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가불교의 지평확대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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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34호 발행인 혜암 발간일 2002-05-01 신문면수 5면 카테고리 총지논단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필자명 강태진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정토신문 취재부장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4-26 06:31 조회 2,375회본문
진정한 사부대중의 화합을 여는 길
그러므로 출가자와 재가자는 상호 구도자로서 존중되어야 하며, 재가 자가 출가자를 올바르게 외호할 수 있는 조직적 결합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처음에는 이단시되었던 비승비속의 대승불교 지도자들이 몇 백 년이 지난 후에는 정통의 지위를 찾게 되었듯이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출가와 재가의 엄연한 차별성을 극복하고 새로운 불교를 이끌어갈 창조적이고 진취적인 개혁이 절실히 요구되며, 사부대중 화합의 길을 찾아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 여야 할 때이다”
한 재가신행단체의 회보내용을 인용해 보았다. 한국불교 1600여년 역사속에서, 또는 현대 한국불교의 흐름속에서 재가 불교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과 역할을 나름대로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본래 불교의 승가는 화합중이라는 뜻으로서, 출가자인 비구와 비구니, 재가자인 우바새와 우바이 등 사부대중으로 구성되어져 왔다. 석가모니 부처님 당시 초전법륜을 통해 다섯 비구가 출가함으로써 최초의 출가수행집단이 형성되었고, 이후 불법에 귀의한 인근 국왕과 장자들이 수행자들을 위해 사 찰을 건립하고 의복과 음식 등 수행에 필요한 제반 보시를 행함으로서 교단이 완성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재가수행자인 우바새 · 우바이는 출가 수행자인 비구 · 비구니의 수행집단인 승단을 외호하고, 청정보시로 승단의 수행여건을 조성함과 동시에 실생활속의 지속적이고 다양한 수행을 통해 ‘불자로서의 불성’을 닦는 것을 본분으로 삼아 왔다.
그러나 부처님께서 열반하신지 1백여 년만에 승단이 세속화되고 경전구절과 계율조항에 얽매여 자신만의 수행방법만을 고집하는 부파불교가 성행하게 되고, 그에 의해 신앙에서 유리된 재가자들이 대승불교운동을 펼쳤던 불교사의 경험은 오늘날 한국불교의 현실과 견주어 볼 때 새삼 그 의미를 더해가고 있다.
바로 그 즈음에 결집된 ‘유마경’ 은 대승불교의 대표적 경전의 하나이자 재가보살의 대도를 밝혀주는 요체로 평가되고 있다. 문자 그대로 세속의 거사인 유마거사는 부처님 법의 묘의에 통달해서 삼계의 집착을 떠났고, 처자를 거느리고 있으면서도 수행을 게을리하지 않는 재가보살의 전형이었다.
가난한 이에게는 아낌없이 베풀었고, 이교도를 보면 바른 도를 가르쳤으며, 중 생을 교화하기 위해서는 술집과 노름판 도 마다하지 않았으나 언제나 바른 자세 와 정기를 유지했다. 뿐만 아니라 부처님 제자들의 잘못된 수행과 처신을 가차없
이 질책했으며, “중생이 아프면 보살도 아프다”는 유명한 법문을 통해 중생과 더불어 사는 재가보살의 수행과 책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불교에 있어 재가 자의 위상은 교단의 한 주체라기 보다는 단순한 신도로 전락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특히 한국불교 의 대표종단인 조계종의 경우 종단의 법적 대표권과 재산권, 종단의 행정 및 재 정운영 등에 있어 거의 모든 권한이 비구스님들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비판을 받아오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여타의 종단도 커다란 차이가 없으며, 다만 총지종과 진각종의 경우에는 독특한 재가 중심의 종단운영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들 두 종단의 경우 출가한 독신 수행자가 아닌 재가정사가 종단운영과 교화를 책임지고 있는 점 이 진전된 형태로 평가받고 있으나, 교의 체계상 밀교종단이라는 점 에서 향후 대중화의 숙제를 안고 있다고 할수있다.
