우리 사회도 천박한 수준을 벗어나리라 믿었다. 그리하여 수평적 정권교체가 되었을 때 모두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졌던 것이다. 김대중정부가 들어선 직후 국가 경제의 파탄을 극복하는데 온 국민이 협조한 까닭도 거기에 있다.
대통령 개인과 그 정당은 명성과 권력을 얻었는지' 모르겠으나 우리 사회는 더욱 어두운 그림자만 짙게 깔리고 있다. 고통을 분담하자고 하더니 실리는 모두 우리 사회의 상층 5%에게 돌아가고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은 나날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줄줄이 터지는 대형 금 융사고는 이 정권과 관련하여 온갖 소문만 무성하게 한다. 기껏 한다 는 것이 소문을 잠재우게 하려고 ‘유언비어’의 근원을 색출하여 처벌 한다는 엄포를 남발하고 있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자신들이 저지른 만행을 덮기 위해 써먹던 수법을 떠올리게 한다. 부정부패로 국민의 희망을 좌절시킨 정부의 탓인지 도처에서 사회 기강이 무너지고 비윤리적인 현상이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사행과 사음이 걷잡을 수 없이 판을 치더니 급기야 자살을 도와주고 사례를 받는, 우리 사회의 도덕적 근간을 근본부터 뒤짚는 사건도 발생하였다. 이것이 한순간의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이미 널리 알려진 ‘사회적 현상’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받게 하는 것이다. 단적으로 이런 현상에 이르게 한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화려한 치적을 위해 국력을 쏟으려 하지 말고 사회 내적인 통합력을 재정립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충고한다. 지금 위험 수위를 넘은 국민의 불만을 정확히 파악하고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에서 다시금 최소한의 희망을 갖게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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