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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가 불사가 되어서는 안돼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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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58호 발행인 우승 발간일 2004-08-02 신문면수 8면 카테고리 아제아제 바라아제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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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 필자법명 - 필자소속 김선미 필자호칭 - 필자정보 인드라망 생명공동체 총무국장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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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5-15 10:52 조회 2,09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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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가 불사가 되어서는 안돼는 이유

‘해인사의 대형불사 및 개발계획’과 관련하여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 그렇지 않아도 세간 이 어지러운데 더욱 더 혼란스런 마음이 일었다. 마치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수행의 깊 이가 사찰의 크기와 비례하는 것인지, 출가자 들의 삶의 방식이 세간과 무엇을 달리하는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요즘 사찰의 불사방식은 대부분 큰 규모와 현대적 시설을 잘 갖추는 것을 지향한다. 이러 한 현상은 큰 사찰일수록 더욱 눈에 띈다. 그리고 대형 불사의 이유로는 늘 신도들과 스님들 의 수행공간확보 또는 찬란한 문화유산의 보전’이라는 명분이 전면에 등장한다. 물론, 거론 되는 명분들이 모두 수긍할만한 가치가 전혀 없다고 몰아 부칠 수는 없다. 그러나 주변환경 과 어울리지 않는 불사나 신도들에게 지나친 물질적 부담을 암암리에 강제하는 불사는 세인 들의 눈살을 찌뿌리게 한다. 또한, 불사라는 것 이 사찰건물의 변화에 주력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시점을 우리 불자들이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되는 마음마저 든다.

지난 7월28일 조계사불교대학에서 작은 토론회가 있었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가 주최하는‘생명살림 불사를 위한 토론회’가 그것인데, 기존불사에 대한 고찰 및 불사에 대한 새로운 방 향 제시 등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었으며 물론, 일반 참여자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기도 하였다. 잠시, 생명살림의 불사에 관한 내용을 살 펴보면,

첫째, 재가자들을 위한 수행과 교육의 공간인 ‘생명살림도량’ 건립.

둘째, 농촌과 뭇 생명을 살리고 도시와 농촌 이 함께 살아가는데 보탬이 되는 ‘친환경공양미 운동’

셋째, 생명살림운동을 제도적으로 불교계에 정착시키는 ‘생명살림 불교대학’ 건립과 ‘생명 살림포교사’ 양성 등이 그것이다.

여기서 ‘생명살림’이란 ‘모두가 함께 사는 공생의 길을 실천에 옮기자’는 뜻에서 부쳐진 이름일진데 아직은 불자대중에게 생소한 개념 이지만, 앞으로 이론적 토대 구축과 구체적인 실천방안 등 몇 가지 미비점을 보완하면서 실 행해 나간다면 새로운 불교운동으로 삼을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보여 진다. 또한, 기존의 불사가 몇몇 실세 중진스님들의 발의와 문중스 님들의 대중공사로 이루어진 반면, 이 ‘생명살림불사’는 재가자들의 발의와 뜻있는 출가자들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이루어 질 수 있다는데도 의의가 있을 듯싶다.

토론은 특별한 제약 없이 자유스런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기존불사 모두가 잘못되었 다고 몰아 부치지도 않았고, 기존불사 중에서도 배우고 지켜나가야 할 것이 있다면 계승해 야 되며, 기왕 불사를 할 것이면, 주변 환경에 거슬리지 않도록 함은 물론 가능하면 진정한 문화적 가치가 있도록 건립하여 후세에 물려주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 더불어 주 변의 불우한 이웃을 돌보는 불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등 불교의 사회적 기능에도 많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지식이 소수에게 집중된 우리의 고대사회에 서 불교는 사회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주 역할을 해왔다. 어쩜, 그 시대에 불교계에서 주도하는 대형불사는 왕실과 귀족들의 든든한 후원과 불 사에 참여함으로써 불은을 입고자하는 착하고 신심 있는 백성들의 암묵적인 지지를 배경으로 큰 원성이 없이 진행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 중교육의 발달로 민주적 절차가 일반화된 현대 사회에서는 조금이라도 무모한 둣 보이는 일은 진행과정에서 반듯이 벽에 부딪치게 되어 있다. 여기에 부족하나 마 필자의 생각을 하 나 덧붙인다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만큼 규모가 큰 대형불사의 경우는 참으로 제대로 된 전문가와 출,재가자로 ‘불사추진위원회’ 를 구성하여 불교계내 부는 물론 일반사회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의를 수차례 거치는 과정을 통해 수긍할만한 동의가 이루어진 후에 추진하 는 것이 상식적이고 무난한 방법이라고 본다. 여기에 타종교인들의 방해공작 같은 이유를 들고 나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며 자칫 문제를 너무 낮은 수준에서 해결하려는 어설픔의 극치  보일수있다.

소유하는 것이 많을수록 집착이 많아지고 집착이 많아지면 고통도 많아진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은 불자라면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가르침이다. 다만 그것을 자신의 수행으로 삼아 삶 속에서 실현하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적잖은 자기 절제력이 없이는 입으로만 아는 것일 뿐 진실로는 감히 흉내내기에도 쉽지 않다. 그래서 자본주의적인 가치가 최상위를 점한 이 시대에 덜 가지려고 노력하는 출가수행자는 진정 우리자신을 비추어볼 수 있는 거울인 셈이다. 그리고 많이 가지는 것을 두려워하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우리시대의 불자들에게 오히려 그 의미가 무거워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 한일이다.

〈김선미/인드라망 생명공동체 총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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