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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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61호 발행인 우승 발간일 2004-11-01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풍경소리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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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5-16 06:13 조회 2,111회본문
시집가는 딸에게
세월이 빨리 간다 그런 말 있었지요
강물같이 흘러간다 그런 말도 있었구요
우리 딸 어느새 자라 시집간다 그러네요
어려서 자랑자랑 품안에 안겨들고 봄바람 산들바람 신록 같던 그 아이
이제는 제 배필 찾아 묵은 둥지 떠난대요
신랑도 좋은 청년같은 학교 선배사이
그동안 만나보니 맑은 마음 바른 행동
멀리서 보기만 해도 미더웁고 든든해라
얘들아 하루하루 작은 일이 소중하다
사랑은 마음 속에 숨겨놓은 난초화분
서로가 살펴주어야 예쁜꽃이 핀단다
부모가 무엇을 더 바랄 것이 있겠나요
다만 그저 두 사람 복되게 잘 살기를
손 모아 빌고 싶어요 양보하며 살거라
, - 나태주/시인
산나리
널 향한 그리움을 놓으며
나, 먼 산만을 바라보기로 다짐했다.
적나라한 유월 햇살 아래
살아온 내력을 묻는 땅 끝의 견고함
묵묵히 견디어 내며
어느 곳, 후미진 그늘에서라도
말간 향기로 가득 차 올라
기다림만을 배우기로 했다.
숨 막힐 듯 조여드는 지열의 질투
도심 변두리의 변명아래서라도
흘로를 견디는 인내를 배우기로 했다.
널 향한 그리움을 놓으며
나, 참된 그리움을 배운다.
보다 젊은 당신에게
산을 오르며 한번도 뒤돌아 보지 않았던 건
잘못이었습니다.
꼭대기에 이르자,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말라 죽어가면서도 변명하지 않는 나무들과
더 이상 솟을 데 없는 정상의 외로움에 들러싸여
잡초만 후회처럼 무성하였습니다.
돌아보지 않고 자존심을 앞 세워 곧장 내달아온
나의 발걸음은
가기 싫은 곳에 서둘러 나를 데려온 셈입니다.
건너 편 산은 나에게서 돌아앉아
푸른 등을 보였습니다.
그제서야, 아무도 기다려주지 못한 후회에 치가
떨렸습니다.
기다리지 않은 만큼, 정상에는
나를 기다리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멀어지던 계곡의 물소리마저
내가 멈추었던, 더 이상 멀어지지 않았겠지요
아, 온갖 소문에 쫓겨 서둘려 올라 왔는데
잡초만 후회처럼 무성한 여기는 정상입니다.
- 김세웅/세종인빈인후과원장, 시인
사는법
이 다음에 태어나면 나무가 되리라
어느 생의 소망이 이루어진 줄 모르고
평생을 한자리에 붙박였다 답답하다 하는가
한시도 쉴 새 없이 헤매다니다 보니
세상 볼 것 안볼 것 다 본 역마살의 생이
이제 푹 쉬면서 수양하는 중이다.
어떤가, 부질없는 꿈을 잡으려 동분서주 땀내 나는 몸부림을
나보다 누가 더 잘 알겠는가 가끔 옛 버릇이 잡초처럼 돋아나면
손 내밀어 지나는 구름도 슬쩍 잡았다 놓고
바람 더불어 신나게 춤도 추지만 아무래도 다음 생을'생각해서
명상에 들어 잡념의 잎을 떨구는 것을
또 외로워 보인다고 동정하지 마라
지금 나는 그지없이 행복한 순간에 있다.
- 최호림/시인
〈자료제공 : 불교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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