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소망하는 아름다운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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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0호 발행인 총지화 발간일 2001-01-01 신문면수 1면 카테고리 -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필자명 오세경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4-17 05:06 조회 2,603회본문
몇해 전 문득 내 자신이 낯설었던 적이 있었다. 어떤 인연으로 어떤 흐름을 탓기에 여 기 지금 이런 모습으로 살게된 것인지 생경스러웠다. 흔히 말하는 정체성의 혼란기였는 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그때 놀이삼아 내 삶의 인연들을 돌아본 적이 있다. 시간을 거슬 러 올라가며 오늘에 이르게 된 원인을 찾아보았다. 원인찾기 놀이를 통해 사람이 산다는 것은 만남의 연속일 뿐이라는 사실을 비로소 눈치챘다. 일상적으로 쓰고있던 인연이란 단어가 얼마나 지중한 말인지 실감되며 오솔한 한기마져 느껴졌다. 업에 의해 만나지고, 만남으로 또 업을 지어가고, 그 업의 과보로 또 만나지고... 산다는 것은 어쩌면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전부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로 인간의 희노애락 우비고뇌가 다 그 안에 있지 않은가. 만나고 헤어지는 그 속에 행복도 불행도 있는 것이리라. 인연으 로 매듭이 지어진다면 중생일터요, 인연으로 업의 매듭을 풀어간다면 보살일 것이다. 매 듭풀기가 끝나면 그것이 곧 해탈 아니겠는가.
이후로 인연에 좀더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인연이 어디 마음대로 되는 일이던가. 상대도 변하고 나도 변하는 무상한 존재로서의 만남이니 인연줄이 이어져도 거 기엔 늘 변수가 많다. 지금은 비록 단단히 맺어져 있는 듯 해도 장담할 수 없는 예측불허 다. 어떤 인연은 이 생이 끝나도 끝나지 않을 듯 강철같이 단단한 인연인줄 알았는데 아 침 햇살에 눈녹듯 허무하게 스러지기도 하고, 쇠심줄 같이 질기다고 생각했던 인연줄도 새벽이슬 맞은 거미줄처럼 맥없이 끊어지기도 한다. 그렇긴 해도 살아감은 인연의 연속 이니 아마도 죽는 그날까지 원하든 원치않든 나 역시 인연의 오고감 속에 있을 것이다. 그 속에서 울고 웃고 할 것이다. 무상한 존재로서 변함없는 인연을 바란다는 것 자체가 무상한 일이긴 하나 아름다운 인연, 온전한 인연에 대한 갈망은 쉬이 놓아지지가 않는다.
아름답고 견고한 인연. 흔들림 없이 깊고 청정한 인연. 생각만으로도 성스러운 이러한 인연에 대해 생각하다가 불보살님과의 인연으로 생각이 이어진다. 흔히 인연은 가꾸기 나름이요, 저 하기 나름이라고 말들 하지만 정작 하기나름이라는 말이 예외없이 적용되 는 경우는 불보살님과의 인연일 것이다. 불보살님과의 인연에서는 변수가 없다. 저쪽이 업을 떠났으므로 온전히 이쪽 하기 나름 아닌가. 그런 인연조차 깊게하지 못하고 견고하 게 하지 못하면서 어찌 중생간의 인연에서 아름다운 인연, 견고한 인연 운운할 수 있겠는 가. 헛된 욕심이고 부끄러운 일이다.
불보살님과 인연맺은지 이십년이 넘었다. 신년에는 불보살님과의 인연을 통해 아름다 운 인연, 깊고 성스러운 인연을 실감해 보고싶다. 그리고 그 인연을 통해 세상 인연과의 격도 높이고 싶다. 하루 만나고 헤어지든 잠깐을 스쳐지나든 사심없이 온유하게 , 맑고 향 기롭게 인연을 풀어가고 싶다. 인연으로 업의 매듭을 짓는게 아니라 한번의 인연마다 하 나의 매듭, 열의 매듭을 풀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래서 자유로와지기를. 걸림없이 자유로 와질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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