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불교도가 할 일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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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47호 발행인 법공 발간일 2003-08-01 신문면수 4면 카테고리 한보살의 아름다운 세상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필자명 한주영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불교연구개발원 연구과장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5-05 05:12 조회 2,103회본문
퇴근길에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서는 라디오가 켜져 있었다. 라디오에서는 한 애청자의 사연을 소개하고 있었다. 사연인 즉, 2년동안 사귄 동아리 선배랑 헤어지게 되었는데, 헤어진지 6개월이 되었어도 아직도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는 사연이었다. 라디오를 듣다가, 문득 어제 만난 탈북자분 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50년이 넘도록 남과 북으로 헤어져서 애끓는 이산가족들이 생각났다. 2년동안 사귀다 헤어진 애인 때문에도 그렇게 괴로운데, 부모 자식, 형제자매가 생 이별을 한 지 50여년이 되었다. 그 가슴 아픈 사연을 생각 하니 가슴이 메어지는 듯했다.
어제만난 탈북자 분은 말했다. 노인회관에 가면 어르신들이 말씀하시기를 “통일은 해서 뭐하느냐, 나는 나 먹을 만 큼 돈 벌어놨고, 내 자식 몫까지도 모아 놨다. 그런데 통일이 되 면 그것을 나눠 가져야 할 테니, 내 자식에게 돌 아갈 몫이 줄어 들 것이 아니냐.” 고 한다고 하신 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마음이 많이 상하는 모양이다.
그 분께 남한에 와서 무엇을 가장 많이 느꼈느냐고 여쭤 봤더니, 동질감이라고 했다. 우선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고, 제사지내는 것, 명절 등 전통문화들 속에서 이질감 보다는 동질감을 더 많이 느낀다고 했다. 아무리 시대가 변 하고 오랜 세월 갈라져 살았다고 해도 역시 우리는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오랜 세월동안 함께 살아온 한민족이기에 그렇구나하고 이해가 되었다.
지난 7월 20일부터 23일까지 참여불교세계대회가 한국에서 있었다. ‘평화와 화해’라는 주제로 15개국 세계 참여불교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일정 중 23일 오전에는 임진각에서 평화명상을 진행하였다. 우리는 그곳에서 뙤약볕 아래에 앉아 한반도 평화를 위 한 간절한 기원을 담아 그 마음을 세상으로 보냈다. 남과
북으로 갈라져 있는 우리들 마음속에 미움과 원망이 사라지고 용서와 화해의 마음이 가득해 지길 기원했고, 우리의 이러한 평화의 염원이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모든 사람들 에게 전해지길 기원했다. 그래서 한반도를 감싸고 있는 전 쟁의 위협과 그로인한 긴장감을 부드럽게 녹여 줄 수 있기를 기원했다. 그리고 우리는 27년후에 통일된 땅 한반도에 서 태어난 손자와 함께 이 자리에 와서 통일될 당시에 기분이 어떠했는 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답하는 상상을 하며 통 일의 기쁨이 얼마나 가슴 벅찬 것일지 잠깐이나마 상상해 보았다. 그리고 당시에 통일을 위해 무엇을 했었는지를 묻는 손자의 질문에 무엇이라 답할지 생각해 보며, 나는 지금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보았다, 미국과 북한 간의 긴장이 고 조되고 한반도의 전쟁위협이 커지 는 가운데 정전 협정 50주년이 가지는 의미는 더욱 클 것이다. 한반도에서 전쟁 을 종식하고 진정한 평화를 가져오기 위한 길이 무엇이겠는지,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 행사에 참여한 한 외국인은 말한다. “한국불교 부흥의 길은 분단을 통일로 이끄는 일이 될 것이며, 폭력이 아닌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끄는 일을 통해서 한국불교는 부흥할 것이다.”
내 안의 평화를 만들고 내 자신의 인격적 성숙을 위해 노력하는 일 못지않게, 우리 주변의 아픔을 살피고 보살피는 일이 중요하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살고 있는 내가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살아가고자 할 때, 참으로 평화의 씨앗을 심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없겠구나 생각했다. 평화란 통일을 위한 방법론일 뿐만 아니라 통일이 지향해야 할 목적이기도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주영/불교연구개발원 연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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