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름 없는 마음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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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30호 발행인 혜암 발간일 2002-01-01 신문면수 5면 카테고리 지상설법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필자명 - 필자법명 의강 필자소속 삼밀사 필자호칭 주교 필자정보 -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4-24 09:58 조회 2,508회본문
어린 학창시절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k. 크리팔라니가 지은〈간디어록〉을 얼마전에 꺼내어 다시 한번 읽다가 이 구절을 보고 나는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적어도 현재의 나의 분수로는 내가 너무 많이 가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물욕, 명예욕등 우리는 짧은 시간에 엄청난 재산과 부, 그리고 명예와 권한을 한없이 누리려고 마치 전쟁이나 하듯이 물불을 가리지 않은 채 비방과 중상, 부정과 비리를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는 현실을 매일같이 보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세상에 처음 태어날 때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았으며 이래저래 살다가 인연이 다하면 빈손으로 가야 한다는 엄연한 사실을 알면서도 많이 가지고 싶은 욕심에는 끝이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 만큼 많이 얽히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어디 혼자의 힘과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결코 아닙 니다.
아무리 부자라도 땀흘려 농사짓는 사람이 없으면 밥을 먹을 수 없고 거센 파도와 싸우면서 열심히 일하는 어부가 없으면 선한 생선을 밥상에 올릴 수 없으며 불철 주야 국토방위에 최선을 다하는 국군장병이 있으므로 우리는 편안한 마음으로 각자 생업에 열심히 일하고 있지 않습니까?
돈 많은 부자라도 돈 그 자체를 씹어 먹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비록 적게 가졌어도 스스로 만족하면서 어렵고 힘든 이웃과 열심히 살아가려는 그늘진 대중과 함께 따 뜻한 인정과 정성을 나누어 가진다면 이 사람이 정말 부자가 아니겠습니까?「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겸허한 마음으로 아무것도 욕심 내지 않고 갖지 않을 때 비로써 온 세상을 갖게된다는 무소유의 역리 를 가끔 생각해봄도 퍽 의미있는 일입니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해를 맞이 할때마다 스승으로써 소임과 본분을 다하 못한 것을 자책하면서 후회와 아쉬움이 교차하는 묘한 감정을 느끼면서 부처님의 은혜, 스승의 은혜, 그리고 부모의 은혜와 일체중생의 은혜를 생각하면 이 몸은 전체가 빚투성이 뿐이라는 것을 거듭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부모로부터 받은 하나뿐인 생명과 육신을 어떻게 가꾸고 보존하여 진실로 삶의 가치를 승화할 것인지를 다시 한 번 깨쳐 보아야 할 것 입니다. ,
한 생명이 태어난다는 것은 위대한 창조요 또한 축복의 장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떻게 태어나느냐 보다도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생을 마감하여야 한다는 것은 더욱 중요한 일입니다. 언제인가 교도소와 구치소를 소장님의 안내를 받으며 수용시설과 주변을 돌아본적이 있습니다.
흘러가는 시간과 존재하는 공간개념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하면서 사원으로 돌아온적이 있습니다. 사형수에게는 일분 일초가 생명 그 자체로 실감된다는 것을 깨 치면서 그들에게는 내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늘 오늘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오늘에 살고 있으면서도 매사를 곧잘 다음날로 미루며 내일에 살려고 합니다. 생명의 한 토막인 하루 하 를 소홀히 낭비하면서 뉘우침이 없는 것 입니다. 일상이 지겨운 중생들은 때때로 인생의 종점에서 자신의 생을 재조명해보는 지혜로움이 필요합니다.
본래무일물! 그렇습니다. 본래 한 물건도 없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 가지고 온것도 아니고, 하직할 때 가져갈 것도 아닙니다. 인연 따라 있었다가 그 인연이 다하면 흩어지고 마는 것 입니다.
남들을 향해서는 곧잘 베풀라고 하면서 나 자신은 지금까지 무엇을 얼마나 베풀어 왔는지 한번쯤은 생각할 줄도 알아야겠습니다. “마음에 따르지 말고 그 마음의 주 인이 되라”고 옛사람들은 말합니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마음처럼 불가사의 한것도 없습니다. 너 그러울때는 온 세상을 두루 받아들이다가도 한번 화내어 옹졸해지면 바늘하나 꽂을 자리가 없는 것이 이 마음입니다. 남을 미워하면 상대가 미워지는게 아니라 내마음이 미워지니까 아니꼬운 생각이나 미운 생각을 지니고 살아간다면 피해자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일 것입니다. 하루 하루를 그렇게 살아 버린다면 내 인생자체가 얼룩지고 맙니다. 법구경에 “녹은 쇠에서 생긴것인데 점점 그 쇠를 먹어버린다”. 그 마음씨가 그늘지면 그 사람 자신이 녹슬고 만다는 뜻입니다. 우리 모두가 수없이 들은 이야기입니다.
