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노마
페이지 정보
호수 21호 발행인 총지화 발간일 2001-02-01 신문면수 1면 카테고리 -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필자명 노귀남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4-17 07:33 조회 2,630회본문
하루는, 멀리 너럭바위에 까까머리 스님이 혼자 턱 앉아 있었다. 그쪽에서 무슨 빛이 나는 것 같은 순간에 노마의 눈에 들어온 풍경이었다. ‘웬일, 오늘은 큰놈을 낚은 것 같은데....' 노마는 속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다가갔다.
가까이 갔는데도 스님은 기척도 못 느낀 듯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것 봐라. 여느 사람처럼 생겼는데, 머리카락이 한 올 도 없네. 어디 보자.’
뒤에서 살그머니 어깨를 잡았다.
노마는 촉각이 이상해 얼른 손을 당겼다. 마치 화강암을 만질 때 기분 같았다. 한번 더 세게 만져 보았다. 역시 감촉이 딱딱하고 차가웠다.
‘조각품도 아니고, 분명 사람 형상인데…’
노마는 단숨에 도깨비 마을로 달려가 동무들을 불렀다.
“얘들아, 사람도 아닌 것이, 바위덩이도 아닌 것이… 남 산 중턱 너럭바위에 이상한 물건을 발견했어!”
동무들이 우르르 몰려갔다. 노마가 말한 스님한테서 이번에는 이상한 기운이 이글거리는 것 같았다. 도깨비들이 돌진하여 스님을 번쩍 들어올려 볼 심산이었다.
“앗뜨거워, 앗뜨거워 ! 손바닥에 불이 났다!”
스님 몸에 손을 갖다댄 순간 손에 불이 붙었던 것이다. 도움을 청하러 간 도깨비들은 되레 온 마을 도깨비들에게 불을 옮겨붙이게 되었다.
뜨거운 것을 참으며, 촌장 도깨비가 의견을 내었다. 특별 한 능력을 가진 게 틀림없을 그분에게 도움을 받자고 했다.
“스님, 너무뜨거워 견디기 어렵습니다. 도와주십시오.” 도깨비들은 사람을 잡아먹은 일이며 지은 죄들이 떠올 랐다. 그래서 두려워하며 용서를 빌었다.
스님은 그제야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방망이 하나 를 촌장에게 내주며, 쓰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또한 도깨 비법을 엄격히 할 것을 일러주었다.
‘뚝딱!’ 하면 뭐든지 원하는 대로 되었다. 불 꺼져라 뚝 딱! 그 뒤로 도깨비는 향기로만 음식을 먹었다. 방망이의 율법을 지키면서 도깨비 마을은 모두 행복해졌다.
그 율법을 가르친 분은 원효스님이었다. 스님의 힘은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선정에서 나왔다.
오늘날 생활은 바위와 같이 흔들림없이 , 용광로처럼 넘치는 열기로, 자기 중심에서 힘을 찾는 공부를 해 보겠다는 생각을 하기 어렵게 한다. 모두 바깥의 물질세계에서 행복을 찾는다.
생명공학은 인간설계도 게놈을 거의 완벽하게 그려내 고, 종에 걸림없이 생명체를 교배하고 분리하기를 밥 먹듯 할 수 있게 했다. 속도를 신처럼 숭배하는 정보 통신, 마법의 신물질(신소재) 분야 등 첨단 산업에다 21세기의 승부를 건다.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는 에너지 환경 산업으로 풀어보겠다고 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업그레이드다, 업데이트다 하여 상품 생명주기는 자꾸 빨라진다. 그만큼 물질적 행복 추구도 속도를 내야 한다. 시장은 인간 탐욕을 끝없이 늘어나게 하고, 점점 정신세계의 황폐화와 인간성 상실은 깊어만 가고 있다.
우리 자신을 돌아보면, 경쟁에서 뒤질까 두려워하며, 상대적 박탈감과 무력감에서 불만, 불행에 빠질 때가 많다. 그래서 허겁지겁 세상을 따라가기에 바쁘다.
21세기 벽두에, 현대인의 행복추구와 가치관을 되돌아 본다. 아이들과 도깨비 얘기를 하면서, 은근히 부처님 가르침의 힘으로 미래를 여는 꿈을 꾸었다. 바위처럼 용광로처럼 본래 마음에서 현실을 새롭게 만들어 보자고…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첨부파일
- 4.jpg (33.3K) 0회 다운로드 DATE : 2018-04-17 07:3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