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정체에 따른 선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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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39호 발행인 법공 발간일 2002-12-01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현묵의 세상읽기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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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4-28 05:51 조회 2,285회본문
정말 하기 싫은 얘기지만, 때가 때인지라, 정치 얘기를 안하고 넘어갈 수 없다. 며칠 뒤에 치러질 남한의 16대 대통령선거는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올 여름부터 바람이 불기 시작한 대통령 선거와 관련하여 진작부터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해관 계를 따져 속으로는 누구를 찍어야 하겠다고 작정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이 경우의 사람들 가운데 많은 수는 겉으로는 아니네 한다.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들한테는 은근히 ‘대통령에 누가 될 것 같은가?’ 하고 물어 본다. 또 혹자는 ‘에이 이 나라 정치판에 나서는 자들은 모두 그 밥에 그 나물이니 누가 된들 뭐 중뿔나게 나아지겠어?’라고 하는 이 들도 있는데 그들 역시 자신의 속내에는 점찍어 놓은 후보가 있는게 십중팔구다.
흔히 선거 때 나타나는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경향을 근거로 우리나라 국민들 대다수가 정치적 무관심 또는 기피증을 갖고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내 주위에서 만나는 많은 이들은 정치에 대해 상당한 관심과 적극성을 보이고 있음을 알게된다.
다만 자신들의 관심과 적극성에 비해 정치에 대해 대한히 말을 아끼고 삼기기 때문에 외관상으로는 좀 정치와는 거리를 둔 듯이 보일 뿐이다.
정치에 대한 적극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왜 겉으로는 아니네 하는 것일까? 대중의 그러한 모습은 아무래도 남한의 현대정치사가 그리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일본의 식민통치에서 벗어난 직후 미국의 막강한 지원으로 남한만의 친미정권이 들어서는 과정에서부터 정치는 오염된 하천과 다를 바 없었다. 친일부역의 전력을 가진 자들이 어느새 애국인사로 둔갑하여 대중의 지도자로 나서고 그네들에 의해 정부가 세워지고 법률이 만들어지고 그런 바탕 위에서 정치가 행해지니 당연히 정치판은 부정과 부패 그리고 협잡 마당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그러한 판에 들어서는 사람들 역시 말로는 새로운 정치를 부르짖지만 ‘근묵자흑’이라 자신들도 어차피 더러워지리라는 점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하여 좀 괜찮다 싶은 사람이 정치하려고 한다면 극구만류하는게 일종의 세상 인심이다.
지금은 생소한 말이 되었지만 칠, 팔십년대 민주 화운동을 하는 사람을 일컬어 재야인사라고 하였다. 기존 정치권에 직접 몸담지 않으면서도 정치운동을 하는 이들을 가리키는 용어였다. 그런데 시절이 바뀌면서 이들 가운데 대다수가 현재 정치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활동으로 남한의 정 치판이 뭔가 일신하고 있다고 항변하지만 썩 그렇지만은 아닌게 지금의 실정이다. 오히려 어떤 이들은 과거 민주화운동했던 사람 역시 기존의 정치인과 하등 다를바 없다는 핀잔만 듣게 또한 저간의 실정이다.
어쨌거나, 남한의 정치는 실로 혐오와 조롱의 대 이 되었다고는 하나, 대중의 운명을 가름하는 절대적 변수임에는 틀림없다. 따라서 대중이 정치에 보다 적극성을 띠어야 한다는 책임을 저버려서는 안되겠다.
문제는 대중이 자신의 정체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늘상 선거때가 되어 대중 앞에 나서는 후보자의 면면을 들먹이며 그네들을 탓하는 것은 대중이 지켜야 할 자세가 아니다. 대중이 만들어 가야하는 정권이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 절실하게 고민하고 그러한 세상이 되려면 어느 지도자를 선택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여기서 지난 87년 12월에 있었던 대통령선거를 눈앞에 두고 당시 여론을 지도한다는 이들이 밝힌 성명을 돌아보도록 하겠다. 참고로, 당시 지선, 진관, 법성 등 승려 223인의 명의로 발표한 김대중 지지 성명서 (87년 12월 11일 개운사 회견)에는 ‘ … 김대중후보의 승리는 곧 민중의 승리로 직결될 것 이다. ,,, 그의 상대적 진보성에 대한 절대적 지지만이 눈앞에 닥친 선거국면을 승리로 이끌 유일한 방도일 뿐이다. … 백기완후보는 운동의 순수성을 위장한 종파적 사고로 군부독재타도의 단합된 힘을 분열시키고 운동노선에 혼란을 야기시키며 결국 극우에 이익을 주어 민주세력 사이에 이간질만을 더 하고 있다. …
이제 불교대중은 결연히 불교대중의 뜻을 모아 김대중후보의 승리를 불교자주 확보의 길로 쟁취해 내고 불교자 주화 운동을 민족자주화 운동으로 드높여 가야 할 것이다.
‘손에 손을 맞잡고 김대중후보의 승리를 민중의 승리로 쟁취하고 억압과 착취가 없는 대동과 해방의 새세상을 만들어가자., 라고 주장하였다..글쎄' 지 금도 그들이 자신들의 결정에 대해 옳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이런 식의 사고로는 대중이 바른 정권을 세울 수 없다.
올해도 기존 정당의 후보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들 중에 어떤 이를 일컬어 상대적 진보성을 갖고 있으므로 그를 지지하여야 한다는 여론을 만들면서 순진한 대중을 현혹하고 있다. 그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은 결국 극우정치인을 간접적으로 지지한다는 억지도 부린다.
노동으로 살아가는 민중은 누구보다 진정한 민중의 대변자가 누구여야 하는가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자신의 선택이 비록 소수일지라도 민중의 힘이 모아지면 우리 세대에서 정말 민중의 권력이 바로 서는 현실을 만날 수 있다. 지신의 정체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정치이며 그런 정치에 대한 책임 또한 자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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