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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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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57호 발행인 우승 발간일 2004-07-01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풍경소리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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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5-15 08:36 조회 2,12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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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인 연

돌아보면 회한 가득한 것이 인생이지만 

내다보면 그래도 희망이 가물거리는

것이 인생이다.

오늘도 산길을 걸으면서 눈길에 

내 발자국 찍는 것은 무엇인가 

기다리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새벽일 수도 있고, 바람일 수도 있고 

또 희망을 향해 걷는 사람일 수도 있다. 

도솔천이 아니어도 이 곳은 아름답다.

한 줌 바람과 별빛에 마음 건넬 수 

있다면 그리고 늙어감을 귀향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이 곳에서 부르는 

노래는 결코 외로움이 아니다 

눈길을 걸으며 사랑한다고 되뇌인다. 

인연으로 내 곁에 와 머물던 모든 것을

저 흰 눈 속으로 떠나갈 때 

사랑의 뒷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본다. 

그리움은 어제의 이름이다. 

오늘은 화롯불에 터지는 밤송이 같은 마음으로 

모두를 기다리고 싶다.


꿈꾸는 섬

섬은 꿈꾸고 있었다.

좌악 밀려오는 파도에 씻기우며 

하얗게 부서지고 있었다.

꿈속의 모랫벌에는 꿈속에서만이

사는 어부가

꿈을 낚는 그물을 깁고 있었다.

얽힌 올실을 풀며

억만겁 전생의 시간을 풀며

꿈꾸는 섬의 어부는 

꿈속에서 꿈을 깨고 있었다.

- 오세영/방송인



가난한 사람에게

네 오늘도 그대를 위해 

창 밖에 등불 하나 내어 걸었습니다.

내 오늘도 그대를 기다리다 못해 

마음 하나 창 밖에 걸어 두었습니다.

밤이 오고 바람이 불고 

드디어 눈이 내릴 때까지

내 그대를 기다리다 못해 

가난한 마음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눈 내린 들길을 흘로 걷다가

 문득 별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 정호승/시인


꿈, 견디기 힘든

그대 벽 저편에서 중얼댄 말 

나는 알아들었다.

발 사이로 보이는 눈발

새벽 무렵이지만 

날은 채 밝지 않았다.

시계는 조금씩 가고 있다.

거울 앞에서

그대는 몇 마디 말을 발음해본다. 

나는 내가 아니다 발음해본다. 

꿈을 견딘다는 건 힘든 일이다. 

꿈, 신분증에 채 안 들어가는 

삶의 몽땅, 쌓아도 무너지고 

쌓아도 무너지는 모래 위의 아침처럼 거기 있는 꿈

황동규/시인


갈 대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신경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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