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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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50호 발행인 법공 발간일 2003-11-01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풍경소리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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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5-05 19:17 조회 2,416회본문
마음에 두지 말라
만행을 하는 스님이 날이 저물어 작은 암자에 들었다.
다음날 스님이 길을 떠나려 할 때 암자의 노승이 물었다
“스님은 세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러자 노승은 뜰 앞의 바위를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이 바위는 마음 안에 있느냐? 마음 밖에 있느나?”
“마음속에 있습니다”
스님이 대답하자 노승은 웃으면서 말하였다.
“먼 길을 떠나는 사람이 왜 무거운 바위를 담아 가려고 하는가?”
- 문윤정/ 수필가
낙엽
낙엽은 미래에의 동경도 없고
슬픔과 희열에 넘치는 감정도 없다.
그러나 세상을 터득한 철학이 있고
애련을 놓아버린 평화가 있다.
이제 어디에 떨어진다 해도 불만이 없다.
바람이 불어오는 데로 따라가면 된다.
돌담밑 그늘진 곳도 좋고,
양지볕 따스한 곳도 좋다.
어디인들 쉴 곳이 아니리?
하늘하늘 춤추듯이 내려오는 낙엽에는
그냥 자연이 있을 뿐이다.
- 김시헌/수필가
산책길을 나섰습니다.
공원앞에 다다랐을 때, 한 노인이
구걸하는 손을 내밀고 있었습니다.
김씨는 급하게 주머니를 뒤졌지만
손에는 아무 것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떨고있는 허공의 그 손을 김씨는
달려가 덥석 잡았습니다.
‘아아! ; 전율하듯 노인도 김씨의
손을 마주 잡았습니다.
“싸늘한 동전 몇 닢 던져준 사람은 많았어도
이렇게 따스한 손은 선생님이 처음이십니다.“
석양이 가다 말고 돌아봅니다.
금빛으로 그들의 얼굴은 물들어 갔습니다.
- 맹란자/수필가
석류이야기
우리집 마당에 석류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위도가 높아서 열매는 안열리고
탐스러운 꽃이 한 달 내내 피었다 지는
모습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내게석류는 과실나무가 아니라
꽃이나 보는 관상수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이 석류나무에
열매가 세 개나 열렸습니다.
봄철내내 이상 난동이 이어지더니
그게 석류한테는 약이 된 모양입니다.
그러니 올해만은 과실나무의
본분을 드러낸 셈이죠.
- 이재운/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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