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속의 불교이야기
페이지 정보
호수 40호 발행인 법공 발간일 2003-01-01 신문면수 4면 카테고리 그림속의 불교이야기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필자명 -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4-28 07:44 조회 2,185회본문
주걱으로 얼굴을 얻어맞은 문수보살
하루는 양식이 떨어져 산 아래 마을에서 탁발을 하고 오는 길에 소를 몰고 가는 노인을 만났다. 노인의 모습이 범상치 않음을 느낀 무착스님은 자기도 모르게 노인의 뒤를 따라갔다. 한참 따라 가다보니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웅장한 절 한 채가 눈 앞에 나타났다. 노인이 문 앞에 서서 “균제야’하고 부르니 한 동자가 뛰어나와 소고삐를 잡고서 안으로 들어갔다. 노인이 무착스님에게 물었다.
“자네는 무엇 하러 오대산에 왔는가?”
“저는 문수보살을 친견하여 그 가피를 얻고자 해서 찾아왔습니다.”
“자네가 과연 문수보살을 만나볼 수 있을까? 자네가 살던 절에는 대중이 얼마나 되고 어떻게 살아가는 가?”
“삼백여명의 대중이 경전도 읽고 계율을 익히면서 생활 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어떠한지요?”
“전삼삼 후삼삼이요. 용과 뱀이 뒤섞여 있고 범부와 성인이 함께 산다네.” ,
무착은 노인의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 어느 새 날이 어두워져 무착스님은 노인에게 하룻밤 쉬어가게 해줄 것을 청하였다.
“애착이 남아있는 사람은 이곳에서 머무를 수가 없다네.”
노인은 이렇게 말하고는 동자를 불러 배웅하게 한 뒤에 안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미 어둑어둑해진 길가로 나와서 무착은 동자에게 물었다.
“아까 노인에게 이곳에 사는 대중의 수효를 물었더니 전 삼삼 후삼삼이라 하시던데 도대체 무슨 뜻인가요?”
그러자 동자가 갑자기 큰 소리로 불렀다.
“ 무착아” 그 소리에 놀라 무착은 엉겁결에 대답하였다.
“네”
“그 수효가 얼마나 되는가?”
동자가 다그쳐 물었다. 무착은 또 다시 말문이 막혀 동자를 보고 말하였다.
“이 절의 이름이 무엇이라 합니까?”
"반야사라고 합니다.”
동자가 말하며 가리키는 곳을 보니, 웅장했던 절은 어느 새 간 곳이 없었다. 깜짝놀라 돌아보니 동자도 사라져 버리고 보이지 않았다. 사람과 절이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진 허공에서 게송 한 구절이 들려왔다.
「성 안 내는 그 얼굴이 참 다운 공양구요,
부드러운 말 한 마디 미묘한 향이로다.
깨끗해 티 없이 진실한 그 마음이
언제나 한결같은 부처님 마음일세.」
문수보살을 직접 뵙고도 알아보지 못한 자신의 어리석음을 한탄하며 무착은 수행에 더욱 힘썼다. 그리하여 홍주 관음원에서 앙산 혜적을 만나 마침내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어느 해 겨울이었다. 무착이 동짓날이 되어 팥죽을 쑤고 있는데, 김이 무럭무럭 나는 죽 속에서 문수보살의 거룩한 모습이 장엄하게 나타났다. 문수보살이 옛날 오대산에서 있었던 일을 상기 시키면서 먼저 인사말 을건넸다.
“무착은 그 동안 무고한가?”
그러자 무착스님은 갑자기 팥죽을 젓던 주걱을 들어 문수보살의 얼굴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문수보살은 깜짝 놀라서 말했다.
“이보게 무착. 내가 바로 자네가 그리도 만나고 싶어 하던 문수라네 문수.”
무착스님이 이 말을 받아서 대꾸하였다.
“문수는 문수고, 무착은 무착이다. 문수가 아니라 석가나미륵이 나타날지라도 내 주걱 맛을 보여주겠다.’’
“쓴 오이는 뿌리까지 쓰고 단 참외는 꼭지까지 달도다. 내 삼대겁을 수행해 오는 동안에 오늘 처음 괄시를 받아 보는구나."
문수보살은 이 말을 남기고 슬그머니 사라져버렸다. 깨달음을 얻기 전에는 문수보살을 친히 뵈려고 오대산 금강굴에서 삼년동안이나 기도하며 문수보살을 모셨던 무착이다. 그런데 깨달음을 얻은 뒤에는 문수보살이 몸소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호통을 하며 주걱으로 얼굴을 후려친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진리를 체득한 고승의 걸림 없는 행동이 아닐까?
〈법일〉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첨부파일
- 10.jpg (127.8K) 0회 다운로드 DATE : 2018-04-28 07:4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