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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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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58호 발행인 우승 발간일 2004-08-02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풍경소리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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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5-15 10:33 조회 2,17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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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는 어디에 있습니까

한 선객이 노사에게 물었습니다.

“도는 어디에 있습니까?”

“바로 눈앞에 있느니라.”

“그런데 왜 제게는 보이지 않습니까?”

“너에게 ‘나’가있기 때문이다.”

“저에게 ‘나’가 있기에 보지 못한다면 스님께서 는 보이십니까?”

“네가 있고 내가 있으니 더욱 보지 못한다.“

“저도 없고 스님도 없다면 볼 수 있겠습니까?“

“너도 없고 나도 없는데. 누가 본단 말이냐.“

- 벽암록중에서 맹란자/수필가


세상의 모든 풀들이 약초이듯이

부처님의 주치의였던 ‘기바’가 의사수업을

받을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스승이 기바에게 망태를 던져 주면서 

말했습니다.

“약초를 캐오너라. 이것이 마지막 시험이다.”

그는 며칠이 지나서야 그것도 빈 망태인 채로 

돌아왔습니다

“으는 캐오지 않고 어디를 갔다 왔느냐?”

“스승님, 세상에 약초 아닌 것이 없었습니다.

온 천지가 약초뿐인데 어떻게 다 담아올 수가 

있겠습니까?“

기바의 말을 듣고 스승은 그를 의사로 인정하였 

습니다.

세상에 약초 아닌 것이 없듯이

존재하는 모든 것은 존재의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 문윤정/수필가


처음 그것

옛날 어느 나라에서는 혼기를 앞둔 딸을 교육할 때 

바구니를 들려 옥수수 밭으로 들여보낸다고 합 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옥수수를 따오면, 아주 마음 

에 드는 훌륭한 신랑감을 골라 줄 것 ‘이라고 약속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딸들은 대개 빈 바구니를 들고 밭을 

걸어 나온다고 합니다.

처음에 마음에 드는 것을 골랐으나, ‘조금 더 가면 

더 좋은 것이 있겠지 ‘하고 자꾸 앞으로만 나가 다가 

결국은 밭이랑이 끝나 빈 손으로 나오는 것 입니다.

멀고 긴 인생의 행로에서 내가 선택할 것이 

많으나 참으로 내 것인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처음 내 것이라고 생각한 그것이 소중한 것입니다.

- 장용철/시인


썩고 싶은 날

며칠만 두어도 쉰내가 나는, 다 먹지 못한 음식

배고픈 누군가의 먹을 만한 밥 한끼도 되지 못

한다면야

차라리 썩는 게 낫다면서 뒤도 안 돌아보고 썩는

그 떳떳함을 보면 나도 썩고 싶어진다.

썩을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애써 부정하며 지금껏 

버티고 있는 내가 생각할 때 스스로 판단하여

썩는 것, 용기다

나는 이렇게 오랫동안 한 톨의 식량도 못되면서 

무르지도 썩지도 않고 향기도 없으니 썩는 것들 앞에서 

냄새난다고 코를 막지 못하겠다.

이젠 먹을 것이 못 된다며 쉰내를 풀풀 풍기는 

것들 앞에서는 내가 이제껏 무엇, 무엇을 삼켰는지 

솔직하게 게워낼 만한, 그런 쉰내 비슷한 냄새라도 

좀 났으면 좋겠다

- 나혜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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