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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현행원에 담긴 생명이야기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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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73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2-08-01 신문면수 10면 카테고리 종합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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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한주영 필자법명 - 필자소속 불교환경연대 필자호칭 사무처장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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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2-08-03 13:27 조회 1,85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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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글: 생명살림경전이야기 (12회)

보현행원에 담긴 생명이야기 ②

선남자여, 모든 부처님께 예배하고 공경한다는 것은 진법계 허공계 시방삼세 모든 부처님 세계의 아주 작은 티끌 수만큼 많은 부처님들을 보현행원의 힘으로 깊이 믿고 이해하여 눈앞에 계시듯 청정한 몸과 말과 뜻을 다하여 항상 예배하고 공경하되 낱낱 부처님 계신 곳마다 불가설 불가설 부처님세계의 아주 작은 티끌 수만큼 많은 부처님께 두루 예배하고 공경하는 것이니, 허공계가 다하면 나의 예배하고 공경함도 다하려니와 허공계가 다할 수 없으므로 나의 예배하고 공경함도 다함이 없어 생각생각 상속하여 끊임없이 예경하건만,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일에 지치거나 싫어하지 않을 것이니라.”

 

열 가지 보현보살의 행원 첫 번째 예경제불원(禮敬諸佛願)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부처님은 2600년 전 태어나신 석가모니부처님이 계신다. 그리고 과거에 일곱 부처님이 계셨고 미래세에 미륵부처님이 오신다. 그리고 동서남북에 약사여래/아촉불, 아미타불, 보생여래, 불공성취불이 있고 중앙에 비로자나부처님이 계시고 또 동서남북 사이에도 부처님이 계신다. 그런데 보현행원에서는 특정한 곳에 있는 부처님이 아니라 말로 다 할 수 없이 많은 부처님께 예배하고 공경한다고 한다. 어떻게 티끌 수만큼 많은 부처님이 계신다고 하는 것이며, 또 어떻게 하는 것이 이 많은 부처님을 두루 예배하고 공경하는 것일까?


일체중생실유불성(一切衆生悉有佛性)이라 모든 중생이 부처의 성품을 가지고 있으니까 모든 중생을 부처님으로 보고 예배하고 공경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또한 아주 작은 티끌 수 만큼 많은 중생이라 했으니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에 이르기까지 모든 존재를 부처님으로 보고 예배하고 공경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과학자들의 눈으로 보면 인간의 몸이나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나 지구표면상의 물질의 중요요소가 모두 같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본질적으로 우리 몸은 지구에서 왔다. 그런 의미에서 지구를 대지의 어머니라고 말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중에 진실로 이렇게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인간은 자연과는 구별된 아주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자연은 인간이 이용할 대상으로 여기고 있지 않은가?


구한말 민중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던 우리나라의 고유한 종교사상인 동학이 있다. 동학은 오늘날 천도교라는 이름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동학에서 대표적인 사상이 인내천(人內天)사상으로 사람이 하늘과 같다는 인간존엄과 평등사상을 담고 있다. 이와 더불어 경물(敬物)사상이 있는데 모든 사물을 공경한다는 뜻으로 오늘날 인간줌심주의를 벗어나 새로운 생태주의사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보현보살의 예경제불원은 동학의 경물사상과 일맥상통하게 생각된다.


오늘날 생태계가 파괴되고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지구의 기후시스템이 무너지는 기후위기시대를 맞이하여 여섯 번째 대멸종을 눈앞에 두고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전세계가 고민에 빠졌다. 왜냐하면 답은 나와 있지만 그 길로 가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의 생태위기와 기후위기의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대량생산 대량페기라고 하는 자본주의 산업시스템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고 정복하는 대상으로 보는 인간중심주의 세계관이다. 대량생산 대량폐기의 자본주의 산업시스템에서는 끊임없이 자연을 파괴하고 오염시킬 수밖에 없으며 이제 그 한계에 다달았다. 하지만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지금도 멈출 줄 모르고 성장이라는 정언명령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리고 인간이 자연의 일부임을 잊어버리고 자연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고 피괴하고 수탈하는데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경쟁적으로 계속하고 있다. 이 경쟁을 그만두면 마치 살 수 없을 것은 두려움과 그렇게 해야 행복할 것 같은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실제로 GDP(국민총생산)이라는 것을 잘사는 사회의 지표로 삼고 줄을 세우는 일을 해 왔다. 이제 잘못된 경제시스템과 세계관을 과감하게 버리고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새로운 경제체제와 세계관으로 바꾸어야 한다.


정치는 이러한 자본의 논리에 충실한 정책을 펼치고 끊임없이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을 파괴한다. 많은 사람들은 성장이데올로기에 세뇌되어 성장과 개발 앞에서 무비판적으로 동조한다. 여기에는 여야,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다. 녹색당과 같은 생태주의에 기반한 정당은 우리나라에서는 소수정당으로 정치적 영향력이 미미하다. 지난 정부에서 시작된 국토부의 제6차 공항개발종합계획에 따르면 10개의 신공항을 짓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현재도 10개의 공항 대부분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텅 비어 있는 것을 국민 모두가 알고 있음에도 이 계획은 정권이 바뀌어도 아무런 변화없이 이어졌고 오히려 이번 정부에 와서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그리고 공항예정지역의 여론은 대체로 찬성이다. 10개의 신공항에 포함되어있는 제주제2공항은 반대의견이 더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국가예산에 포함되어 국회를 통과했다. 소수정당인 정의당이 환경단체들과 함께 반대의사를 표명했지만 거대 양당의 질주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열 개의 신공항에는 새만금과 가덕도가 포함되어 있다. 새만금개발을 시작한지 20년이 지났지만 엄청난 규모의 갯벌을 파괴하고도 전북의 희망이라던 새만금 개발은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전북의 정치인들은 복원보다는 개발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20여 년 전 수경스님을 비롯하여 종교인들이 앞장서서 전북 부안에서부터 청와대까지 삼보일배 오체투지 절을 하며 생명을 살리고자 했지만 새만금 개발은 막지 못했고, 이제는 사라져버린 갯벌과 오염된 새만금호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곳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수라갯벌이 있다. 새만금신공항은 바로 이 수라갯벌마저 사라지게 할 판이다. 부산의 가덕도는 기존 부지타당성조사에서 꼴지를 했던 곳인데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부산 신공항 후보지로 선정되고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추진이 어려울 것임을 알기에 특별법까지 만들어서 추진하고 있다. 이로인해 무참히 죽어갈 생명들 아니 부처님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보현행원의 하나에서 열 가지 모두에서는 원을 행함에 지치거나 싫어하지 않고 끊임없이 하겠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지키거나 싫어하지 않을 수 있을까? 보현보살의 위대함이 여기에 있다. 우리는 조금 노력하고 상대가 바뀌지 않거나 성과가 나지 않으면 지치고 싫어하고 그만두고 만다. 티끌수 만큼 많은 부처님을 예배하고 공경하기를 끊임없이 하는 상수불학원(常隨佛學願)이 첫 번째 원()인 까닭도 이해가 된다. 부처님을 예배하고 공경하는 일은 우리가 생각하기에도 기쁘고 좋은 일이니까 계속 하고 싶고, 계속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할 일은 티끌 수만큼 많은 부처님을 찾아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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