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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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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54호 발행인 우승 발간일 2004-04-01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풍경소리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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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5-12 06:21 조회 2,80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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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 이란

어는 장자의 집에 손님으로 간 바라문은 닭장에서 

눈길을 떼지 못합니다.

그 댁의 복이 바로 닭벼슬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 입니다.

“저 수탉을 제게 주실 수는 없겠는 지요? 제자들이 

시간에 맞추어 일어날 수 있도록!”

“암 드리고 말고요!”

그런데 복이 지팡이로 옮겨가는 것입니다.

“장자님, 몸이 좀 불편하니 지팡이를 빌려 주실 수 없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그렇게 하시지요.”

장자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복은 다시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것입니다.

‘아, 복이란 스스로 짓는 것이지 빼앗을 수 있는 것이 아니로구나.’

바라문의 탄식이었습니다.

맹란자/수필가


물건에 대한 대접

우전왕의 왕비는 5백벌의 가사를 아난존자에게 보시했습니다.

왕이 아난존자에게 물었습니다.

“이 많은 옷을 다 어떻게 하시렵니까?”

“여러 스님들께 나눠드릴 생각입니다.”

“그러면, 스님들이 입던 헌 옷은 어떻게 하시렵니까?”

“스님들의 헌 옷으로는 이불 덮개를 만들겠습니다.

“헌 이불 덮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헌 이불 덮개는 베갯잇을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왕의 질문은 계속 되었지만 존자의 대답은 막힘이 없었습니다.

“헌 베갯잇으로는 방석을 만들고, 헌 방서은 발수건으로, 

헌 발수건으로는 걸레를 만들고, 헌 걸레는 

잘게 썰어 진흙과 썩어 벽을 바르는데 쓰겠습니다.“

 물건의 수명도 인간의 수명만큼 소중합니다. 

그 수명을늘려 스는 일은 물건에 대한 최소한의 대접 일 것입니다.

박경준/동국대교수


안으로 깊어지는 것들

골짜기의 물은 몸 낮추어 아래로 흐르면서 

강물과 하나 되어 바다로 흘러들고 

안으로 더욱 깊어져 소리 없이 흐릅니다.


잎새들을 미련 없이 떠나보내는 겨울나무들은 

새순을 틔우기 위해 낙엽을 발아래 묵혀 두고

 안으로 단단한 속살을 채워갑니다.


멀고 험한 길을 달려 온 사람은

아픈 고난의 시간 위에 스스로 뿌리를 내려 

안으로 겸허함이 깃든 나무 한그루 키워 갑니다.

문윤정/수필가


뭣하러

한 고승이 생선 가게 앞을

지나면서 말했습니다

“음... 저 생선 참 맛있겠다.”

옆을 따르던 어린 제자가 듣고

절 입구에 이르자

더는 못 참겠다는 듯이 입을 열었습니다.

“아까 그런 말씀, 스님이 해도 됩니까?” 그러자 고승은 조용히 꾸짖었습니다.

“이놈아, 뭣하러 그 생선을 여기까지 들고 왔느냐?

난 벌써 그 자리에서 버리고 왔다.“

맹란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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