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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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67호 발행인 우승 발간일 2005-05-02 신문면수 3면 카테고리 총지칼럼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필자명 김종인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5-22 17:12 조회 1,998회본문
현 총지종 법장원 연구원
현 고려대학교 BK21 연구교수
서울대학교 철학과에서 불교 연구로 철학 석사
스토니부룩대학교 불교 연구로 철학 박사
한국 근대 불교와 현대 불교에서 각각 가장 널리 알려진 불교인을 든다면 만해 스님과 성철 스님일 것이다. 이 두분은 불교계 뿐 아니라 일반 사회에도 널리 알려졌다. 이 두 분은 단지 유명세를 탄 사람들이 아니라 실제로 그 명망에 어울 리는 삶을 산 스님들이다. 한 스님은 민족 운동가이자 사상가로서, 또 한 스님은 청정한 참선 수행자이자 선불교 이론 가로서 그 누구도 따라가기 힘든 업적을 이루었다.
만해와 성철 두 스님은 모두 자신들의 사상 과 실천을 통하여 한국인들로 부터 많은 존경 과 사랑을 받았 지만, 두 분의 사상과 실천의 내용은 서로 대립적인 위치에 있다. 두 스님은 대략 반세기를 격하여 산 까닭에 서로 직접 부딪친 경우는 없었지만, 동 시대를 살았다면 사사건건이 부딪쳤을지 도 모를 정도로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면서 살아갔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자면 한 사람은 과격하다 싶을 정도로 진보적이요 또 한 사람은 속된 말로 요지부동이다 싶을 정도로 보수적이다. 만해 스님은 불교도 시대에 따라 바뀌어야 하며 승려들도 결혼을 해야 불교가 번창할 것이라고 보았, 다. 반면에 성철 스님은 승려가 결혼을 하는 것은 불교를 망하게 하는 길이므로 승려들은 철저한 독신 생활을 해야 하
며, 불교의 진리는 만고에 불변하는 것 이라고 역설했다.
만해 스님은 도심 속의 불교를 이야기 한 반면에 성철 스님은 산중의 선방 불 교를 이야기 했다. 만해 스님은 불교와 세속적 진리의 융합을 추구한 반면에 성철 스님은 불법만이 절대 진리임을 선언 했다. 만해 스님은 사회적 실천의 중요 성을 말한 반면에 성철 스님은 순수한 선수행을 고집했다. 그래서 만해 스님은 독립운동가가 되었고, 성철 스님은 혼란 한 세상을 외면한 채 산문을 닫고 일생을 산 속에서 보냈다.
이 두 스님의 사상은 이처럼 많은 점 에서 대조를 이루고 있었지만 한 가지점에서는 일치하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불교가 바로 되기 위해서는 우선 불 교 속에 뒤섞여 있는 각종 미신적 요소 부터 제거해야 된다고 보았다. 미신은 그만큼 광범위하게 한국불교에 뿌리내리 고 있었던 것이다. 보수적인 입장에서 보아도, 진보적인 입장에서 보아도 미신은 미신일 따름이다.
이론적으로 보면 불교는 매우 합리적 인 철학에 바탕을 둔 종교이지만 한국의 승려들과 신도들의 현실적인 신행 형태 는 결코 그렇지가 못한 경우가 종종 발 생하고 있다.
산중에 있는 사찰은 산신각이나 칠성각을 설치하고 기복적인 신앙을 무의식적으로 제공 하고 있어 미신 과 밀착되어 있 음을 알 수 있다.
긍정적인 측 면에서 본다면 산신각과 칠성 각은 불교가 배 타적인 태도로 토착의 민간 신앙을 부정하지 않고 흡수 한 결과라고 볼 수도 있지만, 수 백년 동안 그 속에 내재된 미신적 요소를 바 로잡지 못하고 계속해서 온존시켜서 한 국불교 내에 미신을 뿌리내리게 한 것은 불교인들의 책임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 다.
불교가 이처럼 미신적 요소를 가지게 된 것은 신도들의 근기가 낮기 때문이라고 흔히들 변명한다. 신도들이 산신각에 절하지 않고, 칠성각에 절하지 않고,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런 일이 있어도 소 문난 기도처를 찾아 헤매지 않는다면 그런 것들이 존재할리가 없다.
그러나 우리가 되물어야 할 것은 종교인의 역할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바로 사람들로 하여금 이러한 미신에서 벗어나게 깨우쳐 주는 것이 종교인의 역할 이다.
신도들의 미신을 방조하는 것은 결코 올바른 태도가 아닐 뿐 아니라 사찰 유지의 방편도 될수 없다.
과학이 발달하고 사람들의 의식이 발 달한 오늘날 미신을 가진 사람들의 숫자는 그렇게 많지가 않다. 미신을 방조함 으로 인하여 미신을 갖고 있지 않는 절대 다수의 사람들을 불교로부터 멀어지 게 하기 보다는 미신을 추방함으로서 절 대 다수의 사람들이 불교 속에서 보편적 인 인생사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할 것이다.
이것이 승려로서의 올바른 태도이고 사찰을 발전시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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