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 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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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32호 발행인 혜암 발간일 2002-03-01 신문면수 1면 카테고리 총지캠페인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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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4-25 06:31 조회 2,558회본문
예전에 정월 대보름 전야의 세시민속에 법고라는 풍속이 있다. 이는 산사어서 스님이 내려와 동네마다 법고를 치며 돌아다니면서 권선을 한다. 이날 스님은 메고있는 바랑 속에 법떡 이라고 불리는 떡을 빚어 갖고 다니면서 동네 아이들에게 나누 어준다. 이를 먹으면 한해동안 무병식재 하는 것으로 알았다. 그래서 스님이 그 떡을 주면 부모 들은 고마움의 성의로 돈이나 곡식을 스님에게 드리는데 이를 떡값이라고 했다.
또 지난해 어떠한 일로 원망을 산사람이 있거나 한을 품은 이가 있으면 대보름날 전야 법고를 치면서 스님이 들르면 아무동네 아무개하고 원한을 풀 사람의 이름을 쓴 단자를 주면 스님은 그 집을 찾아가 아무동네 아무개의 풀이 떡이요 하고 전달한다. 그 떡을 먹음으로서 한해동안 가졌던 원망심을 푸는 해원풍습인 것이다 이 풀이 떡 단자를 전하면서 그 배달의 대가로 받는 곡식이나 돈을 떡값이라 속칭했다.
이처럼 정겹고 아름다운 떡값의 원래 뜻이 근대에 들어와서 요상하게 변했다. 요즘에 떡값이라고 하면 입찰할 때 담합하는 대가로 주고받는 돈이나 고위직에 있는 사람에게 불법적인 일에 협조나 묵인해주는 대가로 받는 뇌물 혹은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이권을 챙기려는 사람들과 그 이권을 주고 대가를 바라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가는 음성적인 금전왕래를 뜻하기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요즘 일간지 일면을 큼직하게 장식하던 무슨 게이트니, 누가 누구에게 돈을 얼마 주었다는 등 하는 이야기들 이 모두에 등장하는 돈들이 근래에 왰어 그 뜻이 변한 떡값, 즉 뇌물인 것이다. 더욱이 그런 이야기에 주인공들은 모두가 이사회를 이끌어가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참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아직은 우리 불교계에는 그러한 일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없다는 것은 표면적인 이 야기이지만 그래도 다행이라고 여겨야하니 참 한심스럽고 슬픈 일이다. 우리나라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이고 그러다 보니 종교도 자본주의의 논리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지만은 그래도 종교는 뇌물이나 떡값이 들어오지 못하는 마지막 보루가 아닐까. 아직은 복 달라고 부처님께 떡값 바치고 천당 보내달라고 예수님께 떡값 바쳐서 복 받았고 뇌물 바치고 천당 갔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본 것 같다.
오늘 정월대보름, 부름과 잡곡밥과 나물과 떡을 먹으면서 그냥 생각나서 떡값이야기 한번 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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