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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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64호 발행인 우승 발간일 2005-02-01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풍경소리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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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5-18 04:58 조회 1,995회본문
계곡의 중턱에서
모서리만이 무기였다.
낯선 땅에 버려져
찍히고 긁히고 부서지고
비탈길 자갈길 낭떠러지
구르고 또 굴러 여기까지 왔다
그 틈에 떨어져 나간 모서리들
나무처럼 괭이를 만들지 않고
상처 자국이 매끄러워졌다.
여기가 어디쯤일까?
물소리 새소리가 들린다.
물소리 따라 흐르다 보니
말간 물살 아래서 절간 한 채 출렁인다.
풍경소리가 울려 퍼진다.
둥글어진 몸의 지문을 타고
산사 한 채 퍼져 나간다.
- 김찬욱/시인
상처의집
바싹 마른 그 집
다 쓰러져가는 블록 담 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다.
들어가서
세월에 덧나고 금간
상처와 상처가 서로 붙들고
쓰러질 듯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는
그 오래된 끈기를 보고 싶다.
가장 큰 슬픔으로 한 순간
쓸쓸히 무너져 내려도 아쉬움 없을
깊고 오래된 눈빛들의
상처의 집 하나 짓고 싶다.
- 윤임수/시인
수덕사 나비춤
덕숭산 수덕사에서는
나뭇잎이 나비가 된다.
낙엽이 나비춤 추며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춤추는 나비들이 가지의
단풍을 보고 속삭인다.
어서 일어나 날아가자
우리 함께 날아 그 곳에 가자
은행잎은 노랑나비
단풍잎은 붉은 나비 되어
숨들을 고르고 있다.
돌개바람 일으키며
하늘높이 날아갈 그 때를 기다리며
그 때를 기다리며
-최병익/ 시인
만행
늦가을 갈참나무숲이 소란하다
도무지 야단법석이다.
도토리 동자승들이 정신없이 뛰어놀고 있다.
까까머리 동자승들이 세상 속으로 소풍을 오셨나?
시끌벅적한 소리가 온 산을 까뒤집고 있다.
그 소리에 즐거워진 귀를 연다.
한 쪽 귀만 세우면 박수소리였다가
두 쪽 귀를 열면 풍경소리였다가
거참, 물방울소리였다가
저 숲속이 정토라 여겨 쫑긋 마음에
귀를 열면 금세 목탁소리가 난다
목탁소리에서 깊은 향기가 난다
- 고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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