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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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3호 발행인 혜암 발간일 2001-04-01 신문면수 5면 카테고리 -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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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4-18 06:20 조회 2,780회본문
류시화 선생님이 법정 스님의 말씀과 설법들을 엮어서 발간했던 책의 내용 가운데 아주 감명 깊었던 글이 기억난다.
얼마전 존경하는 동화작가 정채봉 선생님을 만났더니 이런 일화를 들려 주셨다. 정선생님이 한여름에 법정 스님을 찾아뵌 적이 있었다고 한다. 불일암에 도착 하니 스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 낮잠을 주무시는게 아닌가 하고 오두막 가까이 가서 스님을 부르자, 먼 뒤꼍에서 걸어나오시는 것이었다. 그래서 ‘스님, 이 무더운 날 무얼 하고 계셨습니까? ’하고 묻자 스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 다고 했다.
‘졸음에 빠지지 않으려고 칼로 대나무를 깎고 있었습니다.,
졸지 않기 위해 그 일을 하고 계셨다는 것이었다. 한 여름에 그것도 혼자 지내는 거처이니 낮잠을 즐길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데 졸지 않고 활짝 깨어 있기 위해 칼로 뾰족한 대나무를 깎고 있었다니 …
스님의 그 대나무 깎는 일화는 두고두고 내게 경책이 되었다. 그것이 얼마나 스스로 자신의 매서운 스승 노릇을 해야 하는 일인가를 그 일화가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스님은 또 어느 사석에서 말씀하신 적 이 있다. ‘나는 줄곧 혼자 살고 있다. 그러니 내가 나를 감시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수행이 되겠는가. 홀로 살면서도 나는 아침 저녁 예불을 빼놓지 않는다. 하루를 거르면 한 달을 거르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삶 자체가 흐르 러져 버린다.
우리가 매일하는 진언염송의 진정한 의미도 바로 이와같은 것이 아 닐까. 자기 점검과 자기 절제를 닦는 것! 진정한 수행과 자유는 내적 절제에 있으리라. 매순간 자신을 점검하지 않으면 안된다. 세상과 타협하는 일보다 더 경계해야 할 일은 자기 자신과 타협하는 일일 것이다. 자신을 나태와 타협해서는 안된다.
법경-법장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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