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 방한, 이제 무슨 이유로 막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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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38호 발행인 법공 발간일 2002-11-01 신문면수 3면 카테고리 -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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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4-27 08:58 조회 2,363회본문
책임있는 답변을 미뤄왔던 정부는 여전히 실망스럽고 궁색한 답변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하고 있다. 달라이 라마와 티베트인들에게 부끄러움과 미안함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사실 방한운동 초기만 하여도 정부가 방한을 불허하는 원인을 주로 중국의 외교적 압력과 경제적 보복같은 외부적 요인에서 찾으려 했다. 그러나 지난 3년간 많은 다른 나라의 선례를 알면서 이것이 지나친 기우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중국은 달라이 라마가 방문하기 전까지 ‘중국 분열주의자’이니 하는 전형적 제국주의 논리를 펴면서 막으려 한다. 그러다가도 달라이 라마가 방문 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입을 닫는다. 중국은 대단히 실용적인 사고가 체질화 되어있는 나라이다.
방한초기엔 통상 보복과 같은 경제논리도 만만치 않은 문제로 여겼다. 경제논리를 편 대표적인 곳이 외교통상부였다.
정부는 2000년도 달라이 라마 방한을 불허 하던 당시 중국의CDMA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있어 우리 기업의 수주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농민들의 격렬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농산물 수입쿼터량을 대폭 늘인 것도 이 즈음이었다. 그러나 수백억 달러를 웃돌 것이라는CDMA규모는 십수억달러 정도에 불과해 지나치게 부풀려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에는 이시기에 정부가 중국산 냉동마늘 수입 쿼터량을 대폭 늘려 농가피해를 불러오고, 그러면서도 협상결과가 자체를 숨겨온 사실까지 드러난 마등이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펼친 경제논리는 사실과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공산품 수출을 위해 농민도 희생하고, 달라이 라마 방한을 불허하면서 국가적 자존심까지 팔았지만 교훈은 ‘상품수출은 철저히 경제논리에 따른다’는 냉정한 현실이었다. 그래서인지 정부관료들은 이제 비공식적인 자리에서조차 경제논리를 펴지 않는다.
외교보복, 경제보복의 논리가 발을 붙이지 못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지난해 4 월 달라이 라마가 대만을 방문하면서다. 당시 중국은 함대를 대만 근처에 전진 배치하여 무력시위를 펼치면서까지 대만을 압박했다. 중국으로선 소수민족문제의 핵심인 티베트와 대만의 지도자가 한 자리에 모이는 것 자체를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용감하게도 대만의 부총통이 달라이 라마를 공항에 나가 직접 영접했다. 천수에이벤 총통은 공식 비공 식적으로 모두 세차례나 달라이 라마를 만났다.
한국은 민간의 초청마저 못 오게 막고 있는데, 중국이 자신의 영토라고 우기는 대만에서는 정부가 직접 나서 환대하였으니 아무리 사대에 찌든 외교관들이었지만 우리 외교의 처지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 었을 것이다. 그런데 더욱 재미있는 것은 중국의 태도였다. 달라이 라마 방문 며칠 전까지 기를 쓰고 막으려던 중국은 달라이 라마의 대만 방문 직후 대만의 경제인들과 경제관료등 최대규모의 통상사절단을 베이징에 초청했다. 예정된 일정이었겠지만 중국의 실용주의는 다시 유감없이 입증됐다.
지난해 2001 년에는 4월과 7 월 두차례의 합의를 정부가 뒤짚으면서 은근 슬쩍 내세운 것이 남북문제였다. 남북문제의 진전을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절실한데, 그 핵심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이었다. 답 방문제는 지난해 중반이후 여론의 관심에서 벗어났지만 그전까지 여론은 답방 성사에 비중을 뒀고, 우리는 이보다 더 중요한 민족사적 숙원이 있나 싶어 정부의 변명을 수긍해야 했다.
그러나 결국 남북문제 역시 정부의 조급함과 단견, 무지의 소산이었음이 분명 해지고 있다. 여러가지 복잡한 사정이 있겠지만 북한은 대남관계보다는 대미관계를 더 본질적으로 여기며, 또 그보다 더 자국 내부의 권력안정과 위로부터의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음이 확인됐다. 특히 최근에는 북한이 신의주 특구 장관으로 임명한 양빈을 중국이 체포하고, 이로 인해 북한이 항의사절을 보내는 등 북-중 관계가 경색되는 것을 보면서 중국에 의존하여 대북관계를 풀려고 해 온 우리정부의 행위야말로 일방적인 짝사랑이었음이 입증되고 있다.
필자가 정말로 안타깝고, 또 티베트인 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하는 것은 지난 3년 간 우리정부와 기업이 만든 최악의 국제적 선례 때문이다. 얼마전 러시아가 달라이 라마의 통과비자 발급을 거부한데 이어 최근에는 캄보디아 정부가 자국에서 열리게 될 국제회의에 중국의 압력으로 달라이 라마의 참석을 불허한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이들 나라는 이미 달라이 라마 께서 수차례 방문하였던 나라임에도 최근 들어 이런 일이 발생하여 티베트인들이 아연실색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된데 에는 중국의 영향력이 강화된 탓도 있겠 지만, 최근 3년간 한국정부가 보여온 태도가 간접적으로 작용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우리보다 훨씬 잘사는 나라 한국에서도 달라이 라마 입국을 불허하는데, 한국에서는 아시아나라는 민간항공사에 서조차 아예 비행기 경유를 못하게 막았다던데. 우리도 그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이젠 어떤 논리로도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 불허 할 수 없음이 확연히 드러난 지금, 정부는 이제 모든 기존의 논리를 아예 함구하고 있다.
이젠 자신들도 정말로 방 한을 허용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올 11월에는 또 못하겠단다. 대통령 선거. 끝나는 시점에서 검토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흘리면서, 뒤로는 또다시 방한불허의 책임을 불교계, 더 직접적으로 말하면 조계종에 전가하려 하고 있다.
외교보복, 경제적 국익, 남북문제에 대한 협조. 정부가 차례차례 들어온 방한 거부의 명분이 모두 취약하다는 것이 드러난 지금, 이 시간까지도 방한을 불허하는 정부의 태도를 대체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리 모두의 공업으로, 무지와 무명의 공업으로 설명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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