한국불교의 전반적인 재가단체들은 크게 각 종단 및 사찰별 신도회, 세대별 ·직능별 ·직장별 신행단체, 재가연합단체 등으로 나눌 수 있으나, 전체적으로 재가의 대표성이나 종단운영 참여도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신행단체’의 차원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다.
이에 대해서 일부 재가단체에서는 그 동안 종단의 대의기구인 종회에의 참여, 사찰 및 종단운영에 전문능력을 갖춘 재가대표 참여, 공식적인 재가법사제도의 인정 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조계종 중앙종회의 경우 일정비율 또는 상징적인 의석배분이나 재가자 중심의 하원과 출가자 중심의 상원 등 ‘양원제’ 등이 거론 또는 검토되어 왔 으나, “전통율법에 어긋난다”는 율사스님들의 반대와 “시기상조”라는 대 다수 스님들의 여론에 따라 실현되지 못 하고 있다.. 다만 지난 1977년 11월 서옹 종정 당시 중앙종회 해산의 와중에 구성 된 비상대의기구인 ‘중흥종회’와 ‘종단 재건회의’에 각각 재가자가 참여한 선례가 있다. ‘중흥종회’는 석주스님(현 칠보사 조실) 등 출가 11명과 이후락 당시 전 국신도회장, 구태회, 최재구, 홍정식씨 등 재가 6명으로 구성됐으며, 분규수습 차원의 ‘종단재건회의’ 종회 역시 총 50명 중 이후락, 최재구씨 등 재가 8명이 의원으로 참여해 종단운영에 대한 재가자의 책임있는 역할분담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선례가 되고 있다.
사찰 및 종단운영에 전문능력을 갖춘 재가대표 참여의 경우 조계종에서는 지난 1994년 이후 ‘사찰별 운영위원회’ 구성을 추진, 재정 및 의사결정에 있어 재가대표를 참여토록 하고 있으나 대다수 주지스님들의 인식부족과 비협조로 활성 화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종단 차원에서는 ‘성보문화재 보존위원회’나 ‘사찰환 경수호 특별위원회’ 등에 일부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춘 재가자들이 참여하고 있으나, 법률제도 재정운영 등 종단운영의 전반적인 면으로 확산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공식적인 재가법사제도의 인정에 있어서는 지난 1983년 비상종단 당시 교화를 목적으로 하는 ‘재가 전법사’ 제도를 내용으로 하는 종헌종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결국 종권붕괴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할 만큼 출가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같이 종단의 대표권과 재산권, 행정 권을 비롯한 인적 · 물적 요소들을 승단이 거의 독점한 상태에서 재가는 그 종 속적 개념으로 일부 기능적 역할만을 담당해 온 것이 그동안의 현실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날이 문란해지고 있는 출가승단의 수행풍토를 바로잡고 복잡다 양화되는 현대사회 속에서 종단발전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 전문화된 재가지 도자의 육성 및 종단운영참여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이미 출가승단 스스로도 무너지는 승가질서와 수행풍토, 독점적 기득권 등에 대한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럴수록 재가에 '대해서는 더 보수적 권위적으로 대해 왔음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재가는 재가대로 척박한 현실속에서 호구지책으로 승단에 빌붙어 ‘브로커화’ 되거나, 활동가라는 미명아래 ‘간판주의’ 와 ‘명망주의’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도 안타까운 현상이었다.
향후 한국불교 발전에 있어 재가의 위상과 지평을 어떻게 자리매김해 가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의 하나이며, 또한 불교 본래의 사부대중 화합을 구현하는 첩경이라는 점에서 한 재가단체 대표의 아래 발 언은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문제는 현재 승단에서 거의 독점하고 있는 종단운영상의 법적 · 정치적 권한을 배분하고 나날이 문란해져 가는 승풍을 재확립함과 동시에 단순기복에 빠져있는 대다수 재가불자들을 교육과 신행혁신을 통해 얼마만큼 조직화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동반자라는 인식입니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구도의 동반자가 곧 사부대중 아닙니까. 출가자는 출가자대로 권위와 기득권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재가자는 방관자적 무관심에서 벗어날 때 진정한 화합승가가 이룩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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