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처럼 사는 삶
페이지 정보
호수 69호 발행인 우승 발간일 2005-07-01 신문면수 3면 카테고리 이달의 설법문안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필자명 -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5-23 09:39 조회 1,909회본문
TV를 보거나 거리를 나가보면 저마다 지신의 개성을 뽐내듯 각기 다른 스타일지 머리와 의상, 귀걸이, 코걸이를 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피부 여기저기에 구멍을 뚫어 악세사리를 매다는 피어 싱을 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차별성을 두고 싶은 마음과 색다 르지 않으면 남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사회분위기 가 함께 어우러져 이제는 엽기마저도 일상적인 것 쯤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입니다.
획일화되거나 갈등이 없이 서로의 개성들을 마 음껏 드러내면서도 함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 사회는 누구나 바라는 바입니다. 그러나 일단 튀어보자는 식으로 외적인 모습에만 연연해하면 자기다운 면들을 무시한 채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소홀히 한다면 혼란만 가중되고 말 것입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남들이 알아주고 중요한 역할 을 했으면 하는 것이 인지상정인 듯합니다. 보다 발전적이고 성공한 삶을 꿈꾸는 것은 너무나도 바람직하고 당연한 욕구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꼬리의 역할보다 머리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는 감하 말할 수 없습니다. 머리만 있는 뱀을 생각해보쎄:요, 꼬리 없는 물고기를 생각해 보세요, 아마도 제대로 움직이지도, 중심을 잡지도 못할 것입니다. 모든 존재는 상대적이고 유기적인 관계를'가지고 았습니다. 머리가 없는 꼬리도 꼬리가 없는 머리도존재하기가 어렵 습니다. 우리 모두가 머리가 되기를 원하고, 꽃이 되기를 원하고, 주연이 되기를 원하지만, 그럴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꼬리가 없이는, 뿌리가 없이는, 조연이 없이는 결 코 제 빛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일이 하찮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평합니다. 남이 하는 일은 괜히 품나 보여 부럽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사회 지도자가 되어야만, 남의 이목을 받는 사람이 되어야만 훌륭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농부는 농부대로, 환경미화원은 환경미화원대로 , 의사는 의사대로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가치 있는 것이고, 소중한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고, 훌륭한 일을 하는 것입니다. 남들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고위층 인사들이나 유명한 사람을 부러워하며 한숨쉴 피요도 없고, 또한 높은 자리에 있고 유명하다 해서 다른 사람을 깔보아서도 안됩니다. 자신의 역할을 다함으로써 긍지와 보람을 느낄 때 그는 가장 훌륭한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책임과 역할을 망각해서는 안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부모답게, 자식답게, 남편답게, 아내답게 살아가고 있는지? 혹시 ‘노릇’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대 접만 받으려 하고 있지는 않는지?
자신을 돌아볼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출세 지향적이고 목적 지향 적이다 보니, 과정으로서 역할 수행을 충실히 하거나 즐기는 것은 고사하고 성공을 위해 마지못해 인내해야 하는 것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혹은 자신이 하는 일은 보잘 것 없는 것쯤으로 치부하며 출세하면 결코 이따위 일은 하지 않을 거라고 얘기하곤 합니다. 그러나 해야 할 일을 하 지 않고 자기의 책임을 방기하거나 마지못해 억지 로 하며 다른 사람의 역할에만 눈 돌린다면 결코 자기다움과 보람을 찾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 신이 속한 사회는 동맥경화에 걸리고 맙니다.
흔히 ‘불교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들’ 하면 쉽게 떠올리는 것들은 향이나, 등불, 연꽃, 목탁 등일 것입니다.
향처럼, 등불처럼, 연꽃처럼, 목탁처럼 악취나는 세상을 향기롭게, 어두운 세상을 밝게, 더러운 세상을 아름답게, 잠들어 있는 세상을 깨어나게 만 드는 것이 바로 불교이기 때문입니다.
연꽃은 더러운 연못에 뿌리를 내리고 있더라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그 열악한 환경을 영양분 삼아 청아한 연꽃을 피워 그윽한 향으로 주변을 맑고 향기롭게 합니다. 이처럼 자신이 살아가는 주위 환경이 아무리 나쁘더라도 거기에 매몰되거나 굴복하지 않고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개선하고 변 화시키며 사는 삶이 바로 연꽃과 같은 마음으로 사는 삶이요, 어 느 곳에 있더라도 주인다운 삶입니다.
이를 불교에서는 수처작주라고 합니다. 어디를 가더라도 그곳에서 주인으로 살아가라는 말씀입니다.
사람다움의 의미가 가볍게 여겨지고 사람 사이 의 관계와 역할이 헐거워지는 오늘날, 그래서 우리는 더욱 각박해지고 혼탁한 사회를 힘들게 살아 갑니다. 그 무엇에도 비견할 수 없이 고귀한 인간의 가치가 돈이나 물질보다 낮게 취급되는 가치의 전도는 자꾸만 관심의 방향을 바깥으로만 치달리게 하여 탐욕심을 부채질할 뿐, 시선을 안으로 돌려 반성하며 스스로 해야할 바와 자신의 가치를 찾도록 놔두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인간 성은 메말라 가고 사회는 물질문명의 어두운 그림 자에 치배되어 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진흙과 같은 사회를 살맛나게 만들고 아름 답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 바로 우리 불자의 역할 이고 사명입니다.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입니다. 깨달음이라고 하 면 너무나 막연해서 이 세상의 일이 아닌 다른 세 상의 일처럼 느껴지고, 인간이 영역이 아닌 것처 럼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깨달음은 그릇된 인간의 굴레를 벗어나 참다운 인간성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깨달음을 얻어 부처님이 된다 는 것은 갑자기 신이 된다는 것이 아니라 진리가 된다는 것이고, 사람 노릇을 제대로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불교의 목적인 불국토건설은 모든 사 이 함께 사람노릇을 제대로 하는 인간미 넘치는 세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진실을 거짓으로 알고 거짓을 진실로 착각하며 전도된 가치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우리 불자가 빛이 되고 바른 길잡이가 되어 바른 길로 인도 하지 않는다면 깨달음의 사회화는 다만 이상일 뿐이고 구호에 그치고 맙니다.
진리를 모르는 사람을 가엾이 여기고 많은 사람 들의 이익과 행복과 락을 위해 진리를 전파하는데 주저하지 말아야 하며, 지금까지 쌓은 모든 선근공덕을 중생들과 위없는 깨달음에 회향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