“내게 한권의 경전이 있는데 그 건 종이나 먹으로 된게 아니라 펼쳐보아도 한글자 없지만 항상 환한 빛을 발하고 있말입니다. 침묵 즉 묵상을 통하여 우리는 우리 안에 고여있는 말씀을 비로소 듣는다.
일체의 자기중심적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허심탄회한 그 마음에서 대광명이 발해진다는 말입니다. 구시화문입을 가르쳐 흔히 재앙의 문이라고 한 것도 그 역기능면을 지적한 것입니다. 수도자 또는 수행자들이 침묵하고 묵상하는 것은 침묵 그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침묵이라는 여과과정을 거쳐 오로지 「참말」만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벙어리와 묵언자가 다른점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마땅히 말을 해야 할 경위에도 침묵만 고수하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것은 미덕이 아니라 비겁한 회피 인 것이다. 침묵의 의미는 쓸데 없는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 대신 당당하고 참된말을 하기 위함입니다.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 을 몸소 실천하는 과정에서 기도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마음을 비우고 해야 한다느니 아니면 자기 자신을 위한 소원을 가져서는 안된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자주합니다. 결코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복잡한 현실을 살면서 다급한 소원이 있는데 어떻게 마음을 비우고 기도할 수 있으며 일체중생을 위한 기도라고 해도 결국은 나의 해탈과 관련이 있으니 자신을 위하지 않는 기도와 정진이 이 세상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기도하고 정진해야 하겠습니까?
첫째는 지극한 마음, 간절한 마음으로 해야 할 것입니다. 한결같은 마음을 가지고 하나로 뭉쳐 일념삼매에 몰입되면 불보살의 가지력을 입어 소원을 성취 할 수 있게 될 것 입니다.
둘째는 요행수를 바라지말고 스스로의 힘으로 기도정진 하여야 할 것입니다. 요행수를 바라는 기도는 마음에 때를 끼게하 여 결국에는 사도로 빠져들게 된다. 진실한 불법은 달아나고 업장은 점점 두터워질 따름입니다. 중생으로서 부처님과 같은 깨달음을 얻고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킨 발심한자를 보살이라 합니다.
즉 “나도 부처되어 지이다”라는 발원을 가진자를 말합니다. 보살은 자리이타를 기치로 상구보리 하화중생하는 자라고 일컬어집니다. 즉 부처님과 같은 삶을 사는 중생인 것입 니다. 자신은 탐욕에 가득차 있고 화를 잘내며 어리석으면서 다른 이들의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없애 그들의 고통을 해결해 주겠다고 하면 그것이 과연 가능한 일 이겠습니까? 하는 일마다 오히려 문제만 일으킬 뿐입니다.
우리들이 하는 모든 행동의 주체자인 마음, 그 마음을 일으키는 자리가 바로 부처님 마음자리일 때 중생이 바로 부처로 살게 되며 자타일시성불도하는때일것입니다.「마음은 화가와 같아서 모든 세간을 그려내나니 오온이 마음따라 생기어서 무슨 법이든 짓지 못함이 없다」 화엄경에 있는 말입니다.
한때 폭악무도했던 살인강도범이 죽기 전에 자기의 눈과 장자를 불쌍한 사람을 위해 선뜻 내놓는 그 마음은 바로 부처님 의 마음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자신이 바로 부처임을 철저히 믿어서 부처인 본래 자기를 되찾으려는 순간 곧 부처의 마음에 의해 자기와 남이 동시에 해탈하는 모든 행동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더욱이 창종 30주년을 맞이하는 금년이 야말로 승단과 교도대중이 더욱 화합하고 단결하여 원정대종사님의 창종이념과 정신 을 다시 한번 되새기면서, 생활불교, 대중 불교로써 힘찬 발돋음과 새로운 전기와 발전이 모색되어야 하겠습니다. 즉 응당 머무는바 없이 그 마음을 내어라. 소인이 평소 마음에 새기면서 수시로 소리내어 읽어보는 금강경의 한 대목입니다.
부끄러운 마음으로 순서없고 알맹이 없는 글로 새해아침을 맞으면서 항상 충고와 채찍질을 주시면 더욱 고맙겠습니다.
성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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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jpg 삼밀사 주교 의강 (16.5K) 0회 다운로드 DATE : 2018-04-24 09:58: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